하반기부터 선박 발주 본격화될 듯

지난해 천문학적인 영업손실을 기록한 국내 조선사들의 올해 1분기 선박 수주량이 단 9척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조선 ‘빅3’ 중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하는 등 최악의 위기에 내몰린 국내 조선업계는 불황을 탈출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미래는 불투명한 상태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선박 수주량은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계열사들이 6척을 기록했다. 여기에 중소 조선사인 연수중공업이 소형 화학제품운반선 3척을 수주한 것이 국내 조선업계 1분기 수주 실적의 전부인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 자료를 보면 한국이 분기 기준으로 한 자릿수 선박수주 실적으로 기록한 것은 2001년 4분기 이후 15년 만이며 클락슨리서치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6년 이후 두 번째다.

수주 잔고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잔량은 지난 2월 말 기준 2,844만CGT(표준환산톤수)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2004년 8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조선업계의 수주가뭄 현상은 업황 악화에 따라 빚어진 전세계적 추세이기는 하지만 중국과 일본은 자국 내에서 나오는 발주 물량을 기반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과 국내 상황은 대조적일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그룹은 지난 2월 말 수주잔량 기준으로 각각 1·2위를 지켰지만 3위는 삼성중공업이 아닌 일본의 이마바리 조선그룹이 차지했다. 이어 5·7·9위에 이름을 올린 중국 업체들은 상위권 진출을 노리고 있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사장은 최근 “올해 1분기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밝혔고 현대중공업 최실선 회장은 “생산성 향상과 원가 절감을 통해 반드시 흑자를 달성하겠다”고 말하는 등 국내 조선 3사는 모두 올해 목표를 흑자 전환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현 추세로 보면 글로벌 업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흑자 전환 목표는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유가가 오르고 세계적으로 선박 발주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소한 적자폭은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업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수주절벽 장기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조선사들의 실적이 개선되더라도 대규모 인력 감축에 따른 불황형 흑자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는 국내 조선 3사에서 연말까지 현장을 떠나는 인원은 1만5,000명에 이르고 3년 내에 총 4만∼5만명의 구조조정이 단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