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바닥 찍었나?…연일 상승세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에 가까워지면서 지난 2년여간 공급 과잉에 시달리던 원유시장이 곧 안정을 되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 하반기나 2017년부터 세계 석유수급이 균형을 맞춰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워낙 많은 재고물량 탓에 당분간 공급과잉이 계속될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 4월 중순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량 동결 합의에 실패한 이후에도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유가 인상을 예상하는 투기자본들도 급속히 원유거래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20달러선 초반까지 하락했던 연 초와 비교해 2배 가까이 반등한 셈이다. 저유가의 충격으로 타격을 입었던 정유, 화학사들은 수출 단가의 회복으로 실적 개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유 4사는 올해 1분기에만 2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석유공사는 최근 유가 상승 기조를 ▲미 달러화 약세 ▲투기자금 유입 ▲비OPEC 생산 감소 전망 ▲쿠웨이트 생산 차질 등의 영향으로 분석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바닥을 찍고 앞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투기자금이 대거 유입됐다”며 “이들이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IEA 사무총장, ‘2017년 세계 석유수급 균형 가능’ 

최근 외신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석유개발 서비스업체인 슐럼버져의 팔 킵스가드 사장은 “2017년 세계 석유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선 대규모 석유개발 투자가 필요하다”며 “현 수준의 세계 석유재고와 잉여생산능력으로는 향후 석유수요 증가분을 충족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킵스가드 사장은 이어 “최근 석유회사들이 유가 폭락으로 개발부문 인력과 장비를 대폭 축소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향후 석유수요 증가 속도만큼 생산량이 빠르게 늘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전망과 관련해 국제에너지기구(IEA)도 공감을 표했다.

IEA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최근 일본 경제산업장관과의 회의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가의 저점 통과 여부는 세계 경제 건전성에 달려있다”며 “세계 경제가 대규모 침체에 직면하지 않는다면 올해 말 늦어도 2017년에는 석유 시장이 균형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연초까지만 해도 심각한 공급과잉 전망이 우세했지만 갑자기 균형 전망으로 바뀐 이유는 저유가로 인한 석유 수요급증과 비OPEC의 생산 감소 영향 때문이다. 인도와 중국을 중심으로 개도국의 석유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도 수급균형의 이유로 꼽힌다.

비롤 총장은 “미국과 캐나다, 러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석유투자가 급감하고 있다”면서 “중동산 석유의존도가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 2년간 미국 캐나다 중남미 러시아 등에서 석유산업 투자가 급감했다”며 “올해 비OPEC 공급은 일산 70만배럴 감소해 지난 25년간 최대 감소폭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석유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석유개발 투자비는 전년보다 20% 감소한 5,664억달러를 기록했다. 또한 올해 투자비는 전년보다 1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슐럼버져는 이보다 2배 더 많은 25% 감소를 예상했다. 미국 유전서비스 업체 베이커 휴제스에 따르면 지난 4월 22일 기준 전세계 석유·가스 개발 및 생산에 사용되는 시추기 수는 전년보다 35% 감소한 1,456기를 기록했다.

이같은 상황과 관련해 비롤 총장은 지난해와 올해 세계 원유업계의 투자가 잇따라 줄어든 뒤 내년부터 반등을 예상하고 있다. 그는 3년 연속 투자 감소가 발생한다면 유가 폭등으로 원유시장 불안이 심각해진다고 분석하며 올해 세계 원유시장 수요는 공급 감소에도 일 120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롤 총장은 “현재 추세를 봤을 때 올해 말부터 원유시장에 쌓인 재고가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도 유가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는 지난 4월 마지막 거래일 기준으로 각각 배럴당 45.92달러, 48.13달러를 기록해 50달러 선에 가까워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선물시장에서 지난 4월 26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유가 상승을 기대하는 WTI 순매입 계약건수는 과거 11개월간 집계 중 가장 많았다.

석유公, 원유재고량 충분…‘2021년까지 공급과잉’

반면 도하회의 생산동결 합의 실패에 따른 ▲초과공급 지속 ▲OPEC 생산 증가 ▲미 원유재고 증가 등은 유가 하락 요인으로 남아있다. 이에 그동안 누적된 세계 원유재고물량 때문에 당분간 공급과잉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최근 리포트를 통해 OPEC이 감산하지 않아도 누적 재고로 인해 2021년까지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OPEC이 오는 6월 정례회의에서 일산 200만배럴 감산 하더라도 2018년 초까지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여러 가지 유가상승 요인에도 불구하고 원유 초과공급 지속으로 하락압력을 받고 있다”며 “비OPEC 생산 감소세가 빨라지면 상승압력을,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달러화 강세로 유가 하락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가 40달러대 안정시 국내 산업 ‘실적개선’ 기대

전문가들은 향후 배럴당 40달러 선에서 유가가 안정된다면 국내 경제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저유가의 충격이 심했던 정유, 화학 등의 산업이 수출 단가의 회복으로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체 관계자는 “저유가로 공급 불균형이 시작됐으며 2020년까지 정유 원유정제설비(CDU) 와 화학 크래커 증설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라며 “공급 부족분은 2년째 축적되고 있으며 앞으로 4년간 이어질 공급 부족 사이클은 정유화학사들의 마진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의 1분기 영업이익은 2조원 안

팎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해 1분기 9,601억원의 두 배를 넘는 수준으로 영업이익이 2조원 수준에 오른 것은 2012년 1분기(2조2,241억원) 이후 처음이다.

정유업계는 SK이노베이션이 올해 1분기 영업이익으로 7,000억원 수준으로 전년대비 12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GS칼텍스는 5,200억원, 에쓰오일은 5,000억원, 현대오일뱅크는 2,000억원 안팎의 흑자를 낼 전망이다. 롯데케미칼(4,680억원), LG화학(4,495억원), 한화케미칼(1,112억원), 금호석화(301억원) 등도 이익이 예상되고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유가가 배럴당 40달러선에 머물면 원유 수요가 적정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동 산유국의 경기 개선은 건설, 플랜트 기업들의 수주에도 긍정적으로 적용할 것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