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석유 등 비정상 제품 판매 · 정량미달 행태 기승

‘엄중 처벌 필요’

서면으로 대체된 올해 한국석유관리원 국정감사에서는 일부 주유소에서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짜석유 등 비정상 제품 판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촉구됐다. 해당 문제가 운전자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석유관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가짜석유 및 품질 부적합 석유 등을 판매하다 적발된 석유사업자(주유소, 대리점 등)가 498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가짜휘발유를 판매한 업소는 2012년 21곳에서 2015년 10곳으로 감소했고 올해 8월 말까지 8곳이 새로 적발됐다. 가짜경유를 판매하다 적발된 업소는 2012년 업소 303곳이었다가 2015년 232곳으로 줄었으며 올해 8월 기준으로 174곳 수준에 이르고 있다. 가짜석유는 아니지만 품질이 떨어지는 석유(품질 부적합 석유)를 판매해 오다 적발된 업소의 경우 2012년 93곳에서 2015년에는 260곳으로 오히려 대폭 늘었으며 올해 8월 말 기준만 보더라도 204곳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도 등유 등을 마치 휘발유나 경유인 것처럼 기망해 차량 연료로 판매하다 적발된 사례 역시 2012년 87건 에서 2014년 130건, 2016년(128건·8월 말 기준)까지 증가세를 나타냈다.

전체적인 합계 수치로 살펴보면 가짜석유 판매, 품질 부적합 석유 판매, 등유를 경유 등으로 속여 판매 하는 등 불법영업을 하다 적발된 업소는 2012년 483곳에서 지난해 584곳으로 증가했으며 2016년 8월 기준만으로도 498건에 이르는 등 주유현장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아 연료 소비자인 운전자의 권익 침해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박정 의원은 “가짜석유 제품 등 불공정 연료 거래행위가 점진적으로 줄고 있는 것은 맞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운전자 안전을 담보로 이득을 취하려는 행태에 대해 다소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불법 행위와 관련 검사장비와 인력을 동원, 단속활동을 강화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새로운 범죄형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석유관리원이 불법석유 유통근절을 위해 선제적 근본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주유소들이 간판을 바꿔가며 가짜석유 판매와 정량미달 행태를 여전히 지속해 소비자들의 큰 공분과 우려를 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훈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국 주유소에서 한 차례 적발된 이후 같은 자리에서 간판만 바꿔 영업하며 불법행위를 저지르다 적발된 주유소가 37곳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은 “2012년부터 지난달까지 이들 주유소가 주요소명을 변경한 후 가짜석유를 유통하다 적발된 경우는 79건이며 같은 기간 정량미달 행위로 적발된 경우는 19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중 “올해에만 재적발된 불법행위 건수가 이미 13건으로 드러나 일부 주유소들의 편법과 불법이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별로는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경기도가 간판변경 후 가짜석유 판매 및 정량미달로 인한 적발된 주유소가 17곳을 기록, 전체의 거의 절반인 46%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심지어 간판만 2번을 교체해가며 6회에 걸쳐 적발된 주유소까지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훈 의원은 “이들 주유소는 대부분 불법행위가 적발되면 해당 주유소의 이름으로 행정조치를 받는다는 점을 악용, 간판만 바꿔 적발 현황을 분산시키는 꼼수를 부린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5년간 주유소명을 기준으로 2회 이상 적발 조치를 받아 상습적으로 소비자들을 기만해 온 주유소도 215곳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5회 적발된 주유소는 5곳, 4회 적발은 9곳, 3회 적발은 37곳으로 드러나 주유업계의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번 자료는 공식적으로 적발된 수치만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적발되지 않은 주유소들까지 합치면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곳이 더 많을 수 있다”며 “일부 주유소들의 그릇된 행동 때문에 업계 전체에 대한 신뢰가 저하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유소들의 기만 행위는 결국 석유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가 가는 만큼 주유소들의 편법적 간판 가꾸기 행태를 비롯해 가짜석유와 정량미달을 근절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박정 의원은 “석유관리원이 아닌 일반 시중 자동차정비업소가 자동차 정비를 하다가 차에 가짜연료가 주입된 것을 의심하고 제보한 사례가 무려 951건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석유관리원은 자동차정비업소들이 제보를 바탕으로 차량 소유주들이 주유했던 곳을 역추적 한 결과 지난 7년간 15곳의 가짜석유 판매 주유소를 색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소수의 악덕 주유소가 수많은 운전자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자동차 성능을 훼손하고 있다”며 “단 한 번이라도 부정영업이 적발된 경우 엄중한 과태료 부과 및 징벌적 손해배상과 형사처벌은 당연한 것이고, 주유업계에 두 번 다시 발붙일 수 없도록 영구 퇴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폐기대상 가짜석유 팔아 내부 운용비 사용?

한편 석유관리원이 압수한 가짜석유를 정유사에 헐값에 팔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금은 별다른 처리명목 없이 내부 운용비로 사용한 것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박정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올해부터 가짜석유 압수물 통합관리기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석유관리원이 올 한 해 동안 수사기관(검경)에 의해 단속된 22개 업소로부터 인수받은 가짜석유 압수량은 228,110kg (리터 환산시 277,984ℓ = 1,300원 기준시 3억6,000만원 어치 해당)이다. 이에 대해 석유관리원은 7개 업소의 가짜석유는 보관 중이며 나머지 15개 업소로부터 압수한 가짜석유는 전량 폐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확인한 결과 폐기 처리했다고 밝힌 15개 업소의 가짜석유는 모두 정유사에 kg 당 340원(ℓ 당 279원 해당)으로 임의 책정돼 넘겨졌으며 수익은 현재 4,990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15개 업소 중 11개 업소 압수량 수익금이며 나머지 4개 업소 압수량에 대해서는 아직 정유사로부터 정산 받지 못했다.

박정 의원은 “석유관리원이 가짜석유를 정유사에 넘기면서 시가의 1/6수준에서 거래하고 그 수익금을 특별히 합리적인 사용처를 정하지 않고 내부 운영비로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석유관리원이 수익금에 대해 탱크로리 구입비, 가짜석유 관리 압수시스템 개발용역비, 기타 내부 차량 운영비 등으로 지출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확인결과 탱크로리는 2015년 예산 편성으로 이미 구입한 것이며 가짜석유 관리 압수시스템 개발용역비 또한 2016년 사업예산이기 때문에 사용처로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박정 의원은 “가짜석유일지라도 사실은 휘발유와 등유나 용제, 경유와 등유 등이 섞인 석유이므로 정유사에 넘길 때에도 적정 대금을 책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유사로부터 정산 받은 압수물 수익금은 전액 가짜석유 주유 피해자 지원 사업 예산으로만 쓰이도록 별도 계정화 시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