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수요 감소, 가동률 저하, 경쟁입찰 심화, 누적적자 증가, 일방통행식 공급가 인상통보, 공감대 부족 등은 현재 액체탄산 제조업계가 당면한 현안문제를 서술한 부분이다.

최근 액체탄산 제조업체들은 수년간 지속돼 온 조선산업의 몰락으로 인해 주요 수요처를 잃어버린 상황이다. 이에 탄산업계는 급격한 수요감소와 가동률 저하로 인한 누적적자를 주장하며 각각의 자구책 일환으로 산업용가스 충전업계는 물론 일부 수요처를 대상으로 9월 또는 10월 중 일방적인 공급가격 인상의 단행을 감행하고 있다.

하지만 탄산업계의 이같은 일방적이면서 선전포고식의 자구책 마련에 대해 액체탄산 유통업계인 충전업체들은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며 대립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모습이다.

산업용가스 충전업계는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감소와 매출하락은 산업경제 전반적으로 공통된 사안이지만 탄산업계가 상황에 따른 설명이나 협의조차 없이 충전업계에 가격인상 공문만 발송하는 행위는 산업경제 전반적인 상황보다는 내부사정에 급급한 이기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가격인상 자체가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나 40~50%의 높은 폭을 제시하면서 공문접수업체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인상안 자체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사실 충전업계가 탄산가격 인상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이같은 높은 인상폭에 대해서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터에 보슬비 예보에 간편한 외출에 나섰다가 갑작스런 천둥, 번개와 더불어 A급 태풍을 맞은 상황이 된 셈이라는 설명이다.

 액체탄산 가격인상 대책마련 긴급회의 개최

이에 지난 9월 4일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 연합회(회장 심승일)는 긴급 자문단회의를 개최하고 액체탄산 가격인상과 대책마련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수요처들이 경기 침체로 인한 매출하락과 제품의 수요감소 등으로 인해 가격인상은커녕 오히려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업체간 물량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탄산업계의 공급가 인상은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조선산업이 밀집한 영남지역의 경우에는 이들 연관산업의 가동률 저하로 수요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신규 충전소의 등장으로 인한 경쟁과열 및 주정회사의 저가공급이 가능한 실정이어서 기존 공급량 유지차원에서라도 이번 탄산 공급가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일부 참석자는 여러 가지 제반여건상 가격인상이 필요한 부분임에는 인지하고 있지만 통상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범위인 물류비, 전기료 등 원가상승 요인 등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폭적인 인상안을 통보한다는 것은 다소 무모한 돌출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한 수요처 및 하부 시장에서 가격인상업체를 피해 저가 공급업체들 찾아다니며 경쟁과 감정을 유발하는 등의 유통질서가 확립되지 않았고 직납처 가격은 크게 변동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조사별 생산원가 분석도 제대로 없이 일률적으로 가격인상만 요구하는 것도 비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가격인상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하부시장에 대한 안정적인 유통질서를 만든 이후에 개별 업체들의 동의 또는 합의를 통해 적정한 가격 책정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입을 모았다.

다만 순서상으로는 액체탄산 제조업체가 각각의 제반여건을 고려해 수긍할 수 있는 상황 설명이 곁들어진 상태에서 최소한 업계 내부만이라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합리적인 선에서 가격조정이 진행된다면 합의점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과 같이 먼저 가격인상안 통보한 후 협의를 하겠다는 것은 순서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수요감소는 확실…매출부진 전가는 무리수?

 이와 관련 액체탄산 제조업계는 2008년 조선산업의 호황과 함께 공급량 부족으로 인한 즐거운(?) 곤욕을 치렀다. 각 제조사들은 재고량 부족으로 공급이 어려운 상태이니 만큼 영업담당자들도 수요처와 유통업체의 발주를 피하기에 급급했다. 따라서 물량부족에 따라 공급가격 자체가 자연스럽게 인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르렀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의 위축으로 인한 선박발주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일감이 없어지자 조선사의 구조조정 확산과 함께 조선산업에 목을 매었던 조선블록사의 부도 및 폐쇄가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한 때 콧노래로 흥을 북돋았던 탄산업계도 동반하락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더욱이 액체탄산 구매입찰을 시행했던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등 대규모 조선사들도 원가 절감을 위해 단가인하 경쟁 입찰을 부추기며 직접적인 내정간섭에 영향력을 나타냈다.

이런 사태에 접어들자 일부 유통업체들도 물량확보에 뛰어들며 각종 네트워크를 동원해 입찰에 참여하며 가격인하를 유도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셈이다.

당시에는 액체탄산 제조업계도 수요대비 공급량이 증가하면서 유통업체라고 하더라도 저가 낙찰자에게 서로 경쟁적으로 물량을 공급하며 가격보다는 공급량을 유지하기에 총력을 다 했던 시기였다. 결국 물량 대주기에 우선적으로 나서다 보니 제조업체가 유통업체에 끌려 다니는 지경에 이르면서 업계 스스로 시장질서 및 안정화를 저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안정적인 수요를 지키지 못한 액체탄산 제조공장의 가동률은 저하되고 매출과 영업이익은 곤두박질치는 동시에 원료탄산 공급업체의 사정으로 인해 일부 탄산제조공장의 폐쇄가 연이어지면서 해당 업체의 경쟁력 또한 낮아지는 원인이 됐다.

이런 와중에 관리비, 생산비, 물류비 등 고정비는 그대로인 반면 생산, 공급량은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액체탄산 제조업계의 부담으로 작용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현재 액체탄산 제조업계는 매출부진으로 인해 허덕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부는 원료가스 공급업체에 페널티까지 물어가면서 공장 가동률은 줄여가고 있다. 수요가 감소한 만큼 자체 저장시설의 한계에 빠져 일주일에 3일 가동하고 3일은 휴지 상태로 운용중이다.

결국 탄산업계가 인건비, 감가상각비, 일반관리비 등 고정비 지출은 매월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월간 매출과 수익의 변화는 감소추세를 이어가고 있는 탓에 공급가 인상 등을 포함한 자구책 마련은 불가피하다. 다만 단가 인상만이 아닌 내부 구조조정 등 또 다른 자구책 노력도 없이 자신들의 적자 폭을 하부시장에 전가하려는 것은 소비자를 봉으로 여기는 생각에서 도출된 부적절한 판단이라고 느끼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이같은 경영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그나마 최고의 고객처인 조선 3사에 대한 가격인상을 감행할 수밖에 없다는 암묵적 합의에 따라 기존가격대비 약 30~40%의 인상안으로 입찰에 참가하는 고육지책을 사용했다. 그 결과 조선사에 대해서는 가격환원이라는 명분으로 대폭적인 가격인상안이 실현될 가능성이 내비춰졌다. 이런 와중에 일부 유통업체의 반발이 거세게 진행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일부 조선사도 경매 낙찰 후 추이를 지켜보며 계약을 미루거나 유통업체에 단가를 제시하며 가격을 맞춰주면 거래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액체탄산 제조업계는 유통업체들에 대해 인상가 이하로는 공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유통업체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조선사에 가스를 공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낙관적이다.

이로 인해 탄산 제조업계와 유통업체간 감정의 골은 점점 더 깊어지며 영업담당자간의 인간관계마저 무너질 정도로 최악의 상황에 접어들었지만 유통업체의 희망사항은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나면 과거와 같이 액체탄산 제조업체들이 물량 확보를 위해 저가공급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눈치다.

이에 대해서 충전업계 한 관계자는 “제조업체 전체가 거래관계에 있어서 똑같은 상황일 수 없고 공급량이나 매출부분에서 빈익빈 부익부 상황도 있는 만큼 보이지 않는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에 탄산업계는 충전업계의 차등적 선택을 위해서라도 각 제조공장별 실정에 따른 원가분석을 통해 공장도 출하가를 기준으로 단가를 명확하게 공개해 투명한 시장경쟁에 협조해 줄 것”을 지적했다.

 액체탄산 제조공장 신증설보단 폐쇄 잇따라

 향후 액체탄산 제조업계는 또 다른 고비를 맞을 수도 있다. 각 지역내 수급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한 각 업체별 신규 제조공장의 신증설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 상황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태경화학의 온산공장 폐쇄와 더불어 선도산업 안산공장의 가동중단 등으로 공급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태경화학 광양공장의 본격적인 가동이 눈앞에서 멀어지는 등 신설 공장의 등장도 막히며 앞으로 공급량 과잉은커녕 보합세 유지마저도 어려운 실정이 되고 있다.

이와 겹쳐 태경화학은 조만간 여수공장의 생산량마저도 줄어들거나 공장 폐쇄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어 공급량 축소부분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그나마 동광화학의 울산공장 증설과 덕양과 한국특수가스의 신증설 등이 반가운 소식으로 보여진다.

아무튼 이번 탄산업계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확고한 가격인상 카드를 내놓은 만큼 안팎으로 예의주시하고 있음이다. 이와 더불어 경쟁업체의 사업축소로 인한 반사이익을 노리며 연관업체들이 개별적으로 물량확보, 단가조정 등으로의 영업정책 변화 가능성을 기대하는 하부시장의 분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