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전남 여수소재 GS칼텍스 BTX(벤젠, 톨루엔, 자일렌)공장 변전실 패널에서 발생한 화재로 BTX2공장을 가동 중단했다. 연이어 10일에는 제2공장 제3중질유분해시설(VRHCR)의 냉각기 인근 배관에서 불이 나 가동을 멈췄다.

이같은 사고로 인해 파이프라인이 설치된 대규모 사업장에는 배관 및 공장 기밀유지를 위해 필요한 퍼지용 기체질소(GN2)가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간다. 각 산업별 공장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20,000㎥/h의 GN2가 허무하게 사라지는 셈이다.

여수뿐만 아니라 최근 충남 대산, 울산, 이천 등 곳곳에서 ASU 플랜트의 트러블과 보수점검 등이 잇따라 발생되면서 지난달부터 갑작스럽게 산소, 질소 등 산업용가스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나타났다.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대규모 수요처에의 백업 또는 퍼지용 물량공급이 우선되다 보니 충전소 및 중소수요처에 공급되는 가스는 다소 타이트한 상황이 됐다.

여기에 기체가스 생산을 위주로 한 온사이트형 플랜트는 액화기를 별도로 가동하기 어려운(과도한 생산원가 증가로 인한) 탓에 일부는 기체가스가 과잉 공급돼 오히려 버려야하는 상황도 불가피한 현상이 됐다. 따라서 온사이트형 플랜트의 가동중단으로 인한 기체전환용 액화가스 물동량은 원거리 공급도 불사할 만큼 해당업체들의 탱크로리 움직임은 숨 가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먼저 지난달에는 린데코리아 대산공장의 트러블로 인해 롯데케미칼, 한화 등 수요처에 공급할 질소를 백업하느라 화성, 탕정 등의 물량이 급파됐다. 이로 인해 이천 SK하이닉스의 자체공장 백업용으로 기존에 공급받던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SK에어가스가 울산에서 이천으로 원거리 공급에 나서기도 했다.

여기에 3개 액체가스 제조업체가 주주인 서울냉열도 여름철 LNG 냉열 이용이 원활하지 않아 생산량 자체가 급감하면서 중부지역의 액체가스 부족분을 커버할 수 없는 상태다.

또한 울산 코리아에어텍의 경우 ASU 플랜트 내부의 모터가 파손되는 사고로 대한유화 등에 공급할 기체가스 물량을 각 업체별 물량이동 사정으로 인해 제때 공급받지 못하게 되면서 난항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코리아에어텍의 경우는 파손된 모터의 부품사인 미쓰비시가 서비스대응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아무리 빨라도 이달 말을 넘길 가능성이 높고 늦으면 연말까지 플랜트의 정상가동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리고 GS칼텍스의 연이은 사고로 공장가동이 중단되면서 대성산업가스 여수공장에서 커버하지 못한 유지보수용 가스공급을 위해 울산에서 원거리 공급에 나서면서 지역간 물량 부족 편차가 높은 수준으로 이어져 왔다.

이 때문에 일부 충전소는 포스코와 한국철강, 환영철강 등 잉여가스 업체에 러브콜을 보내 가스제조업체가 공급 못하는 부족분에 대해 공급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또한 지난 7월 하순부터 하절기 전력비 부담증가와 철강사들의 전기로 가동률 하락으로 인한 ASU 플랜트의 감산 등이 이어지면서 평상시 대비 재고량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제조원가대비 시장에의 공급가격이 저가로 책정된 탓에 액메이커들이 액체가스 생산에 따른 전력비의 추가부담을 떠안지 않으려는 이유도 공급부족사태에 한몫 거들었다.

이와 관련 가스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과거 액체시장이 대다수였을 때와는 달리 기체생산 후 액체가스를 별도로 생산해야하는 현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공급가가 낮은 액체가스의 수급조절을 위해 별도의 액체플랜트를 가동한다는 것은 부담이 너무 크다”고 지적하고 “앞으로도 원활한 수급밸런스 조절을 위해 제조원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전기료 인상분만큼의 공급가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긴급하게 움직였던 이들 업체와는 상관없는 가스제조업체는 하부시장의 흐름에 맞춘 조절보다는 기존에 거래관계를 가진 업체에의 공급과 정기적인 스왑물량을 제외하고는 다소 물량공급에 여

유를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은 빠르면 10월 추석연휴 동안 가스수요처들의 공장가동 중단에 맞춰 1,000~10,000톤에 달하는 초저온 저장탱크에 물량을 가득 채울 수 있어 한달여가 지난 후에는 예년처럼 공급물량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