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개발사업 좌초 위기 직면

#지난 2009년 한국석유공사는 캐나다 에너지기업 하베스트를 39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하베스트는 서울시 면적의 광구를 보유하고 있었고 당시 석유공사는 하베스트의 인수로 우리나라가 석유와 가스 2억배럴을 확보하게 됐다고 홍보했다.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지분 100%를 사들이며 총 40억8,000만달러를 투자했지만 지금까지 회수한 금액은 400만달러에 불과하다. 회수율로 따지면 0.1%의 처참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캐나다 원유와 가스는 수송이 어렵고 판로가 제한돼 있어 내수 물량을 제외한 전량을 미국에 수출해야 하는데 미국의 셰일 원유·가스 생산 확대로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 컸다. 우리 돈 4조원 이상을 주고 사들인 하베스트의 현재 장부가액은 2억5,400만달러(약 2,876억원)로 하락한 상태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2010년 호주 글래드스톤액화천연가스(GLNG) 지분 15%에 대한 매입계약을 체결하고 총 39억6,790만달러를 투자했다. 5년간의 탐사를 거쳐 2015년과 2016년에 액화플랜트 각 1기가 생산을 시작했지만 아직 투자액 회수 실적은 전무하다.

 공기업 44조원 투자해 36.7% 회수

민간기업 40조원 중 74.8% 회수

 공기업들이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자원개발에 거액을 쏟아 부은 지 10년이 지났지만 회수한 금액은 아직 투자액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국제유가 하락과 자원개발 공기업의 역량 부족 등이 겹치면서 발생한 결과이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해외자원개발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6년도 해외자원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한 총금액은 746억3,000만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작년 말까지 이익이나 배당,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회수한 금액은 투자액의 54.9%인 409억9,800만 달러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공기업만 따로 떼고 보면 그 수치는 더욱 처참하다.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진행 중인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작년 말 기준 62개국 476개 사업(석유가스 141개, 광물 355개)이다. 이 가운데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전력공사 및 자회사 등 공기업의 누적 투자액은 388억5,000만 달러다. 하지만 회수한 금액은 36.7%인 142억4,2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이를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지금까지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44조원을 들여 16조원만 건진 셈이다. 반면 민간기업은 357억8,000만달러를 투자해 267억5,000만 달러를 회수해 공기업의 2배인 74.8%의 회수율을 보였다.

공기업 중에서는 석유공사와 가스공사가 그나마 회수율이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 27개 자원개발 사업을 진행 중인 석유공사는 베트남의 원유와 가스, 예멘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등 5개를 제외한 22개 사업에서 아직 투자액을 회수하지 못했다. 34.5%의 회수율을 기록 중인 가스공사는 22개 해외사업 중 카타르 라스 라판 사업, 오만 LNG 사업에서만 투자액보다 많은 돈을 벌어들였을 뿐이다.

반면 32개 해외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광물자원공사는 회수율이 9.7%에 불과하고 특히 한전과 자회사들은 15개 사업에서 고작 5.5%의 회수율을 기록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곧 국내 국민들로부터 독점적으로 전기료를 거둬들여 해외에 퍼준 셈이나 마찬가지이다.

정부 주도 졸속투자 및 공기업 역량부족이 근본 원인

지난해 신규사업 10건 모두 민간…정부 지원 감소세

이처럼 다수의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아직 투자액을 회수하지 못하는 등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부진의 직접적인 원인은 2014년 말 이후 석유, 가스 등 자원가격 하락에 따른 보유 자산 가치와 수익 급감으로 볼 수 있다.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해야 할 사업들이 자원을 너무 낮은 가격에 팔거나 사업성이 부족해 아예 생산을 중단한 것이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석유 평균 가격은 2011년 배럴당 105.98달러(두바이유)에서 2016년 41.41달러로 60.9% 하락했다. 가스 가격도 2011년 t당 677.03달러(동북아 현물가격)에서 2016년 289.56달러로 57.2% 빠졌다. 유연탄, 철광석, 동, 아연, 니켈, 우라늄 등 6대 전략 광종도 2011년 대비 가격이 하락했거나 정체 상태이다.

특히 앞서 밝힌 바와 같이 하베스트와 혼리버 키위가나 광구 등 캐나다에 투자한 사업은 미국의 ‘셰일 혁명’으로 타격을 입었다. 캐나다 원유와 가스는 수송이 어렵고 판로가 제한돼 있어 내수를 제외한 전량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데 미국의 셰일 원유·가스 생산 확대로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예멘과 나이지리아, 이라크에 대한 투자 등 내전이나 해당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사업이 중단된 경우도 존재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정부주도의 이해할 수 없는 졸속투자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경제성이 부족한 사업에 대한 무분별한 투자 등 공기업의 비효율과 역량부족이 자원가격 하락 못지않게 중요한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경제성이 부족한 사업에 ‘묻지마 투자’가 서둘러 이뤄졌고 공기업의 비효율과 역량 부족도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실패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산업부는 지난해 6월 ‘자원개발 추진체계 개선방안’을 발표, 공기업은 비핵심자산 매각 등 체질개선에 집중하고 신규사업은 민간 주도로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또한 공기업의 역할은 민간기업 지원으로 축소됐다.

일각에서는 최근 기업들이 리튬 등 주요 자원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정부가 해외자원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예를 들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은 가격이 2015년 ㎏당 47.9위안에서 2016년 125.21위안으로 급등했고 2016년 수입량도 전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

해외자원개발 신규사업은 매년 감소하는 추세이다. 석유가스 분야는 신규사업이 2011년 41건에 달했지만 이후 2012년 18건, 2013년 8건, 2014년 5건, 2015년 4건, 2016년 2건으로 매년 감소했다. 2016년 2건은 모두 민간기업 투자로 공기업의 신규사업은 전무했다.

이 가운데 광물 신규사업은 2008년 71건으로 최고점을 찍고 매년 줄어 2016년에는 8건에 불과했다. 8건 모두 민간기업이 투자했다. 출자와 융자 등 정부 지원도 2010년 이후 크게 감소했다.

무엇보다 유전개발사업출자, 광물공사출자, 해외자원개발조사, 해외자원개발융자 등 정부지원은 2010년 총 1조7,015억원을 찍었지만 2012년 1조1,196억원, 2014년 3,933억원, 2016년 952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다만 올해 해외자원개발 정부 예산은 1,55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확대됐다. 이는 지난해 예산을 한 푼도 지원하지 않았던 해외자원개발융자가 부활, 올해 1,000억원을 책정했기 때문이다. 기업이 투자에 실패하더라도 일정 지원액은 갚을 의무를 면제하는 해외자원개발융자는 지난해 말까지 5조1,464억원을 지원해 1,739억원을 회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