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공략과 원거리 영업 자제해야

10여년을 이어온 불안한 경제 상황이 여전히 암흑 속을 헤매고 있는 가운데 늘어나는 한숨만 여기저기서 메아리치고 있다. 이럼에도 경제를 주도해야할 제조산업의 현주소는 내적인 성장보다는 외적인 성장에 치우쳐 동종업종간 물고 뜯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더욱이 이같은 제조산업의 기초소재로 사용되는 산업용가스는 산업경제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만 제품의 한계성으로 경쟁에만 치중하다 보니 성숙하지 못한 시장형성으로 물가변동률은 고사하고 오히려 가격하락만 돋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산업용가스의 가격구조는 지난 수십 년간 매년 인상돼 온 물가상승률의 반영은커녕 전기료, 물류·인건비 등의 상승에 따라 치솟아버린 생산원가 대비 공급가격은 오히려 하락되는 기현상을 보여 왔다.

이처럼 정형화돼 버린 산업용가스 가격구조의 타파를 위해 가스업계는 그동안 무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결국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해왔다.

실제로 산업용가스 충전업계를 기준으로 액면가의 변동자체가 수십 년 동안 큰 변화 없이 흘러왔다. 물론 수요의 변화에 따라 액메이커들의 공급량도 증가한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중간 공급업체의 증가로 경쟁이 과열된 탓도 있다. 이는 반경 10km도 안 되는 동일 지역 내에 밀집한 충전소의 숫자가 10여개소가 넘는 지역이 경기 화성, 부산 및 김해지역 등 전국적으로 서너곳이 분포돼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에 맞물려 수요처도 업종내부의 경쟁을 부추기며 가격인하를 유도하는 양상이다 보니 울며 겨자먹는 식으로 사업을 추진해 한편으로는 밑지는 장사를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의 노력과 자성이 업종 내부로부터 불씨를 피워내야 한다. 이를 위해 자기만 잘 먹고 잘 살아야겠다는 이기주의가 팽배해지면 결국 자신은 물론 업종 전체에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주목해야만 한다.

최근 몇 년간 충전업계에서 보여준 일련의 경쟁상황을 살펴보면 물량 욕심으로 비롯된 원거리 대납과 수요처 대상의 저가공략으로 스스로를 피멍들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실질적으로도 가격구조의 형성에 저해되는 요인 중 하나가 배관공사, 저장탱크 설치, 용기 무상임대 등도 모자라 기부체납까지 요구하는 수요처의 시장현실도 문제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시공해주는 동종업체 간에 벌어지는 출혈경쟁, 즉 내부의 적을 다스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무관심과 경쟁과열로 가격구조는 업계 스스로 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로 여겨진지는 이미 오래전 얘기다. 사실 덤핑(시장가격 이하) 공략도 제재하기가 어려운 업종이다. 그래서 1%도 안 되는 이익률을 훼방놓으며 공급중인 거래처에 0.5% 이익을 보겠다고 덤벼드는 경쟁자도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중부지역의 한 충전소는 최근 웃지못할 황당한 상황에 처해 허탈감과 함께 무력감에 빠졌다고 한다.

사연인 즉 누가봐도 지극히 정상적인 계약을 통해 3~4년 동안 안정적인 공급을 받아 왔던 수요처가 경쟁 충전소의 저가공략 때문에 기존 공급자가 도둑놈, 사기꾼이란 오명을 받은 것이다. 그것도 100㎞ 거리에 육박하는 타 지역 업체가 시장유통가를 무시하고 견적을 제시한 것을 근거로 그동안 거래했던 공급가와 비교해 차액을 내놓으라는 생떼에 자괴감이 생길 정도라는 설명이다.

물론 수요처는 싼 가격에 제품을 사용하려는 욕심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로 인해서 업종 내부의 갈등과 과열경쟁이 부추겨 진다는 게 문제다. 때문에 이같은 현실에 대해서는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전체 업계가 공동으로 대처해서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할 대목임에는 틀림없다.

이와 더불어 수백㎞가 넘는 지역에서 저가영업 또는 인맥을 통한 무분별한 상도의를 저지르고 나서 기존 거래업체나 경쟁업체에 물량공급을 저가에 요청하는 것도 조속히 해결해야할 오래된 숙변이다. 자신의 거래처를 빼앗기고 대신 더 낮은 가격에 공급하라고 요청할 경우 받아줄 공급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실질적으로 자신은 공급하지 못할 것을 알고도 사돈의 팔촌까지 들먹이며 인과관계 때문이라는 핑계로 거래처를 빼앗고 새로운 공급업체를 찾아다니는 구걸행위도 없어져야할 업계 내부의 병폐다.

비로소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고 공익을 추구하는 단체와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일 것이다.

결국 사업을 하는 목적은 경제적인 이윤을 확대해 보다 윤택한 생활을 누리고자 하는 게 당연한 결과지만 남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은 도의적으로 잘못된 행위임에는 틀림없다.

이 같은 행위를 방조하거나 뒤로 도움을 주는 것도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다고 눈앞의 이익만을 위해 도의적 상거래를 믿고 계약한 거래처에 속임수를 사용해 지나치게 폭리를 취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어찌됐건 나만 잘 살기 위해 공격적으로 거래처를 빼앗고 업종전체에 피해를 주는 행위는 산업용가스업계가 뼈저리게 반성해야할 대목으로 인식하고 바로 잡아야할 1순위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 대목에서 조합과 연합회 등과 같은 이익단체 내부에서도 자신과 연관된 경우는 목에 핏대를 세우고 강하게 어필하지만 직접적인 피해가 없는 경우에는 과거에 자신은 현실적인 도움을 받았더라도 현실에서는 얌체처럼 회피만 하는 일부 단체장이나 간부의 모습도 없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 본다. 더불어 최근 몇몇 업체의 하소연에 따르면 회원사를 보듬고 안아야할 지역단체장이 솔선수범은커녕 약한 이를 괴롭히며 거래처를 빼앗는 행위를 하고도 영업사원을 핑계 삼았다고 하니 업종자체의 답답함을 이루말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지금까지 본지가 창간되고 17년간 지켜본 결과, 산업용가스업종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생각과 함께 전체의 이익(불이익)이 나의 이익(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사고와 판단이 필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혼자만의 이익은 없다는 생각으로 반드시 뭉쳐야만 모두가 살 수 있는 초보적인 업종임에는 틀림없다는 게 결론으로 도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