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원전 건설 백지화·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

정부가 2038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14기까지 줄이는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을 확정했다. 노후 원자력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금지하고 전력수급 안정성 등을 고려해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해 원전 축소로 인해 줄어드는 발전량을 대체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10월 24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정책권고에 따른 정부 방침을 확정하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후속조치와 보완대책을 의결했다. 이날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 후속조치와 탈원전 로드맵을 보고하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원전 안전기준 강화대책을 마련했다.

먼저 후속조치를 살펴보면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중단을 위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이사회 의결에 따라 계약·협력업체가 일시중단 기간 중 지출한 비용은 한수원이 보상할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 보전 범위와 규모는 한수원과 계약·협력업체간 협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또한 지역주민과 지역경제에 대한 대책으로 공사 일시중단 이전 진행 중이던 토지보상과 집단이주, 발전소주변지역지원법에 따른 지역지원금, 한수원과 지역과의 합의에 따른 지역상생합의금 등은 당초 계획 또는 합의에 따라 집행키로 했다.

신고리 5·6호기 준공시기 등은 연내 발표될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하기로 했다.

원전 안전기준 강화 대책 마련

설비건전성 및 내진설계기준 상향 등

이와 함께 정부는 공론화위원회가 건설재개에 따른 보완조치로 제안한 ‘원전 안전기준 강화’를 적극 수용, 대책을 수립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해 9·12 지진과 다수기 밀집 등으로 원전 안전성에 대해 국민 우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의 원전 안전성 논의 등을 고려해 안전관리체계를 전면적으로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먼저 중대사고 및 다수기 안전성 평가가 강화된다.

이에 따라 오는 2019년 6월까지 모든 원전은 설계기준 사고뿐만 아니라 중대사고를 포함해 사고관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특히 부산·울산 등 동일부지 내 다수의 원전이 밀집한 국내 원전의 특성을 감안, 다수의 원전에 동시다발적 사고발생시의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다수기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 규제방법론’을 조기에 개발하고 2020년부터 고리 원전(부산 기장군)부지에 시범적용 후 여타 원전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설비건전성 및 내진설계기준 상향을 위해서는 고리 2·3·4호기, 한빛 1·2호기, 한울 1·2호기(월성 1호기는 별도 검토) 등 25년 이상 장기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한 안전투자를 확대하고 모든 원전에 대해 규모 7.0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성능보강을 2018년 6월까지 조속히 완료할 방침이다. 아울러 9·12 지진 단층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내 원전 내진설계기준을 상향조정해 내진보강 조치 등을 추가 실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원전 비리 척결을 위해 원전감독법 시행에 따른 한수원, 한전KPS,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자력연료, 한전(원전수출) 등 원전공공기관과 24기 전 원전에 대해 구매, 조직, 시설관리 등 안전·투명경영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며 점검결과는 해당 기관의 차기 운영계획에 반영해 차질 없이 추진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원전관리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서는 안전 관련 정보공개 대상을 대폭 확대해 원전 사건·사고 조사 및 정기검사보고서 등 규제결과물 외에 한수원의 인허가 신청서류 등도 공개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 확정

원전 단계적 감축 및 재생에너지 확대 등

정부가 마련한 에너지전환 정책 전반에 대한 중장기 목표와 방향을 담은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에 따르면 신고리 5·6호기는 공론화 결과에 따라 공사를 재개하되 현재 계획된 신규원전 건설계획은 백지화하기로 했다. 또한 노후 원전은 수명연장을 금지하며 월성 원전 1호기는 전력수급 안정성 등을 고려해 조기 폐쇄키로 했다.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에 따라 원전은 2017년 24기에서 2022년 28기, 2031년 18기, 2038년 14기 등으로 단계적으로 감축되며 이러한 원전의 단계적 감축방안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31년)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2038년)에 반영할 예정이다.

원전의 단계적 감축과 관련해 적법하고 정당하게 지출된 비용에 대해서는 정부가 관계부처 협의 및 국회심의를 거쳐 기금 등 여유재원을 활용해 보전하되 필요시 법령상 근거 마련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현재 7%인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30년 20%로 확대함으로써 원전의 축소로 감소되는 발전량을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를 확대해 공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폐기물·바이오 중심의 재생에너지를 태양광·풍력 등으로 전환 ▲협동조합·시민 중심의 소규모 태양광 사업에 대한 지원 ▲계획입지 제도 도입을 통한 난개발 방지 ▲관계부처, 공공기관 협업을 통한 사업발굴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구체적 추진방안은 연내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다.

정부는 에너지전환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되는 지역과 산업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보완 대책도 강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고리 1호기 영구정지를 계기로 58개 상용화기술 중 미확보 17개, 38개 원천기술 중 미확보 11개 기술 개발을 추진하며 향후 성장이 예상되는 해외 원전해체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동남권 원전해체연구소 설립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용역을 추진한다. 이어 에너지전환에 따른 국내산업 보완대책으로 원전수출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사우디, 체코, 영국 등에 대해 정상회담, 장관급 양자회담 등도 추진키로했다. 뿐만 아니라 신재생 이익공유, 온배수 활용사업 등 주민과 지자체가 참여해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며 연내 정책연구용역을 통해 세부 시행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원전산업 중소·중견기업의 판로 전환 등을 지원하기 위해 산업계와 함께 참여형으로 에너지전환에 따른 보완대책을 수립하기로 했으며 한수원은 원전안전운영과 해체산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기타 신규사업 발굴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검토, 원전 산업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할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총력을 다 할 방침이며 후속조치 및 보완대책 이행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