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정부부처간 업무조율 능력과 정책 추진의 부실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산소, 질소,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등 의료용가스 제조·판매와 관련해 의료용가스 GMP 시행을 앞두고 적합판정을 받기 위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해당업체들은 의료용가스 GMP 적합판정을 위해서 분석기 및 설비투자 등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2~3억원의 직접적인 투자가 이뤄졌다, 또한 유지관리를 위해서는 인적자원의 재구성과 별도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탓에 관련업계는 경제적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정부시책에 맞춘다는 의무감으로 별 기대감없이 사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총매출에서 약 3~5% 비중을 차지하는 의료용가스 공급사업을 위해 단순히 명맥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추진된 탓에 여전히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에 의료용가스 제조원가 상승과 공급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일부 지역업체들은 의료용가스협의체를 만들어 의료수가 조정 등을 건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의료용가스 GMP 제도의 시행은 환자와 국민들에게 최상의 품질제공과 안전한 공급을 위한 당연한 조치일 수 있지만 이같은 제품의 제조원가 인상은 제조·공급업체와 수요처가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어 경기가 어려운 현실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제적 부담만 높아진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의료수가를 담당하고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의료용가스 보험수가를 하향조정한다는 공문을 해당업체들에게 발송하는 사태가 발생돼 관련업계가 황당하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의료용가스 GMP 적합판정 업체를 대상으로 ‘실거래가 약제 상한금액 조정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 13조(직권 결정 및 조정) 등을 관련근거로 제시한 공문에는 ‘약제 실거래가 조사에 따른 약제 상한금액 조정’ 등에 따라 제13차 약제급여 평가 결과를 안내하고 30일 이내에 재평가 신청을 권고했다.

의료용산소의 보험수가를 10ℓ기준의 기체산소를 10원에서 9원으로 10%가량 하향하고 아산화질소는 480원에서 457원으로 조정하겠다는 평가결과를 통보한 것이다.

GMP 시행으로 인해 의료용가스 공급가를 10% 이상 인상해도 어려운 현실에서 오히려 10%를 내리겠다는 발상이 누구의 머릿속에서 구상됐는지 탁상행정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일단 서울경인지역 의료용가스 관련업계는 조정내역 열람기간인 11월 9~15일 중에 심사평가원을 방문해 이같은 공문작성의 이유를 묻고 강력한 철회의사를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본격적인 GMP 제도 시행이전인 현재로서는 업계가 기존 공급가격의 변동을 추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책마련과 원가분석을 통한 인상안을 검토중이었다”며 “이런 와중에 정책시행을 주관하는 정부가 이같은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은 정부의 무능함을 스스로 검증하고 있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관련업계 내부의 문제점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전국의 국공립 의료기관이 시행한 경쟁입찰에서 과열경쟁으로 인해 입찰사의 예가가 무색할 정도로 투찰을 진행한 탓에 실제로 반영된 공급가격은 하향평준화가 이뤄졌다는 결과에서 충분히 나타났다.

하지만 이같은 결과만으로 정부가 시장가격을 판단하는 것은 충분한 현실조사가 부족했고 관련업계와의 소통부재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또한 제조원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시장가격 하락을 유도하는 듯한 형태로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시행은 향후 의료용가스 시장에서 서비스의 질적 하락과 공급불안 등의 형태로 역효과가 나타나 국민불안을 가중시킬 우려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