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중심 혁신 TF 구성…객관성·전문성 확보

내년 상반기까지 전체사업 재평가 및 대책수립 추진

정부가 해외자원개발사업의 부실재발 방지대책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백운규)는 지난 11월 29일 드래곤시티호텔에서 ‘해외자원개발 혁신 테스크포스(이하 TF)’ 착수회의를 개최하고 해외자원개발 실태 자체점검 결과와 해외 자원개발사업 평가 연구용역 등 향후 TF운영계획을 논의했다.

이번 TF는 해외자원개발 실태와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향후 부실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구성됐다. 특히 학계, 회계, 법률, 시민단체 전문가를 위원으로 구성하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박중구 교수를 위원장으로 선출해 객관성과 전문성 확보에 신경을 기울였다.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해외자원개발 실태에 대한 산업부와 3개 공사(한국석유공사, 한국광물공사, 한국가스공사) 자체점검 결과에 따르면 2008년 이후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외형은 확대된 반면 성과는 미흡했다고 자체 평가했다.

우선 점검 결과에서는 2017년 6월 기준 투자(43조4,000억원)대비 회수(16조7,000억원)율은 38%이며 현재까지 확정된 손실액(13조6,000억원)도 투자비의 30%를 상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원개발율은 2008년 5.7%에서 2016년 14.8%로 상승했으나 실제 국내로 도입한 물량은 원유 0.3%, 광물 28.0%, 가스 29.0%에 그쳤다. 비상 시 도입 가능한 물량도 석유 47%, 가스 64%, 광물 92% 수준으로 매우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이어 국내기업이 조달·설계·시공(EPC) 등을 수주한 실적은 총 투자비의 3.4%(석유), 14.1%(광물)이며 운영권 확보사업들도 11.0%로 저조한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광물공사는 자본잠식 상황이며 석유공사는 부채비율이 상승하는 등 자원 공기업 재무구조가 약화됐다. 실제 부채비율은(2008년→2016년) 광물(85%→자본잠식), 석유(73%→529%), 가스(438%→325%) 등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 간과 등

산업부, 다양한 문제점 자체 진단

산업부는 이러한 부실 발생 원인을 해외자원개발 모든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자체 진단했다.

먼저 ▲셰일가스 확대 등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 간과하고 정확치 않은 시장전망 하에 전통유전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점을 지목했다. 또한 ▲부족한 경험과 역량으로 고비용·고효율 사업 참여해 수익성 감소(2008년 이후 투자사업 수익성 2007년 이전 대비 절반 수준 하락) ▲압축적 성장을 위한 집중투자로 인한 유가 하락기에 큰 손실 발생 ▲부실한 경제성 평가(연구개발 등 추진시 비용 과소평가, 수익은 과대평가)로 인한 성급한 사업 인수 ▲자원 처분권이 없는 해외주식 매입(자주개발률 실적 충당) 후 주가하락으로 인한 손실(변칙적 주식투자-8,000억원 투자, 5,000억원 손실) ▲과도한 차입과 무분별한 자회사 채무지급 보증으로 인한 총 부채규모와 이자비용 급증 ▲사업 성사를 위한 과도한 법적 의무 부담 및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법적 대응 미비(비대칭 계약) 등도 문제시 됐다. 이울러 ▲매입 자산의 사업관리 소홀(책임회피를 위한 부실사업 추가투자, 플랜트 고장, 재고자산 방치 등) ▲자원개발 역량(운영능력 및 기술) 강화 실패로 탐사사업에서 큰 손실 발생 ▲공사에 과도한 자율권 부여(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중요사항 위임 등) ▲비전문가 위주의 사외이사 선임으로 인한 견제·감시기능 부재 ▲자원외교 시 홍보대비(MOU를 최종적 성과로 홍보) 실적 부진으로 국민적 상실감 초래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와 관련 자원 공기업들도 개별사업 추진 과정상의 문제점들에 대한 자체 점검 결과를 TF에 보고했다. 이에 TF에서는 대규모 부채와 잔존부실로 추가손실을 배제할 수 없으며 제3자의 객관적, 전문적인 경제성 분석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평가했다.

예상 회수율은 국정조사 당시에 121%로 전망됐으나 최근에 전문기관을 통해 다시 산정한 결과 95%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최근 3년간 실제 회수액도 국정조사 당시의 전망을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나 95% 수준의 회수 가능성마저도 불확실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 따라 TF는 민간중심으로 제3자의 객관성 및 전문적인 실태 파악 후 사업별 처리방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 TF는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 상 예비타당성조사 규정을 준용한 3개 공사 81개 사업 평가 연구용역 등 향후 운영방안도 논의했다.

연구용역 결과는 TF 분과회의를 통해 중간점검하는 등 공사별로 심층적인 검증작업을 거칠 예정이다. 분과회의 이후 TF는 전체회의를 개최해 81개 사업을 우량, 관리, 조정 등 3개 군으로 분류하는 등 향후 처리방향을 권고하고 3개 공사가 실태조사 결과를 반영해 중장기 재무관리 및 부채감축 계획 등 구조조정 방안을 수립해 보고하도록 할 계획이다.

박중구 위원장은 “이번 회의를 통해 정부와 공기업이 그간의 문제점들을 인정하고 반성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진전”이라 평가하고 “해외자원개발사업은 국가 에너지안보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업으로 향후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안을 모색하고 비전을 가지고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