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국회 통과

산소·질소·수소 등 6개 품목 1년 안에 지정 신청해야

그동안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사업 환경 일정부문을 보호 받았던 고압가스충전업이 만료를 앞두고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이 추진돼 고압가스 충전 및 판매업체들이 크게 반기고 있다.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생계형 적합업종을 직접 지정하고 대기업의 영업을 제한하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5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 인해 오는 6월 30일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만료를 앞둔 고압가스충전업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현재 고압가스충전업 중 ▲수소 ▲질소 ▲산소 ▲아세틸렌 ▲아르곤 ▲이산화탄소 등 6개 품목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있으며 품목 모두가 오는 6월 30일 지정 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특별법 통과로 인해 고압가스충전업 6개 품목은 지정 만료 후 1년 안에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을 신청하면 향후 5년간 해당 품목에 대한 대기업의 진출이 제한돼 그동안처럼 사업 환경 일정부문을 보호 받을 수 있게 된다. 만약 지정기간 중 대기업이 해당업종·품목에 진출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도 있다.

그동안 고압가스충전업계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만료를 앞두고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를 비롯해 각 지역 고압가스조합(4개)들이 적합업종 재지정을 위해 구슬땀을 흘려왔다. 무엇보다 연합회 심승일 회장은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재지정 추진에 앞장서며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번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그 노력의 결실을 맺게 됐다.

충전업계, 영세업종 보호 당연 Vs

액메이커, 일부 충전업체만 배 불리는 꼴

이번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와 관련해 산업용가스 제조업체들의 대응도 주목된다. 그동안 고압가스충전업계는 일부 액메이커가 충전업 이하의 중소시장에 대규모 물량과 가격인하를 무기로 무작위 시장진입을 시도하면서 유통시장의 질서가 흐트러지고 하위업종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고 주장하며 충전업에 대한 중기적합품목 선정의 당위성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국내 다국적 산업용가스 제조업체(액메이커)들도 그동안 일부 충전업체가 사익추구를 위한 무차별 시장공략차원에서 자가 탱크로리 보유를 확대해가며 충전사업의 범주를 떠나 저가의 잉여가스를 매입, 동종업체는 물론 액메이커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상황이라며 당시 적합업종 선정에 유감을 표한 바 있다.

때문에 중기적합업종 만료를 앞두고 또 다시 고압가스충전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된다면 산업용가스 제조업체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메이커 관계자는 “물론 사업 환경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업종과 품목은 엄연히 존재하고 그 취지는 공감하지만 현재 일부 중견 고압가스충전업체들은 이미 액메이커의 사업부문까지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 또 다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란 이름으로 재지정된다면 이들 업체의 배만 불려주게 되는 꼴이 될 것”이라며 이번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기간 5년

대기업 위반시 매출액 최대 5% 이행강제금 부과

한편 이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특별법에 따르면 소상공인단체는 현행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있는 73개 업종·품목(고압가스충전업 외에 주조 6개, 공기조화장치 3개 냉각탑, 생석회 등 포함) 등 소상공인의 생계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업종·품목을 중심으로 동반성장위원회에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할 수 있고 동반성장위원회는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중소벤처기업부 심의위원회에 추천을 하게 된다.

심의위원회는 지정 추천을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업종의 영세성 등을 고려해 적합업종을 지정하게 되며 1회에 한해 지정 결정을 3개월 연장할 수 있다. 단, 법안은 ▲상생법상 적합업종 합의기간이 1년이 내 만료 업종·품목 ▲상생법 상 적합업종 합의 도출 전 보호시급 업종·품목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기간이 1년 이내 만료 업종·품목 등으로 한정 지었다.

무엇보다 기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기간은 3년, 한 번 연장시 최대 6년이었던데 반해 이번 생계형 적합업종은 5년으로 바뀌는 것이 특징이다. 이로 인해 업황 변화 등에 따라 정부는 생계형 적합업종을 중도 해제할 수도 있다.

특히 이번 법안은 대기업의 참여와 책임을 강화했다. 먼저 동반성장위원회가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추천하면 3개월 이내에 심의위원회가 의결해야 한다. 이는 과거 대기업이 협상테이블에 나오지 않아 1~2년씩 합의가 미뤄지던 과거 악습을 끊겠다는 의지로 풀이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대기업에 자료제출 요구권을 발동할 수 있다. 아울러 중소벤처기업부 공무원이 대기업사무소나 사업장을 방문해 조사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되며 만약 허위 서류를 제출하거나 조사를 거부하면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지정일로부터 5년간 대기업은 해당 사업을 인수·개시·확장할 수 없으며 품목·수량·시설·용역과 판매촉진활동 등 영업범위 제한을 직접적으로 받게 된다. 이를 위반하면 시정명령을 받게 되고,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위반행위 관련 매출액의 5% 이내에서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또한 시정명령이 이행될 때까지 매년 2회 반복 부과도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