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의 독성가스 잔가스 처리 양지로 끄집어내야

조선, 철강 등 전반적인 산업경기의 불황여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산업의 호황으로 인한 특수가스 수요의 꾸준한 증가로 독성가스 생산 및 사용량도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2016년까지 6년간 고압가스 제조 및 저장·사용 등 국내 913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독성가스 제조·사용량 조사에 따르면 증가추이는 확연히 드러나 있다.

하지만 이처럼 독성가스 사용량은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미량의 잔가스만으로도 치명적으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독성가스 등에 대한 잔가스 처리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에 적극적인 움직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본지가 관련업계 영업 및 운반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기본적인 독성가스 잔가스 처리를 위해 중화설비 및 가스처리 설비 등을 완벽학 갖춘 기관이 설립돼 가동중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계 실험실과 연구실 등에서 사용후 남은 연구용 독성가스의 용기가 무관심 또는 무방비로 방치돼 있거나 예산부족 등으로 제대로 처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가스판매 사업자의 경우도 이들 연구기관이나 사용자들이 쓰고 남은 가스의 수거요청에 따라 용기를 수거한 경우가 더러 있지만 비용문제 등으로 잔가스를 처리하지 못한 채 창고 등에 방치해 놓는 경우가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실험과 연구에 필요한 가스의 경우 가연성과 독성이 대부분이고 사용후 폐기처리를 하지 못하고 저장창고나 연구실 구석에 보관중인 독성가스가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연구용으로 1ℓ의 가스가 필요한 경우에도 공급가능량이 10ℓ용기를 기준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아 소량 사용후 잔가스가 아닌 실병 용기형태로 방치돼 있어 일부 실험실은 맹독성가스의 보관실로 전락했다는 표현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독성가스 중 부식성의 경우 장기보관시 밸브연결부 부식, 용기전도 등으로 인해 질식 또는 폭발 사고 우려가 충분히 내재된 만큼 무방비로 보관된 용기 회수와 잔가스 처리종용에 정부 및 관계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올해초 독성가스 잔가스 처리를 목적으로 한국가스안전공사 산하 산업가스안전기술지원센터가 설립됐으나 처리해야할 잔가스를 보관중인 연구실, 실험실 및 관련업계는 여전히 모르고 있거나 관련예산을 책정하지 못해 견적을 받은 이후에는 감감무소식이 되고 있다.

일부 잔가스 처리업체나 자격을 갖춘 독성가스 용기전문검사업체들도 10만원 전후의 용기를 사용하기 위해 30~50만원의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잔가스를 처리하려고 하는 경우가 없거나 허가가 없어 방치 또는 불법 방출하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최우선적으로는 현행 독성가스의 공급과 관련한 이력추적의 제도적 정착과 함께 한시적으로나마 현재 방치돼 있는 잔가스 용기의 처리가 용이할 수 있도록 정부와 관계기관의 협조와 단속지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가스안전기술지원센터 활용도 높여야

한시적 수수료 인하 통한 잔가스처리 양성화 필요

기술발달과 안전의식 상향으로 현재 각종 독성가스 제조시설에 대해서는 안전을 의식한 가감없는 적극적인 투자가 감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독성가스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처리가스를 중화 처리하는 설비 등도 잘 갖춰지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직접 제조가 아닌 수입 또는 판매시설에 대한 중화처리 시스템은 상당히 미흡하다는 게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더욱이 직접적으로 중화처리사업을 진행 중인 업체 중 가연성가스 및 2차 유해물질이 발생되는 가스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대로 갖춘 곳은 한국가스안전공사 산업가스안전기술지원센터가 대표적이라는 것이다. 아니 잔가스 처리를 위한 해당 가스별 중화 및 처리가 가능한 곳이 국내에서는 한 곳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실제로 잔가스 처리작업 자체가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처리와 관련한 위험과 그 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설비투자비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잔가스 처리에 대한 인식이 낮아 설비투자보다는 잔가스 처리 사업을 하는 업체에 위탁해 처리하는 경우가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잔가스 처리를 의뢰하는 업계도 시장경제 논리를 앞세워 안전을 뒷전에 두고 있다는 판단이다. 실질적으로 가스를 제조·판매하는 사업은 안전에 대한 책임감은 뚜렷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업체들은 처리비용을 문제로 낮은 가격으로 외주화하거나 일부는 방치하는 사례가 있어 안전사고의 위험을 방조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들 잔가스 중화처리 사업체의 일부는 가스별 특성에 맞는 중화설비보다는 습식 스크러버 설비만 갖추고 가동되는 경우가 많아 독성가스의 물질특성에 맞는 설비로 배기배출 농도 이하 및 TLV-TWA 농도 이하로 배출하기 보다는 비용절감과 처리시간 단축을 앞세운 영업에 치중하고 있어 환경오염은 물론 가스의 대기 누출로 인한 2차 사고 발생의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다.

잔가스 처리를 필요로 하는 업체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독성가스와 관련해 용기내 잔가스는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거의 없어 재판매보다는 처리를 하는 것이 환경적, 사회적으로 당연하다”고 지적했지만 “가스공급시 처리비용을 수요자에 먼저 부담시킬 수도 없고 방치하기에는 불안감이 높지만 산안센터의 잔가스 처리비용이 생각보다 부담이 되는 탓에 고민 중”이라며 위해요소 제거와 산안센터의 안정적인 사업수행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과 방향제시가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산안센터 윤영만 안전기술부장은 “수수료 책정 시 초기 투자비용을 제외하고 인건비와 재료비만 반영하여 낮은 수준으로 책정했지만 업계에서는 기대했던 비용과의 격차가 커 고민하는 모양새”라며 “현재 이 부분과 관련해 산업부와의 협의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산안센터는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면서 음지에 방치되어 있는 독성가스 잔가스 용기가 전부 양지로 나와 처리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국민안전행복을 실현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