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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일본, 한국에 반도체 관련 소재 수출 규제 발표반도체 에칭가스 등 3가지 품목…수출절차 간소화 우대조치 제외
김호준 기자  |  reporter@igas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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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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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법원 징용배상 첫 판결 8개월여 만에 보복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대법원의 첫 배상 판결이 나온 지 8개월여 만에 반도체 제조 등에 필요한 핵심 소재 등의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보복에 나섰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7월 1일 한국으로의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해 스마트폰 및 TV에 사용되는 반도체 등의 제조 과정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경제산업성은 이번 조치에 대해 “양국 간 신뢰관계가 현저히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전했다. 교도통신은 징용 배상 판결 문제를 놓고 일본 정부가 한국에 해결방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사태가 나아지지 않자 강경 조치를 단행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 수출을 규제하는 세 품목은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 때 쓰는 감광제인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이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이들 품목의 수출업체에 한국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우대 조치를 취해왔으나 한국을 우대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7월 4일부터 수출규제를 가한다는 것이다. 우대 대상에서 제외되면 수출 계약별로 90일가량 걸리는 일본 정부 당국의 승인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본 정부는 기본적으로 징용 배상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한국에 대한 수출을 허가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사실상의 금수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는 세계 전체 생산량의 90%, 에칭가스는 약 70%를 일본이 점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 이들 소재를 공급받는 국내 반도체 생산업체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통신기기 및 첨단소재의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대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외국환 및 외국무역관리법(외환법)에 따른 우대 대상인 '화이트(백색) 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빼기로 하고 시행령(정령)을 바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상에서 제외되면 집적회로 등 일본의 국가안보에 관계된 제품을 한국에 수출할 때마다 건별로 일본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일본은 현재 한국과 미국, 영국 등 27개국에 이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오는 8월 중 시행령을 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일본 정부는 한국대법원이 지난해 10월 30일 징용 피해자들이 배치됐던 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을 시작으로 위자료 지급을 명령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리자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을 근거로 국제법 위반 상태가 됐다며 한국 정부에 이를 시정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사법부 판결에 개입하지 않고 피해자 중심의 해법을 모색한다는 기조를 유지하며 본격적인 대응을 피해왔으며 일본 측은 청구권협정에 규정된 분쟁처리 절차를 밟는 것으로 한국 정부를 압박해 왔다.

이에 한국 정부는 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해 한일 양국 기업의 자발적 출연으로 재원을 조성해 위자료를 주자고 지난 6월 제안했으나 일본은 한국의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는 대책이 못 된다는 이유로 거부 입장을 고수하며 청구권협정에 따른 중재위 가동을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월28일부터 29일까지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간의 회담이 불발된 뒤 이틀 만에 일본 정부의 대항 조치가 발표됐다.

당시 G20 정상회의에서 일본은 G20 정상회담 선언문을 통해 “자유롭고 공정하며 비차별적이고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며 안정적인 무역과 투자 환경을 구축하고 시장 개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이번 대항 조치로 일본 수출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다”며 한·일 양국 관계가 한층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日 수출 통제에 WTO 제소로 대응 조치

‘경제보복’으로 규정

 

이같은 일본의 수출 규제조치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산업통상자원부 성윤모 장관은 7월 1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회의실에서 수출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이 같은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이날 성 장관은 “이번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는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결을 이유로 한 경제보복 조치”라며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원칙에 비춰 상식에 반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일본이 발표한 수출통제 강화조치에 대해 향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비롯해 국제법과 국내법에 의거,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성 장관은 “우리 정부는 그동안 업계와 함께 일본의 일방적인 조치에 대비해 수입선 다변화와 국내 생산설비 확충, 국산화 개발 등을 추진해왔다”며 “앞으로도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고 지원을 통해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우리 부품 소재 장비 등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한편 당·정·청은 3일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일본 정부가 우리 기업에 대해 반도체 관련 소재의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한 데 대한 대책으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개발에 매년 1조원 투자를 추진키로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이날 국회에서 제6차 고위 협의회를 열어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이같은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당정청 협의회 뒤 결과 브리핑에서 “현재 정부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개발에 매년 1조원 수준의 집중 투자를 추진하고 있고 이에 대해 현재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이달 중에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별도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차제에 우리 반도체 산업에 있어서 핵심 소재·장비·부품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며 “이런 대응들은 정부가 몇 달 전부터 준비해 왔던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한국에 선전포고일까?

‘장기적으로 일본 자국 산업만 타격 입을 것’

 

   
 

한편 이같은 일본의 반도체 제조 등에 필요한 핵심 소재 등의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일본의 3가지 수출규제 품목 중 플루오르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 감광제는 일본의 독점 품목이 아니고 중국이랑 시장을 양분하고 있으며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긴 하지만 우리나라도 생산하고 있는 품목이다. 물론 일본이 많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일본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업이 거의 퇴출 단계라 이 품목의 소비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일명 불산의 경우 원료인 형석은 중국이 전 세계 공급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어 진짜 키는 일본이 아닌 중국이 쥐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중국이 형석을 일본에 수출하면 일본은 불산을 생산하고 한국은 불산을 수입해 식각액을 만들며 이 식각액으로 반도체 세정 등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소비를 하는 구조인 것이다.

무엇보다 일본의 고순도 불산 전체 생산량의 60%를 한국이 수입하고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구입을 안하면 일본 기업들의 타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또한 단가가 비싸서 그렇지 불산 자체는 국내에서도 생산을 못하는 품목이 아닐뿐더러 불산이 반도체 세정이만 쓰이는 것도 아니고 용도가 매우 다양하다. 다시 말해 단지 반도체 세정용으로 적합한 고순도 불산 정제를 일본이 더 저렴하게 생산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수입해 쓰고 있을 뿐 이 마저도 저순도 불산을 사다가 국내에서 식각액을 만드는 솔브레인 같은 업체들이 고순도로 직접 정제를 하기 때문에 당장은 국내 반도체 가격이 오를 수 있지만 타격은 미미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마디로 1차 원료를 일본이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통제권이 없어 이번 일본의 보복조치는 중간 가공업자가 심술을 대놓고 부리겠다는 형국”이라며 “이러한 행태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어서 굳이 우리가 침소봉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의 이번 조치로 3가지 주요 품목 수출이 어려워지면 한국은 대체품을 비싸게 쓰게 되고 반도체 단가 인상 및 공급 축소의 데미지는 어느 정도 입겠지만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 일본은 원료 수출업체의 고사는 물론 일본 반도체 장비업체 수주 절벽으로 이어져 결국 손해는 일본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이번 일본의 제재 조치는 우리나라 업체에게 한다는 것도 아니고 자국 수출기업에 생략해주던 간소화 절차를 원래대로 복잡하게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일본 자국 기업들만 피곤해지는 것”이라며 “갑작스레 공급처를 바꾸는 건 단기적으로 우리나라에게 타격이 되겠지만 이런 사태를 계기로 차츰 국산화 된다고 보면 장기적으로 일본의 손해가 더욱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일본의 수출 규제조치 발표 후 자국 내 일본 하청업체 주가들이 대부분 하락했으며 오히려 한국 반도체 관련 업체 주가는 큰 폭으로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는 등 이번 조치는 일본의 오판이라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일부 외신들 역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일본의 연매출 4,000억원 규모의 업체가 연매출 수백조원의 삼성에게 갑질하는 사태는 우스꽝스런 모습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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