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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날개 없는 추락, 국제유가 바닥 어디까지?18년 만에 최저치 기록…한 자릿수 급락 우려
김호준 기자  |  reporter@igas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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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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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發 경기침체 및 증산경쟁 원인

글로벌 원유 수요도 급감

 

   
 

국제유가의 배럴 당 20달러 선이 결국 붕괴하면서 국제 유가가 18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며 ‘역(逆) 오일쇼크’을 일으킨 데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 경쟁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자칫 한 자릿수까지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지난 3월 2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 시간 외 거래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이 전 거래일 대비 6% 이상 폭락해 한때 최저 배럴당 19.92달러까지 떨어졌다. WTI가 배럴당 20달러 선이 무너진 건 2002년 2월 이후 18년 만이다. WTI 가격은 올해 초 배럴 당 62달러까지 올랐다가 불과 석 달 사이 3분의 1토막으로 곤두박질 친 것이다. 이와 함께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5월물은 장중 배럴당 23.03달러까지 내렸다. 전 거래일과 비교해 7% 넘게 떨어졌다. 역시 2002년 11월 이후 거의 18년 만의 최저치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마련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4월 말까지 한 달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4월 12일 부활절까지 미국의 경제활동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밝혔지만 미국 내 감염자가 15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하자 물러선 것이다. 이는 미국의 원유 수요를 더 위축시킬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상황에 현재 미국 셰일가스 업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셰일오일 채굴 원가는 기술 발달로 현재 32~57달러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30달러 미만의 국제유가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배럴당 유가가 33달러까지 떨어졌던 2016년 상반기에 실제로 수십 곳의 미국 셰일 에너지 업체가 부도를 내고 문을 닫았다. 더군다나 빚도 많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이들 셰일 에너지 업체가 갚아야 할 부채만 860억달러(107조원)로 추산된다.

세계 산유국 2, 3위인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는 기존 감산 합의가 3월 말로 만료돼 예정대로라면 4월 초부터 산유량을 늘린다. 사우디 정부는 러시아와 추가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힌 데다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증산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러시아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표면적으로는 사우디와 러시아가 싸우는 것으로 보이지만 미 셰일 산업을 무너뜨리기 위한 양국의 고육지책으로 보고 있다. FT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의 천연가스 사업 확대를 저지한 일에 분노하고 있다”며 “러시아 정부는 유가가 30달러 이하에서 움직여도 10년은 버틸 수 있다고 밝히며 장기전을 각오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해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국제 정세로 인해 원유 공급은 쏟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는 예상을 초월하고 있다. 당초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석유수출기구(OPEC) 등은 코로나 19로 올해 30억명 기준 하루 원유 소비량을 1억배럴로 전망했지만 현재 소비량은 예상치의 4분의 3에도 못 미친다. 리서치회사 리스타드에너지는 자칫 최대 3,600만배럴까지 원유 수요가 감소할 수도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다음 달이면 세계 석유 수요가 일일 1,870만배럴, 에너지 컨설팅 회사인 리스타트에너지는 1,60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1∼3월) 석유 수요가 하루 360만배럴 줄었던 것과 비교하면 충격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수요가 이런 속도로 줄어들면 산유국들이 어떤 조치를 해도 소용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각국의 수요가 감소하자 산유국의 원유 저장고는 역으로 가득 차고 있다. 미국의 원유수송관 업체인 아메리칸파이프라인은 최근 생산자들에게 산유량을 줄이라고 요구했다. 시장정보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브라질의 저장고는 이틀분, 멕시코와 노르웨이는 1주일분 정도만 비어 있다. 저장고가 꽉 찬 일부 지역에선 유가가 훨씬 낮게 거래되고 있다.

 

비산유국 한국의 선물 저유가, 오히려 독?

 

올해 초만 해도 배럴당 60달러 선을 오르내리던 국제유가가 20달러대로 곤두박질 친 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 산유국들의 증산 경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현재 각국에서 경기부양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코로나19의 불길이 언제 잡힐지 알 수 없어 저유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저유가를 무척이나 반겼다. 가계 입장에서는 자동차 기름 값이 싸지고 기업들은 원자재와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들의 생산비가 감소하면 소비자들은 물가 하락으로 소비를 늘릴 수 있고 기업들은 원가 절감 비용을 신규 투자로 돌리면서 경기가 상승하는 선순환이 발생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저유가 시대를 보는 시각이 예전과는 양상이 다르다. 저유가가 반드시 좋은 면만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경제가 좋은 시기에 유가가 낮아지면 비용 절감 요인이면서 기회가 되지만 지금은 세계적으로 경기가 침체돼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에 상황 자체가 다르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유가가 점차 낮아지는 수준이 아니라 급락 한 상황이기 때문에 유가 폭락이 글로벌 실물경제의 극심한 침체를 반영한 결과라는 점에서 수출 기업들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유가를 이용해 기업들이 제품을 싸게 만들어도 내다팔 곳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산유국과 신흥국 경제가 저유가 충격을 받으면서 그 영향이 국내 연관 산업에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국내 경제를 봐도 유가 하락의 혜택보다는 오히려 저물가 장기화에 따른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더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인 상황이다.

당장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글로벌 경제 부진으로 석유 수요가 줄어들고 수출단가가 떨어지면서 업계는 올해 1분기 수척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상 유지돼야 수익이 나는 해양플랜트 사업도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발주 취소나 연기가 우려되고 있으며 국제 교역 감소로 조선업체들의 선박 수출에도 차질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가 회복, 코로나19에 달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의 하락 국면은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유럽과 미국 등으로 퍼진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언제 잡힐지 명확치 않고 당장 4월부터 러시아와 사우디의 증산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예정이라 시장이 또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한 상황이다.

국제 석유시장 리서치 업체들은 “현재 국제유가는 바닥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전망이 무의미한 수준인 상황”이라며 “올해 유가는 배럴당 1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울러 “과거 유가 하락 때처럼 원인이 수요나 공급 중 한쪽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두 측면이 복합돼 있다”며 “원유 가격이 회복되려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수요가 살아난다는 본격적인 신호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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