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와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고압가스 용기재검사장 민간이양 정책이 시간이 흐를수록 파행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평균 10억원에 이르는 설비투자 비용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허가남발로 출혈경쟁이 심화되면서 운영업체들은 최소한의 수익성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충전소 등 被검사업체들도 민간 용기재검장을 불신, 양업계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측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아직도 제재와 감시에만 힘을 쏟고 있는 실정이다.
인접지역 허가 남발, 과도한 투자비 부담 등 원인
이달 12일 현재 공식적으로 영업을 개시한 민간용기재검장은 엔케이(부산), 신일가스, 하나기술개발, 우인화학, 백광IST 등 총 5개사. 그러나 이들 중 대다수가 표면적인 매출이외의 실질적인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은 관계당국의 무분별한 허가 남발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불만이다..
과거 안전공사가 운영했던 관영(官營) 용기재검장과 달리 민간용기재검장의 경우 경쟁원리를 도입, 이미 타업체가 영업중인 지역에서도 허가를 받을 수 있어 인접지역에서 활동중인 민간용기재검장간의 가격경쟁을 통한 초기 시장선점 경쟁이 가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 상반기내 덕양가스, 대진산업, 신한SIT, 엔케이(오산) 등이 사업을 개시할 예정에 있는데다 이외의 몇몇업체들도 내부적으로 용기재검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출혈경쟁은 한층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관계자들이 현 상황은 결국 자금력 싸움에 지나지 않으며 수익성없이도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가가 최대의 관건이라고 토로하는 것도 이같은 전망에 기인한다.
법정시설기준의 강화에 따른 과도한 투자비도 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안전공사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 용기재검장을 건설하려면 규모에 따라 토지를 포함해 최소 5억원에서 최고 25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부의 설비기준이 불필요할 정도로 지나치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일종의 공익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시설투자자금에 대한 지원이나 불이익에 대한 대안마련도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30여년간 안전공사는 상대적으로 낙후한 설비로도 큰 무리없이 용기재검업무를 수행음에도 민간이양을 추진하면서 갑작스레 설비자동화율의 강화 등 법정허가기준을 대폭 강화했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금명간 용기재검장 착공을 앞두고 있는 한 업체의 관계자는 “검사비용은 낮아지는 반면 투자비 부담은 높아만가고 있어 투자비 회수에만 10여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직원들의 급여조차 부담이 되는 용기재검장은 사업이 아닌 아무런 댓가없는 사회봉사업”이라고 비하했다.
이외에도 용기재검장 운영업체들은 被검사업체들의 용기재검사 기피 및 타지역 재검장 이용의 허용 등도 시장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원인의 하나로 꼽았다.
被검사업체들도 피해자
이같은 용기재검장 운영업체들의 고충과 함께 被검사업체들도 용기재검장의 민간이양 이후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가장 먼저 피부로 느끼고 있는 부분은 재검사 비용의 인상. 被검사업체에게는 관영시절이나 지금이나 재검사는 법규정에 따른 준수사항일뿐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전혀없다. 그럼에도 재검사 비용은 민간이양이후 과거 2천원 수준에서 7천～1만원대 이상으로 인상돼 이유없이 수익성만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민간업체들이 재검업무를 담당하면서 이들의 내린 판정에 대한 불신도 상당한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일부 민간용기재검장에서는 불합격 판정시 아무런 구두 및 문서상의 통보없이 용기를 폐기해 업체의 반발을 사고 있으며 용기판매업체인 N사가 운영중인 용기재검장에서 불합격할 경우에도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한 용기검사에 최고 1주일이 소요, 용기회전율을 저하시키는 일도 비일비재하며 재검설비를 갖추지 않은 용기까지 아무런 검사없이 합격판정을 내리고 있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최근 안전공사의 강도 높은 미검용기 단속이 이뤄졌던 한 지역에서는 용기재검장 업체들이 안전공사를 종용했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정부, 시급히 지원책 마련해야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산자부나 안전공사에서는 아직까지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시책에 따라 용기재검장의 민간화를 추진하고 그에따른 감시.감독과 제재에만 주력할 뿐 이 과정에서 발생한 많은 문제점들에 대한 책임은 통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전문가들은 현재 대두되고 있는 용기재검장 민간화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을 크게 2가지로 규정한다.
먼저 기존 민간 용기재검장들이 적정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신규 허가를 전면 중단하거나 최소한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보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올해 고압용기 재검시장이 28억원(40만개, 개당 7천원기준)임을 감안하면 기존 9개 업체만으로도 연간 3억원의 매출밖에 올릴 수 없어 신규허가가 이루어진다면 정부만을 믿고 사업에 뛰어든 업체들이 도산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연간 4천개 수준의 작은 시장을 우인화학과 백광IST가 이분화하고 있는 독성가스의 경우 1개업체만 늘어나도 3개사 모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실제로 우인화학의 한 관계자는 “최근 독성용기가 대형화되면서 재검을 받아야하는 소형용기의 사용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며 “신규업체가 진입하면 모두 공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허가의 중단(보류)와 함께 직.간접적인 정부의 인적.물적 지원도 민간 용기재검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지적된다. 민간 용기재검장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때까지 검사수수료 및 인적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안전공사가 보유한 30여년에 이르는 용기재검업무에 대한 노하우와 풍부한 인적자원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안전공사에서는 고압가스 용기재검장에 대한 문제점들이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조만간 고압가스 용기재검장 운영업체들을 대상으로 民.官간의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고압가스 용기재검장 업체 현황>
▷(주)엔케이
고압용기 전문생산업체인 엔케이(대표 박윤소)는 지난 99년 4월 업계최초로 부산지역에 고압가스용기 전문재검장을 설립,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대상으로 하루 50～70여개의 용기재검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서울, 경인, 충청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경기도 오산지역에 건설중인 오산재검장도 이달중 가동될 예정이다. 오산재검장은 대지 2천평, 건평 7백40평 규모이며 총 30억원이 투자됐다. 재검능력은 이음매없는 용기 2백개, 튜브트레일러 16개, 초저온용기 1백개, 아세틸렌용기 2백개, 일반용접용기 1백개 등 하루 1천8백개 수준이다.
엔케이는 향후 전국에 용기집합소를 마련, 전국을 네트워크화할 계획이다.
▷신일가스(주)
신일가스(회장 유봉래)는 지난해 12월 엔케이에 이어 국내 두 번째로 광주에 용기재검장을 개소했다. 2백20여평의 부지에 총11억여원을 투입해 자동내외부 쇼트기, 자동내압.가압시험설비, 전자동도장설비 등 최신 전자동 검사설비를 갖췄다.
검사대상용기는 1백25ℓ미만의 산소.질소.탄산 등 산업용가스 용기를 비롯 1백ℓ미만의 아세틸렌 등 용접용기, 초저온용기 등이며 하루에 기체가스용기 3백20개, 용접용기 80개, 초저온용기 8개, 기타 용접용기 1백60개 등을 처리할 수 있다.
▷하나기술개발(주)
고압가스특정설비 개방검사 전문업체인 하나기술개발(대표 안병선)도 지난해 12월 울산지역에 고압가스용기 재검사장을 건설,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에 나섰다.
하나기술개발은 이를 위해 총5억여원을 투자해 최첨단 내압 및 가압시험기 등의 설비를 갖췄다.
이 회사의 용기재검장은 초저온용기, 용접용기, 이음매없는용기 등의 재검업무가 가능하며 하루 재검능력은 이음매없는용기 1백92개, 초저온용기 64개, 아세틸렌용기 2백40개 등 총 5백여개 수준이다. 한편 하나기술개발은 향후 대구, 경북, 부산, 경남 등지에서의 협의지정을 진행해 영남권 전지역으로 영업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우인화학(주)
우인화학은 지난99년 12월 산자부와 안전공사의 용기재검장 민간이양 정책에 따라 국내최초의 독성용기 전문 용기재검장을 충남 아산에 개소했다.
염소용 톤(ton)용기를 비롯 1백kg 염소용기, 암모니아 용기 등을 취급하고 있으며 톤용기는 연간 8백개, 1백kg 용기는 연간 1천개 그리고 암모니아용기 연간 3천개를 처리할 수 있는 검사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인화학은 독성용기재검 분야의 선두업체로서 확보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백광IST
백광IST(대표 최태호)는 지난해 12월 우인화학에 이어 두번째로 전북 군산지역에 독성용기 전문 용기재검장을 개소하면서 우인화학의 독점체제를 무너뜨렸다.
백광IST는 용기재검장을 위해 총 10억여원을 투자, 각종 첨단 검사장비 및 처리설비를 갖추고 있다. 특히 백광의 용기재검장에는 여타 업체들과 달리 내.외부 건조실과 분체도장설비를 도입함으로서 국내최고 수준의 용기재검을 자랑한다. 취급용기는 염소용 톤(ton)용기와 1백kg 염소용기 등 2종으로 각각 하루 15개와 50～60개의 처리능력을 지니고 있다.
▷(주)덕양가스
덕양가스(회장 이덕우)는 오는 4월경 울산지역에 용기재검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현재 관련 허가 및 설계를 마치고 토지추가매입중에 있으며 1천평이상의 부지에 총 20억원을 투자해 건설할 계획이다.
덕양가스는 이음매없는용기, 초저온용기, 톤용기, 카트리지, 독성용기 등 고압가스와 관련한 모든 용기와 LPG용기를 취급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