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소시 탄소배출 ‘無’, 제조·저장·수송 용이

친환경 생산법 개발이 관건

국내 주력 산업 분야의 대표 기업들이 최근 친환경 수소 운반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그린 암모니아’ 기술 공동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에서 그린 수소 캐리어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암모니아(NH3)는 촉매 등을 통해 수소를 간단히 분리할 수 있고 기체 혹은 액체 상태 수소 대비 운송비용이 적게 든다는 강점을 지닌다. 기업들이 수소사업 본격화를 위해 암모니아에 주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암모니아의 분자식을 보면 1개의 질소와 3개의 수소가 결합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 1개의 질소만 빼버리면 수소 3개가 되고 반대로 수소에 질소 하나를 더하면 암모니아가 된다. 때문에 수소로 만든 암모니아는 그린 암모니아로 불린다. 풍력, 태양열 등으로 만들어진 전력을 이용해서 수전해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수소로 암모니아를 만들면 그린 암모니아가 되고 그 암모니아를 다시 수소로 만들어서 각종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운반의 문제로 인해 깨끗하게 만들어낸 수소를 그냥 그대로 쓰지 못하고 암모니아로 바꿨다가 다시 수소로 바꿔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그린 수소 생산이 제한적이라 외국에서 그린 수소를 수입해 와야 하는 상황이다. 수소는 기체 상태로는 운반이 힘들기 때문에 보통은 액화해서 운반하게 되는데 액화 수소의 특성상 조건이 꽤나 까다로워서 암모니아로 변환이 필요하다.

암모니아는 수소보다 제조와 저장, 수송이 편리하다. 기체 상태인 수소를 운송하기 위해선 액화해 부피를 줄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영하 253도까지 온도를 낮춰야 한다. 반면 암모니아는 영하 33도만 유지하면 되기 때문에 부피가 작아 수소보다 1.5배 많은 양을 수송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에너지밀도 또한 액화 수소보다 1.7배가량 높아 수소를 암모니아로 변환하면 훨씬 효율적으로 편리하게 수소를 운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운송 수단 및 유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데다 이미 상용화돼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실제로 현재 암모니아는 전 세계적으로 1억7,000톤 이상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운송을 위한 인프라는 갖춰져 있다는 평가다. 다만 암모니아는 보통 천연가스나 석탄을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생산 과정에선 탄소를 배출한다. 이에 따라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고 여기에 공기 중 질소를 합성해 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 암모니아 생산에 세계가 주목하게 된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그린 암모니아는 수소 캐리어 및 무탄소 연료로 탄소중립 시대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러 국가들은 이미 그린 암모니아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저탄소사회 구축을 위해 그린 암모니아 협회를 구성하고 경제산업성 산하에 암모니아 에너지 이사회를 만들어 암모니아 연료 사용에 대한 주요 정책 제언을 추진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그린 암모니아 합성이나, 액상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한 산업용가스 제조기업인 미국 에어프로덕츠는 지난해 7월 50억달러를 투자해 재생에너지로 그린 암모니아를 제조해 전세계로 공급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영국도 그린 암모니아 생산을 위한 공정을 개발 중에 있다.

그린 암모니아 협의체 출범

생산-운송-추출-활용의 전주기 기술개발 협력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7월 15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출연연, 공공기관, 민간기업 등 18개 기관이 ‘그린 암모니아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협의체는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방안으로 그린 암모니아의 생산-운송-추출-활용의 전주기 기술개발 협력을 위해 국내 최초로 결성됐다. 즉 이번 협의체 출범을 계기로 국내 기술로 그린 암모니아 생산-운송-추출-활용 산업의 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저변 확대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협의체를 통한 구체적인 협력 기술은 저가 그린 암모니아 생산, 운송 및 선박 연료 활용을 비롯해 그린 암모니아 수소추출을 통한 수소공급, 가스터빈, 보일러, 전소-혼소 발전, 연료전지의 무탄소 연료 활용 등이다. 아울러 그린 암모니아를 안전하게 생산·운송하고 활용키 위해 암모니아 전주기에 대한 안전 기준도 마련하기로 했다.

산업부 주영준 실장은 “이번에 출범한 암모니아 협의체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수소경제를 위해 그린 수소를 활용한 다양한 운송·저장 매체 기술개발을 정부도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으로 연구계와 산업계가 상호협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번 협의체에는 삼성엔지니어링, 두산중공업, 두산퓨얼셀, 롯데정밀화학, 롯데케미칼, 포스코, 한국조선해양, 한화솔루션, 현대글로비스, 현대오일뱅크,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등 13개 기업이 참여했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와 함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가스안전공사, 탄소중립 연구조합 등 5개 공공기관도 참여해 기업들과 협력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앞서 지난 5월에는 HMM·롯데정밀화학·롯데글로벌로지스·포스코·한국조선해양이 컨소시엄을 맺고 그린 암모니아 해상 운송 사업을 협력한다고 밝힌 바 있다. 포스코가 그린 암모니아를 생산하면 롯데정밀화학이 이를 운송하거나 저장해 벙커링(선박 연료 주입)한다는 구상이며 한국조선해양은 암모니아로 추진하는 선박을 만들고 HMM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이를 운영한다. 그린 암모니아 생산부터 운송과 선박 운영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인 것이다.

청정 암모니아로 수소터빈 가동

포스코·두산重, 업무협약 체결

또 지난 7월 19일에는 두산중공업과 포스코, RIST(포항산업과학연구원)가 ‘청정 암모니아 가스터빈 분야 연구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수소터빈을 개발 중인 두산중공업과 2030년까지 수소 50만톤을 생산하겠다고 한 포스코가 손을 잡은 것이다.

이번 협약에 따라 포스코는 암모니아 생산·공급을 맡고 RIST와 암모니아를 수소와 질소로 분해하는 개질기(Cracker)를 개발하며 두산중공업은 암모니아 개질 후 생성된 수소와 질소를 연소하는 연소기와 수소터빈을 개발한다. 3자는 포항 RIST 수소연구센터에 구축될 암모니아 연소 실험 설비를 활용해 본격적인 기술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암모니아 연료 발전 역시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지만 암모니아를 그대로 발전 연료로 사용하기엔 한계가 있다. 기존 가스터빈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대비 연소 속도가 20% 수준으로 매우 낮고 발열량도 5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번 협약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암모니아를 그대로 연소하는 대신 개질기를 통해 수소, 질소로 다시 분해한 후 연소해 가스터빈을 구동하는 방식을 택했다. 개질기와 가스터빈을 각각 개발한 사례는 있지만 이를 일체화한 발전기술 개발은 전 세계적으로 이번이 최초다. 두산중공업과 포스코는 연소 단계에서 발생한 배기가스로부터 열 일부를 회수해 개질기로 재투입하는 기술도 적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가스의 열량을 높이고 발전 효율을 향상시킨다. 더불어 LNG발전에도 이 기술을 적용해 ‘수소 혼소 발전’을 할 수 있어 기존에 구축된 발전소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 두산중공업은 기존 LNG 연료와 수소를 섞어 쓰는 혼소 발전과 수소만 쓰는 전소 발전 모두를 개발 중이다.

수소터빈은 기존 가스터빈과 기본 구조가 거의 같고 부속된 연소기의 차이가 핵심인데 가스터빈을 개조해 수소를 LNG와 함께 연료로 쓸 수 있다. 암모니아를 LNG와 열량 기준 20% 비율로 섞어 연소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LNG 단독 발전 대비 약 20% 줄일 수 있다.

현재 가스터빈 시장은 미국 GE(제너럴일렉트릭), 독일 지멘스, 일본 MHPS 등의 3강 구도지만 수소터빈은 아직 본격적으로 상용화되지 않았다. 일본 MHPS는 수소 혼소 연소기를 개발하고 2024~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2025년 수소 혼소 연소기 개발을 완료하고 2027년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5㎿급 수소 전소 연소기도 2025년이면 기술이 개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협력으로 수소터빈 시장에서도 국가 경쟁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두산중공업 박홍욱 부사장은 “이번 협약으로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터빈 기술 개발에 대한 계기를 마련했다”며 “LNG, 수소, 암모니아 등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를 발전원으로 사용하는 수소터빈과 가스터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업계, 그린 암모니아 연료 선박 개발 관심

효율·안전성 강화 기술 개발 한창

한편 조선업계에서는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 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수소의 경우 부피당 저장 용량이 적어 장거리 운송을 하는 선박의 연료로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암모니아는 수소보다 저장 용량이 크고 가솔린 연료보다 폭발 위험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50% 감축하도록 했다. 기름냄새 자욱하던 기존 선박 연료를 향후 암모니아 수소 등 친환경 선박 연료로 절반 넘게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오는 2050년 선박 연료 수요 중 암모니아가 4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유럽가 싱가포르 등 해운 선진국에서는 다국적 컨소시엄이 구성돼 이와 관련한 표준과 기술 개발이 한창 진행 중에 있다.

다만 암모니아의 경우 기존 연료보다 약 4배가량 큰 저장 탱크가 필요하고 독성이 있어 누출 시 오염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 효율성과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선행돼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현재 선박 연료 시장규모와 암모니아 가격으로 단순 환산하면 암모니아 시장 규모는 1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무탄소 연료인 암모니아의 사용은 수소 캐리어로써 수소경제를 견인할 수 있고 연료 암모니아 연소를 통해 직접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며 “수소와 비교했을 때 폭발 위험성이 적고 안정성은 높으며 세계적으로 비료 용도 등으로 이용이 활발해 기반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경제성에 확보에도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탄소배출이 없는 암모니아 생산 및 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