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전문업체 통해 기초산업 발전 유도해야

최근 국내외 산업경제에 불어닥친 불황의 늪이 산업활동 전반에 걸쳐 생산활동의 숨통을 조이면서 지금은 국민들로 하여금 소비위축을 유발, 산업체의 경제불안 심리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이로 인해 97년 이후 연일 계속된 수요처 부도 등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자리매김해 온 산업용가스업계도 최근에는 환율 및 생산원가 인상, 수요감소, 단가하락 등 경제적인 부담 증가로 경영 어려움에 직면한 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의 흐름속에서 정부의 경제회생 노력과 더불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대기업의 구조조정(가스플랜트의 아웃소싱 등)이 그나마 액메이커를 중심으로 한 산업용가스업계의 신규투자를 유도하며 장기적인 수익사업에 대한 대책마련을 가능하게 했다.

즉 지난 99년 현대석유화학, 삼성종합화학 소유 가스플랜트의 매입을 시발로 비롯된 비오씨가스코리아의 온사이트 사업확대는 지금까지 중점 추진돼 온 액메이커들의 벌크영업에 대한 혁명이 일으켜진 셈이다.

물론 한국산업가스의 울산산업단지 일대에 대한 파이프라인 사업이 액체가스 사업의 정체를 예고하며 기체가스 사업으로의 전환을 주도한 것도 동종업계의 연혁에 큰 획을 그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울산공단 파이프라인 주도로 기체사업 활성

아무튼 그동안 우리나라는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이 계속돼 오면서 선진외국의 기업풍토와는 달리 한 기업에서 각종 기초재료는 물론 생산설비의 자체 조달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 때문에 가스마저도 자가플랜트를 설치해 필요한 모든 물량을 자체 충당해 온 것도 사실이다.

이에 반해 선진 외국의 대부분은 가스수요가 아무리 많더라도 대규모 화학, 철강업체 등에 공급되는 가스제조시설을 가스전문업체가 소유하고 가동, 생산, 안정적인 공급에 대한 책임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고 있다.

다시 말해 가스수요 기업들이 최상의 주력제품 생산을 위해 자체적으로 플랜트를 설비하거나 자가소비를 위한 가스생산은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같은 움직임과는 반대로 규모가 적을지라도 가스생산시설을 자체적으로 가동하는 경우가 대다수를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생산능력이나 효율극대화를 저해하는 동시에 결국은 기초산업의 발전에 대한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가스업체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현재 국내 대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가플랜트의 규모는 가스전문업체인 액메이커의 생산규모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생산 및 소비량은 물론 생산규모마저도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방대하다.

이는 산업용가스에 대한 사회전반적인 관심도가 타 산업에 비해 유난히 적어 가스에 대한 기초 통계자료의 집계 등에 무심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실상은 가스전문생산업계가 자사의 공급량 늘리기에만 급급했던 탓에 기초적인 데이터베이스 구축은 뒷전으로 미뤘던 탓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 가스가 도입된지 반세기를 넘어서고 있지만 현재까지도 국내에서 제조된 산소, 질소, 아르곤 등의 총생산량에 대해선 각 업체의 함구로 인해 정확한 통계 수치가 집계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산업용가스업계가 영업비밀이라는 명목하에서 자사의 자료 숨기기아 동업계간 정보에 대해 철저한 보완유지 등이 자행되면서 한국의 ‘크레뮬린’이라는 명예롭지 못한 명칭을 보유하고 있는 게 업계의 현실이다.

대기업 문어발 사업으로 기초데이터 부족
현재 국내 산업용가스 전문생산업체인 4대 액메이커가 자체 보유중인 플랜트는 미국 에어프로덕트 계열사인 한국산업가스가 구미, 울산, 군산, 온양, 온산, 기흥, 천안 등에 ASU플랜트를 보유하면서 국내 최대 가스생산업체로 단연 부각을 나타내고 있다. 프랑스 에어리퀴드가 지분을 참여하고 있는 대성산소는 반월, 양산, 여천, 청주, 대전 등에 ASU플랜트를 보유, 그 뒤를 잇고 있다.

또한 미국 프렉스에어의 국내 법인인 프렉스에어코리아가 기흥, 창원, 여천 등에 ASU플랜트를, 영국의 프렉스에어코리아가 포항과 서산 등에서 플랜트를 각각 운용하고 있다.
그리고 3대 메이커가 지분참여한 서울냉열과 한국산업가스, 비오씨가스코리아가 공동운영중인 신일소재가 있다.

이들 산업용가스 전문업체의 전체 가스생산능력은 산소가 시간당 23만3천N㎥, 질소 59만5천5백N㎥/h, 액화아르곤 1만8천3백ℓ/h 가량이며 총 생산규모는 82만8천6백N㎥/h( 액체가스 15만9천7백90ℓ/h.본지 추정)이다.

액社기준 국내 산업용가스 생산규모 82만8천6백N㎥/h

외국에서는 이미 보편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전문업체를 통한 자가플랜트의 운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곤함을 가진 국내에서는 불과 2년전에 한 대기업의 자가플랜트 매각 실행으로 생산공급 전문화의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후 몇몇 기업들이 생산의 효율화와 전문화를 위해 자가 플랜트 매각 움직임이 부추겨지는 듯 했으나 최근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약화되면서 이같은 계획을 슬그머니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에는 특정제조업체로 분류되는 업체에서 가스의 자체소비를 목적으로 플랜트를 보유한 수는 각 공장의 제조규모와는 상관없이 산소 41개, 질소 56개, 아르곤 13개이며 이중 각 업체별로 2개 이상의 플랜트를 가진 경우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최대의 산소플랜트를 보유한 포항제철의 경우 영국 AP사가 시공한 6개 플랜트와 독일 린데사가 공급한 1개 플랜트, 일본 니폰산소가 설비한 3개 플랜트 등 10개 플랜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시간당 생산능력의 합계는 산소.질소가 각각 19만4천㎥(액체산소 1백97톤/日, 액체질소 1백74톤/日), 아르곤 4천4백40㎥/h(액화 1백89톤/日)에 이르고 있다.

또한 관계사인 광양제철소는 프랑스 에어리퀴드의 11개 플랜트와 니폰산소가 제작한 1개 플랜트를 보유하고 산소 21만3천5백㎥/h(액체 1백71톤/日), 질소 22만7천2백㎥/h(액체 1백50톤/日), 아르곤 3천2백50㎥/h(액화 1백8톤/日)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회사의 경우 대부분 자체 생산.수요를 충당하고 있는 반면 자가플랜트를 보유하고 있는 남해화학, LG금속, 한보철강, 인천제철, 강원산업, 동국제강, 한국철강 등은 자체 수요외의 잉여가스를 시장에 유통하고 있어 시장공급의 안정화를 위한 차원에서 이들 업체에 대한 액메이커의 플랜트 매입추진을 위한 접근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플랜트운용 위한 전문적인 연구 활동 필요

이처럼 많은 수의 기업들이 자가플랜트를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가스에 대한 생산활동에 있어서는 가스전문업체가 가진 전문성이 외국에 비해 다소 미흡하고 효율적인 운용면에서 상당히 뒤쳐지고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지금부터라도 자가업종 자체를 가스전문업체의 관리영역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관련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 가스전문업체를 비롯해 자가플랜트 보유업체들은 가스도입 이후부터 외국합작사에 기술을 의존한 채 국가적으로 기여할 만큼의 국내 자체적으로 산업용가스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활동을 못해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얼마전에 ASU플랜트 자체제작에 성공한 대성초저온연구소가 초저온관련 연구결과를 계속 내놓고 있고 외국계 기업들도 국내에서의 활용가능성이 높은 기술습득에 열을 올리고 있는 탓에 수준향상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지금까지 국내에 진출해 있는 가스플랜트 전문설비업체로는 AP(英), 린데(獨), 일본산소, 에어리퀴드(佛), 에어프로덕트(美) 등이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국내 산업용가스업계는 자가플랜트 매각, 인수 등으로 시장 및 구조에 대한 큰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업계종사자들의 기술보유 현황이나 정신적.경제적인 면에서 이같은 움직임을 수용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세계적으로 매일 새롭게 젼해가는 경제적인 변화의 추이속에서 국내 가스업계가 구태의연한 생각을 버리고 자생해 나갈 수 있는 길은 ‘外柔內剛’의 의식과 시장구조 및 기업문화에 대한 변화의 물결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려는 자세를 지금이라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의 자가플랜트 보유현황

전문업체 가스생산량 자가플랜트의 절반에도 못미쳐

국내 제조업체의 자가플랜트는 대부분 PSA, ASU 방식 등 2가지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업체에 의한 대행 운용방식이 아닌 자체 사업의 일환으로 운용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제조업체에 설치된 소규모 플랜트의 경우는 전문제조업체에 의해 온사이트 방식으로 설치.운영돼 수요처에서는 가스만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가스전문업체와 자가플랜트를 통한 가스생산량을 비교하면 규모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일 정도로 수요처의 플랜트 보유능력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가스별 생산량을 보면 자가플랜트를 보유한 22개 대기업들의 산소생산량은 시간당 62만9천5백19N㎥(한국가스안전공사 업체현황 자료)인 반면 한국산업가스, 대성산소, 프렉스에어코리아, 비오씨가스코리아 등 가스전문업체의 생산량은 시간당 23만3천1백80N㎥로 자가플랜트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

또 산업용가스중 수요가 가장 많은 질소의 경우는 자가플랜트 보유업체가 81만2천4백20N㎥/h를 생산하고 있으나 가스전문업체의 생산량은 59만5천5백10N㎥/h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세계적인 산업용가스 생산시스템의 운영 추세는 온사이트 방식이나 수요처 인근에 있는 가스전문공장을 통해 파이프라인 공급이 주로 통용되고 있다.

게다가 이들 수요처들은 안정적인 가스수급을 위해 공급처가 원하는 거래방식에 의존하고 공급처는 수요처의 제품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계약조건에 명시하도록 하고 있어 가스전문업체의 생산공장 차질 등 부득이한 문제가 발생되더라도 타 공장에서의 공수 등을 통해 수급밸런스 조정이 가능하다는 게 가스업계의 설명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도 외국의 추세에 따라 공급.수요처간의 상호신뢰에 근거하여 수요.공급에 대한 철저한 조절과 함께 최근 벌어지고 있는 대기업간 구조조정의 시기에 맞춰 플랜트 운용을 위한 투자확대의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