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통령 선거가 두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 정당 후보들의 공약이 슬슬 공개되고 있다.

현재까지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후보들간의 네거티브가 난무한 사상 최대 비호감 선거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채 국민들들 위한 구체적인 공약은 뒷전에 머물러 있는 상태이다.

특히 최근 ‘공약 바꾸기’ 논란을 비롯해 선거대책위원회 내홍 등으로 인해 제대로 된 정책 대결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국가 경제의 근간이 되는 산업에너지 분야의 정책 공약은 국민들의 현재는 물론 미래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이기 때문에 각 정당후보들은 서둘러 관련 공약들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등 빅2를 비롯해 대선에 나선 중소후보들은 탄소중립이 반드시 가야할 방향이라는 것은 모두 동의하고 있다. 아울러 석탄발전소 조기폐쇄 등 탈석탄 정책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이견이 큰 분야는 원자력발전소로 이재명 후보는 감(減)원전을 주장하는 반면 윤 후보는 탈(脫)원전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에너지전환을 둘러싼 속도에서도 차이가 난다. 이재명과 심상정 등 진보계열 후보들은 재생에너지 대폭 확대 등을 통해 화석연료에서 하루빨리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윤석열과 안철수 후보 등은 재생에너지 효율성 증대 및 원전과 조화한 전원믹스 구성 등을 주장하며 다소 느긋한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차기 대선까지 두달여도 안남은 시점에서 현재까지 나온 주요 대선후보들의 산업에너지정책을 조명해 본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文정부 정책기조 바탕

감(減)원전…‘에너지고속도로’ 추진

우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재생에너지 확충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문재인 정부의 친환경, 탄소중립 정책 기조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후보의 에너지 공약의 핵심 키워드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다. 신속하고 강력하게 재생에너지의 생산·유통·사용 기반을 구축하는 등 재생에너지 비율(2030년까지 연평균 20GW 확충)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등 우리나라를 그린산업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포부이다.

이 후보는 ‘에너지기후 전환성장 공약’을 통해 “탄소중립과 저탄소사회로의 전환은 인류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목표가 됐고 세계경제도 저탄소 구조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미국 등이 추진하는 탄소국경세나 RE100 같은 탄소장벽을 감안할 때 우리 산업경제에 위기지만 디지털IT 기반을 갖춘 우리에게 기회일 수 있다”며 그린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삼되 달성 시기를 2040년까지 앞당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인공지능 기반의 능동형 송배전망인 ‘에너지고속도로’를 건설해 재생에너지 기반의 분산에너지 활성화에 나선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이 후보는 각 지역에서 태양광, 풍력, 지열, 바이오매스를 활용해 재생에너지를 전국 어디서나 자유롭게 생산하고 팔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그는 “박정희 시대 산업화 고속도로, 김대중 시대 정보화 고속도로처럼 에너지 대전환 탈탄소 시대에 걸맞은 에너지 고속도로를 만들어야 한다”며 “전국 어디서나 신재생에너지를 생산, 유통, 판매할 수 있게 하면 에너지 자립과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 조기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국에 실핏줄처럼 이어진 지능형 전력망을 통해 지방의 농어촌 주민들이 발전 사업에 참여하고 ‘햇빛연금·바람연금’을 받으면 소득이 높아져 사람이 모일 것”이라며 “에너지고속도로를 통한 분산형 에너지 생산시스템이 농촌과 지방의 소멸위기 극복을 넘어, 지역부흥의 새 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시에 대한민국의 앞선 4차산업혁명 기반 신기술,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을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망에 결합해 산업현장은 물론 국민이 실생활 속에서 편리함과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지능형 에너지 기반’ 조성을 서두르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이 후보는 집권할 경우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 산업부와 환경부 업무를 통합, 에너지대전환의 컨트롤타워를 맡기겠다는 복안이다. 에너지전환 과정에서의 공정전환과 함께 그린산업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탄소세도 도입한다는 공약도 내놨다. 이미 탄소배출권거래제가 시행 중이지만 저탄소사회 진입에 충분치 않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원자력 정책에서는 현 정부의 탈원전 로드맵을 유지한다는 기본원칙과 함께 탈원전이 아닌 감원전 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의 감원전 정책은 현재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원전은 가동 연한까지 운영하되 신규 원전은 짓지 않겠다는 것으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대비 에너지전환에 있어 연착륙을 시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탈원전은 기존 원전을 조기 폐쇄하고 원전 건설도 중단해 2060년에는 ‘원자력 제로’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이 후보의 공약대로 감원전 정책이 추진된다면 상당기간 국내 발전시장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게 유지될 전망이다. 또한 탈원전으로 현재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의 공사 재개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지난해 과학기술 공약을 발표한 뒤 “신한울 3·4호기는 멈춰있는 것이지 안하는 것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건설재개 가능성을 언급했다. 물론 단가와 위험성, 처리비용 등을 철저히 평가하겠다며 확대해석을 막았지만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에 대한 질문에 “객관적 자료에 의한 국민의 합리적인 판단을 존중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볼 때 신규원전 금지라는 기존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도 이재명 후보는 세계 자동차시장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 미래차로 급격히 전환되는 만큼 2040년 내연기관 판매금지를 비롯해 소형모듈원전(SMR) 특화 국가산단 조성, 그린수소플랫폼 등을 구축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 국민의힘 윤석렬 후보

탈(脫)원전 폐기, 원전수출 추진

K-원전 통한 미래 환경·산업·기술 선도

국민의힘 윤석렬 후보는 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을 가하며 탈원전 포퓰리즘 정책을 폐기하고 탈석탄 에너지 전환을 기본 축으로 하는 공약들을 내세우고 있다.

윤석렬 후보의 에너지 공약의 핵심 키워드는 ‘세계 최고의 K-원전을 통한 미래 환경·산업·기술 선도’이다.

윤 후보는 구랍 29일 경북의 원전 건설현장을 방문해 ‘K-원전 발전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공사 중단은 국가 범죄였다”며 “탈원전 정책이 민주적 절차와 법적 정당성을 어겼다”며 현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 원전산업의 생태계와 경쟁력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구체적인 방안과 관련해 “추가 재정투입 없이 건설사업을 즉시 재개할 수 있다”며 “2,000여개 중소업체 인력과 조직을 유지하고 세계 최고의 원전 기술력을 재입증해 원전 수출의 발판을 마련할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신한울 외에도 안전성이 확인된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해 계속 운전을 허용함은 물론 원자력 발전 비중을 30％대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은 원전을 60∼80년 쓰는데 우리나라는 30∼40년을 기준으로 운영을 허가하고 있는 점을 들어 연장 운영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윤 후보는 원전 수출 로드맵을 전면에 내세웠다. 신한울 3·4호기를 ‘원전 산업을 고사시킨 현장’이라 규정한 그는 2030년까지 미국과 공동으로 동유럽과 중동을 중심으로 신규 원전을 10기 이상 수주해 일자리 10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계획도 공약에 담았다. 특히 한미 원자력 협력 관계를 원자력 동맹으로 격상해 원자력 미래기술 개발 협력과 해외 원전 사업 동반 진출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세계 최고의 원천 기술은 미국이 갖고 있지만 시공·감리 기술은 우리가 세계 최고이며 원전 건설비가 경쟁국에 비해 30% 이상 저렴함은 물론 건설·운용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미국과 협력해 수출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윤 후보는 집권 후 원자력 수출 범정부 추진 조직을 구성하고 원전 수출 추진 체계를 구축하는 등 원전 수출 기반을 강화해 미래 세대를 위한 국내외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원자력을 청정수소 생산의 핵심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원자력 수소기술’ 개발을 비롯해 혁신형 소형모듈원전(SMR), 마이크로모듈원전(MMR) 등 ‘차세대 기술 원전’ 개발 및 실증, 상용화에 나서 해외 경쟁력을 제고해 나간다는 공약도 밝혔다. 특히 이 과정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정치 관여 배제도 약속했다.

이밖에도 윤석렬 후보는 대한민국을 청정에너지 산업의 허브로 만들기 위해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을 감안한 재생에너지 특구를 지정해 재생에너지의 다양한 가능성을 실증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친환경자동차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해 대한민국을 클린 모빌리티, 스마트 교통 선도국가로 만들겠다은 공약도 내세웠다.

윤 후보는 “이념이 아니라 과학이 기후에너지 정책의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며 “녹색기술, 녹색금융, 녹색인재의 3각 편대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변화 대응은 정치적 타협의 대상도 아니고 이념지향형 아마추어들의 아이디어 경연장도 아니다”며 “과학기술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녹색 대전환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원전·신재생에너지 믹스로 탄소중립 실현

‘기후위기법 제정’ 등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자연은 언제까지고 침묵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기후위기는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전 지구적 과제”라고 밝혔다.

안 후보는 “대한민국 기후위기 대응전략의 핵심은 탄소중립의 실현”이라고 전제하며 “우리 여건에서 원전 없이 신재생 에너지만으로 탄소중립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그는 “기후위기법을 제정하고 국가기후위기위원회를 설치해서 탄소중립에 선제적이고 책임 있게 대응해 나가겠다”며 “차세대 원전 개발과 소형모듈원전(SMR)을 비롯해 우리의 탁월한 원전기술을 국가전략사업으로 키워 수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고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고 값싼 전기요금으로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전과 신재생 에너지의 믹스는 필수적”이라며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원자력에너지, 신재생에너지, 기타에너지의 에너지믹스 전략으로 국가에너지전략을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에너지 주권 확보’, ‘경제성장’, ‘탄소중립’을 한꺼번에 잡아 잃어버린 원자력 5년을 되찾고 미래세대와의 약속인 2050년 탄소중립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 정의당 심상정 후보

기후대책 국가 제1전략으로 삼는다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기후 대책을 국가 제1전략으로 삼아 위기를 직시하고 결단하는 ‘기후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심 후보는 당선이 되면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탄소배출을 50% 감축하고 100만개의 녹색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에 “전체 7%에 불과한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50% 수준으로 높이고 석탄발전은 중단할 것”이라며 “태양광과 풍력 발전 중심으로 전력산업을 완전히 탈바꿈하겠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를 늘리기 위한 3대 전략으로 우선 한전 발전자회사를 ‘재생에너지공사’로 통합해 대형 재생에너지 발전투자를 하고 아울러 지역공동체 재생에너지 투자법을 만들어 지역 상생형 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리며 1가구 1태양광 시대를 열겠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전국 곳곳에 협동조합이나 공동체가 소유하는 주택발전소, 마을발전소, 공동체 발전소를 세우겠다는 전략이다.

심 후보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만 늘린다고 에너지전환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 재생에너지가 제1 에너지로 전환된 것에 맞게 전력망과 전력시장도 함께 개편해야 한다”며 “이제 전력망은 국내의 범위를 넘어 동북아시아로 연결돼야 하기 때문에 동북아 에너지 허브로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심 후보는 “상용화에만 10년이 걸리는 소형모듈원전(SMR)은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저희의 탈원전 정책은 당장 모든 원전을 폐기하겠다는 말이 아니고 수명을 다한 원전은 폐쇄하고 신규 원전은 짓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2030년까지 전기차 1000만대를 보급하고, 지속가능한 교통체계를 구축하겠다”며 “임기 내에 버스와 택시 등 대중교통을 전기화하고 6대 도시에 혼잡통행료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탄소세를 신설해서 매년 20조 이상의 세수를 확보하고 이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 기금으로 활용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