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수소 생태계 부상

글로벌 기업들이 탄소중립을 위한 청정수소 활용에 관심을 보이면서 산업용수소에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산업용 청정수소의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산업별 로드맵을 적극 반영하고 산업 간 협력모델을 적극 개발해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최근 ‘청정수소 생태계 산업용 수소와 산업 간 협력 모델 주목’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수소 공급망 구축과 함께 수소 수요처가 산업용에서 운송 및 발전용까지 확대되는 등 청정수소 생태계가 빠르게 조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청정수소는 화석연료를 개질하고 배출된 이산화탄소(CO2)를 포집·저장한 저탄소 블루수소와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한 무탄소 그린수소로 구성된다. 글로벌 청정수소 프로젝트는 2020년까지 228개, 2021년에는 522개로 확대됐으며 프로젝트 규모도 대형화 되고 있다.(GW급 그린수소 생산 43건, 운송·저장 등 184건, 산업용 활용 221건 등) 최근에도 글로벌 기업들은 청정수소의 생산·운송·활용 全밸류체인에 걸쳐 다양한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은 재생에너지 환경이 우수한 중동·남미·호주 등을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으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다수의 대형 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수소생산 및 운송비용도 빠른 하락 추세에 있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2030년 중동·남미·호주의 그린수소 생산원가가 ㎏당 1달러 이하로 현재 수준보다 1/5 이상 하락하고 2040년에는 해당 국가를 중심으로 LNG보다 경제적인 에너지원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오는 203년을 기점으로 청정수소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조성되면서 글로벌시장 규모는 1억4,000톤, 2050년에는 6.6억톤(글로벌 에너지 소비량의 22% 차지)이 예상된다.

<글로벌 수소 수요 전망 (백만톤)>

산업용수소, 청정수소의 가장 큰 수요처로 성장

산업용수소는 기존 그레이수소가 청정수소로 전환되는 수요를 포함하고 있어 신규수요 중심인 운송 및 발전용보다 시장성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향후 10년 동안 발생될 청정수소 수요 7,500만톤 중 산업용이 50% 이상을 차지하는 등 가장 큰 수요처로 성장할 전망이다.

우선 기존 산업용으로 쓰이던 그레이수소의 약 30%인 2,500만톤이 탈탄소 전략 추진 과정에서 청정수소로 점진적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현재 글로벌 수소 수요는 9,000만톤이며 정유·석유화학 등 탄소 다배출 산업에서 고부가 화학물질 제조 및 탈황 공정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동시에 철강 수소환원제철, 시멘트 소성로 등 기존에 수소를 활용하지 않았던 산업에서 활용되면서 2030년 신규수요는 1,900만톤이 발생할 보이며 같은 기간 운송용 수소는 1,800만톤, 발전용은 1,100만톤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산업용수소는 수요 개발 과정에서 운송 및 발전용과 시너지가 가능하며 한국과 같이 제조업에 강한 국가에서 전략적으로 활용이 용이하다. 한국과 일본 등 수소를 수입해야 하는 국가에서는 산업용 수소를 레버리지로 운송 및 발전용 수소 수입도 패키지로 수입하면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기 때문에 도입시 전환비용이 크지 않고 강한 구매력을 행사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철강·정유·석유화학 등 탄소 다배출 산업을 중심으로 수소 협의체 등을 통해 산업용 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 중에 있다. 특히 다수의 참여 기업이 수소 활용 역할 외에 수소 공급을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철강의 포스코, 석유화학의 롯데케미칼 등 업종 대표기업들은 탈탄소 전략을 위해 수소를 생산하고 자체 활용하는 계획 뿐 아니라 신사업으로 타사에 판매까지 포함한 수소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석유화학·철강 등 산업용 청정수소 2030년 본격 활용

산업용 수소의 주요 수요처는 5대 탄소 다배출 업종(철강, 정유, 석유화학, 시멘트, 산업용 가열로)로 압축되며 청정수소는 화석연원료를 친환경 연원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활용된다.

5대 업종은 탈탄소 전략으로 크게 공정 개선 및 효율화, 친환경 연원료 전환, 순환자원 활용, 배출 탄소의 포집 및 저장을 추진하고 있다. 수소 활용은 주로 연원료 전환 과정에서 발생되며 본격적인 활용 시기는 실증사업으로 기술 검증이 완료된 2030년 이후로 예상되고 있다.

먼저 철강업종에서는 전통적인 고로 방식 제철 공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수소환원제철 공정을 도입하면서 탄소 96% 감축과 수소를 활용하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기존 공정을 대체하는 혁신적인 변화인 만큼 실증단계는 2030년 이후에도 계속되고 본격적인 도입은 2040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이며 2050년까지 수소환원제철 중심의 철강 생태계(연간 수소 400만~500만톤 필요)로 완전히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철강업계는 2040년까지 기존 공정 효율화 및 CCS(Cabon Capture and Storage) 등을 통한 기존 공정 혁신으로 탈탄소에 대응할 계획이다.

이어 1990년대부터 LNG를 개질해 수소를 생산하고 탈황 공정에 활용하는 정유산업은 오는 2030년 이후 수소 생산설비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그레이수소에서 청정수소 공급체계로 단계적 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정유산업은 수소 순소비 업종으로 부생수소 활용(30%), LNG 개질 및 자체생산(40%), 석유화학 업체로부터 잉여수소 구매(30%)를 통해 필요 수소를 조달하고 있다.

또한 핵심 수요처인 모빌리티 산업의 화석연료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수소가 첨가된 바이오 연료, 수소와 CO2를 합성한 E-Fuel 등 친환경 대체연료 개발을 신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수첨 바이오 연료(HVO; Hydrotreated Vegetable Oil)는 동식물성 유지에 수소를 첨가해 저온 유동성이 개선된 연료로 친환경 항공유 또는 전동화 전환 前 디젤 트럭 연료로 활용될 예정이며 E(Electro)-Fuel은 전동화가 어려운 항공 및 선박용 친환경 연료이면서 대량생산이 어려운 바이오 연료의 공급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석유화학업종은 원유정제 납사를 바이오 납사로 전환해 다양한 친환경 화학제품을 생산하고 바이오 납사 분해 과정에서 발생되는 청정수소를 자체 재활용할 계획이다.

화학업체의 납사 분해 과정에서 탄소가 45% 발생되기 때문에 바이오 납사 도입은 석유화학업체들의 탈탄소를 위한 핵심전략으로 꼽힌다. 특히 바이오 납사 분해 과정에서 발생되는 부생 수소는 탄소 배출이 없어 청정수소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바이오 납사 도입과 바이오 납사 분해 과정에서 생산된 부생수소가 향후 청정수소로 인정될 경우 석유화학업체들은 산업용 청정수소 대형 공급 업체로 부상할 전망이다.

시멘트 업종은 탄소 감축을 위한 석회석 전량 대체가 구조적 한계로 불가해 석회석 소성로의 연료인 유연탄을 전량 대체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며 수소 및 암모니아가 보조 연료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수소는 석회석 소성 반응 온도인 2,000℃ 이상 상승이 가능하여 대체연료로 단독 사용이 가능하지만 경제성이 열악한 반면 암모니아는 단독 연소 시 2,000℃ 도달이 어렵고 악취 문제로 주민 수용성이 낮지만 상대적으로 경제성이 좋고 수소를 부분 개질해 연소 온도를 상승시키는 등이 기술 개발이 추진되고 있어 대체연료 후보로 검토 가능하다. 현재 업계에서는 대체연료로 폐합성수지가 우선 검토되고 있으나 탄소중립 기여도가 높은 청정수소 및 청정암모니아도 보조연료 후보로 초기 검토 중에 있다.

이밖에도 화염 온도 1,000도 이상의 고온 가열로가 사용되고 있는 시멘트, 유리, 금속 가공 등 많은 제조업에서 저탄소 대체연료로 LNG와 무탄소 대체연료로 수소 및 암모니아 활용이 가능하다. 현재 일본을 중심으로 유리 용융로, 자동차 단조공장 및 철강 열연공장 등의 고온 가열로에서 수소 또는 암모니아의 전·혼소 실증사업이 추진 중에 있다.

5대 산업 중심 실증사업 통한 기술 검증

산업 간 협력모델 우선 발굴 추진

보고서는 앞서 살펴본 5대 산업을 중심으로 향후 10년 동안은 청정수소 실증사업을 통해 기술 검증에 집중하고 2030년 이후 본격적으로 활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증사업은 5대 산업별로 수립한 탄소중립 로드맵을 종합해 정부 지원 타당성이 높고 지속가능한 수소 생태계에 기여하는 산업 간 협력모델을 우선 발굴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유럽에서는 ‘WESTKÜSTE 100’ 프로젝트를 통해 재생 에너지, 청정수소, 이산화탄소, 합성 연료 등 청정수소 全밸류체인에 속한 업체들이 각 사의 특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협력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는 지난해 9월 민간 부문 수소기업 협의체제(H2 비즈니스 서밋)가 출범한 바 있으며 SK, 현대차, 포스코 등 주요 그룹이 수소 밸류체인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밸류체인 통합을 통한 협력모델 외에도 산업용 대체연료 등 다수 산업에서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공동으로 발굴하고 실증사업을 추진하는 모델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시멘트 소성로의 대체연료로 검토되는 수소·암모니아 혼소 기술을 유리·철강 등관련 업계까지 확대하고 공동 개발과 실증사업을 추진하는 방법이다. 아울러 발전분야에서 추진되고 있는 석탄-암모니아 또는 LNG-수소 혼소 실증 사업과도 연계해 추진할 경우 수소 및 암모니아 혼소 기술은 산업·발전·운송 등에서 수소가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플랫폼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공정 온도별 활용 가능한 친환경 연료 및 활용 사례

WESTKUSTE 100 프로젝트의 산업 간 협력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