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화재, 최근 5년간 18.5% 증가

최근 인천과 충남 지역에 전기차 화재를 비롯해 관련 공장에서의 화재 등 배터리 폭발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배터리 분야 전주기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리스크 분석에 기반한 탄력적 규제를 적용하는 시스템을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서 발표한 ‘배터리 폭발사고 증가문제, 근원적 처방을 위한 리스크 분석 기반 안전규제 체계 조속히 마련해야’ 보고서에서는 전기차 등 배터리 폭발사고 증가로 인한 국민 안전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어 과학적 근거를 기반한 안전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전기차 보급 확대가 크게 늘어나면서 전기차 화재 사고 역시 뚜렷하게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내연기관 차량의 1만대 당 화재 건수는 2017년 2.2건에서 2023년 1.9건으로 감소한 반면 전기차는 2017년 0건에서 2023년 1.3건으로 증가했다.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에서 비롯되며 ▲배터리결함 ▲BMS((배터리관리시스템) 결함 ▲배선·커넥터 결함 ▲급속충전으로 인한 배터리 노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의 주요 위험요인은 열폭주, 좌초된 에너지, 유독성과 가연성 기체에 있는데 실제 사용 환경에서 화재·폭발에 대한 원인 규명은 부족한 실정이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발생 원인이 배터리(차량, 선박부품)인 화재 건수는 2017년 168건에서 2023년 199건으로 18.5% 증가했으며 재산피해 규모도 2017년 건당 595만9,000원에서 2023년은 건당 약 4,380만7,000원으로 6.4배 증가했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피해가 우려될 뿐 아니라 기존의 소방시설로는 화재 진압이 어렵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에 국내에서는 배터리 안전성 검증제도를 도입했지만 과학적 근거 기반의 안전규제는 미흡한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기생활용품안전법 개정으로 배터리 안전성 검증제도가 도입됐지만 ESS(Energy Storage System) 폭박사고 이후 과학적 근거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안전규제만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ESS 화재 이후 안전기준과 관리제도를 개선했지만 설치 기준 강화(옥내 설치요건과 전기적 보호장치 의무화)로 인해 이차전지산업 성장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했다. 구체적 원인을 찾아야 하는데 여의치 않아 규제부터 해보자는 주먹구구 수습으로 산업 성장을 막게 된 것이다.

해외 주요국 안전정책 강화
안전성 관련 체계 통합 등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 주요국은 실증사업을 통한 과학적 근거 기반의 안전성 지원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예컨대 영국은 안전성 관련 체계를 통합 일원화하고 리스크 평가를 포함한 배터리 실증사업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특히 영국 보건안전청(HSE)은 전용 배터리 안전실 외 과학연구센터 부지에서 대규모 화재 및 폭발물 실험을 정기적으로 수행하는 등 과학적 증거를 기반으로 분석 결과를 도출해 규제 감독, 인증제도 실행, 교육 프로그램 제공, 기업 안전성 개선과 연구개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EU)은 새로운 EU 배터리 규정(Regulation 2023/1542)을 통해 배터리의 지속 가능성, 성능, 배터리 여권, 배터리 수명 주기 전반에 걸친 안전 요구사항, 안전성과 폐기물 관리를 광범위하게 규제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 역시 배터리 공급망 전반에 걸친 법률, 정책, 인센티브 정보를 통합한 데이터베이슬 구축해 공급망 참여자들이 쉽게 접근하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일본도 가전제품과 자동차에 사용되는 배터리 신뢰성과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안전 실증 테스트 및 평가를 지원하고 있다.

탄력적 규제 적용 시스템 필요
안전관리 주체 일원화

이러한 해외 주요국의 정책과 비교해 우리나라도 제품별·사용 환경별 배터리 전주기 위험성 평가를 통한 탄력적 규제 적용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기차, ESS, PM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배터리의 폭발사고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주기 위험성 평가를 통해 식별된 위험에 기반한 규제 조정을 통해 중대한 위험에 집중하고 자원배분을 최적화하는 탄력적인 리스크 관리 기반의 규제와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ESS는 폭발위험이 크므로 강화된 모니터링과 규제가 필요하고 PM은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할 경우엔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고 신중한 경계 관점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함께 안전규제 관리를 통합 일원화하는 거버넌스(정부조직)은 물론 제도적 기반 구축에도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는 범부처 수준의 ‘배터리 통합관리체계’ 구축, 안전성 관리주체의 통합 일원화와 리스크 규제 체계 기반의 안전성 관리 총괄규범을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자는 주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주요부처와 기관에는 안전성 관련 규제감독, 인증, 교육, 기업지원, 과학적 기반 실증 등을 담당하는 부서가 산재돼 있어 이를 총괄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한 실정이다. 아울러 배터리 취급과정에서 발생하는 폭발사고 대응책과 원인 규명을 위한 연구개발(R&D)의 전략적 지원도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항목으로 꼽혔다.
특히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전주기 위험성 평가를 기반으로 실증사업을 강화하고 필요한 안전기준을 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STEPI 최해옥 연구위원(혁신법제도연구단)은 “국내 배터리 관련 안전성 검증 제도는 도입됐는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안전 규제는 미흡하다”며 “데이터 기반의 전주기 위험성 평가를 수행하고, 시험분석과 실사용 환경 데이터로 위험발생 확률과 피해규모를 예측해 상황에 맞는 규제 강도와 방식 적용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폭발 위험 줄인 ‘전고체 배터리’ 주목
오는 2026년 상용화 목표

최근 연이은 전기차 배터리 화재로 배터리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폭발 위험을 현저히 줄인 전고체 배터리가 주목받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인화성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한 제품이다.
전해질은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물질로 통상 액체 형태다. 하지만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는 분리막을 뚫고 액체 전해질이 새어나올 경우 발화의 위험성이 크다. 이를 고체로 대체한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배터리 폭발과 화재 위험성을 줄이면서도 에너지 밀도를 크게 높일 수 있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먼저 양산 목표를 잡은 곳은 삼성SDI다. 삼성SDI는 오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현재 5개 고객사를 대상으로 샘플 공급에 나섰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은 고분자계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동시에 연구 중으로 오는 2026년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를 먼저 상용하고 2030년에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는 값싼 원료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서 안전성, 성능까지 끌어올린 제품이다. 원료 확보가 용이하고 가격이 저렴하지만 기술 장벽이 그만큼 높아 고분자계와 비교했을 때 더 오랜 개발 과정이 소요된다.
후발주자인 SK온도 오는 2030년을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SK온은 최근 ‘전고체 전지를 위한 복합음극과 복합양극의 제조방법과 이를 포함하는 전고체 전지’라는 제목의 특허를 출원하고 승인받았다.
해외에서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는 일본이 최근 전고체 배터리 연구 개발에 민간과 함께 5조6,000억엔(약 54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전 세계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 출원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전고체 배터리 개발 경쟁이 본격화 되면서 향후 상용화가 이뤄질 경우 관련 시장 선점을 두고 경쟁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전고체 배터리 산업 선점을 위해 정책을 수립하는 등 산업 육성을 위한 움직임이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