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및 산업과 관련한 해당분야에서는 전세계 어느 국가 및 연구기관, 증권가 등의 전문가를 통해 관련시장의 전망과 미래를 예측하곤 한다.
이같은 전망과 예측은 지구의 형상이 평평해 그 끝은 낭떠러지라는 경험치 못한 막연한 주장을 했던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닌 구체적인 데이터와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근거와 타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천재지변 등의 돌발변수가 없는 한 현실과 부합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당업종의 관계자들은 이들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사업을 준비하거나 추진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가스와 에너지관련 업계 또한 예외없이 이같은 전문가의 조언을 받고 있으며 사업추진방향에 맞춰 시장상황 파악 등과 같은 조사를 관련기관에 의뢰하기도 한다.
결국 어떠한 종류의 가스가 시장성이 기대되고 있으며 어떤 것이 생명력을 잃고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면서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되는 사안의 경우 별다른 의심 없이 진실처럼 여겨지게 되는 것이다.
본지가 이번에 다룰 가스분야에서도 ‘아세틸렌(C2H2)시장은 이미 저가의 대체가스 등장과 수요가 한계치에 달했으며 생산·소비량도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 이어지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어느 정도 사실처럼 인정받고 있는 부분의 하나이다.
그러나 이같은 예측과는 달리 미국 최대의 아세틸렌 제조업체인 Western International社는 아세틸렌 제조·공급과 관련한 집중투자로 기록적인 매출성장을 거듭하면서 이런 시각들을 정면 반박하고 나서 관련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같은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아세틸렌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는 이 업체의 사례를 분석하면서 90년대 후반 이후 나타난 대폭적인 수요감소로 사양산업(斜陽産業)으로 치부되고 있는 아세틸렌 시장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다시한번 점검해보는 계기를 마련해 볼 필요가 있다.
◇ 벌크배송으로 대량공급의 한계극복
Western社는 수요감소, 대체가스 등 수많은 부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미국 절단용 아세틸렌 시장의 최대 생산자로 부상한다는 목표아래 2년간 집중적으로 1백만달러 이상을 투자, 총 7개의 아세틸렌 플랜트를 건설했다.
회사측은 지난 반세기 동안 아세틸렌이 절단·용접산업에 있어 가장 긴 역사를 가진 최상의 효율성을 강조하며 우수한 안전성, 경제성, 활용성 등으로 인해 다음 세기에도 지금까지와 같은 최고의 지위를 잃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Western社의 최고경영자인 Dan Hord 3세는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처럼 아세틸렌 시장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었다면 우리는 이미 10년전에 이 사업에서 손을 떼고 더 이상의 투자를 감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또 “아세틸렌에 대한 부정론자들의 오류를 증명하기 위해 트레일러를 활용한 2,685N㎥(10만csf) 이상의 벌크(bulk)배송사업을 추진해 아세틸렌 유통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돼왔던 실린더 배송의 한계를 극복해냈다”고 강조했다.
◇ 생산 및 유통의 합리화 추구
Western社는 이같은 자사의 투자성공요인으로 ‘생산의 합리화’를 가장 먼저 꼽고 있다.
이 회사는 텍사스州 휴스턴 지역에만 5개의 아세틸렌 플랜트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20년전만 해도 최고의 효율성을 지닌 플랜트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인건비 상승과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졌고 이로 인해 효율성은 점차 비효율성으로 전환되어 갔다.
이때 Western社는 반도체를 제조하는 인텔(Intel)이나 아세틸렌을 생산하는 자사나 생산의 합리화를 이루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를 깨달았고 효율성과 안전성을 증대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한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10여년전만해도 아세틸렌 플랜트들의 월평균 생산규모는 25만scf에 지나지 않았지만 현재는 50만scf 수준이다. 물론 이러한 규모도 생산의 합리화를 꾀하기에는 다소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에 따라 Western社는 자사 플랜트의 평균생산량을 월 2백만scf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로 확충했다. 이 회사의 최대 자부심인 텍사스州 Bellville의 본사 공장은 미국내 메이저 가스회사와 독립배송업체들이 요구하는 고품질 아세틸렌 수요를 독자적으로 전량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Western社는 가장 안전한 플랜트를 원하는 메이저 가스업체들의 요구를 인식, 그들의 내부규정을 충족시킬 수 있는 표준을 마련해 안전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Hord 사장은 “자사 전략의 핵심은 메이저가스업체 및 독립배송업체의 고객들과 경쟁하지 않는 것이며 이를 통해 이들이 별도의 소매점을 보유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Western社는 기존 세력과 경쟁하지 않고 공존관계를 유지하는 대신 향후 아세틸렌을 사용하게 될 신규고객을 집중 공략했다. 모든 경쟁력의 초점을 잠재고객들에게 맞추고 직접 아세틸렌을 생산하는 것보다 Western社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품질과 가격면에서 월등한 이익을 부여받을 수 있도록 생산을 합리화한 것이다.
이와 함께 Western社는 비효율성을 지닌 소규모 아세틸렌 플랜트들의 인수에도 나섰다. 당시 대다수 아세틸렌 배송업체들은 생산플랜트와는 별도로 4~5개의 소매점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사업핵심과는 동떨어져 있지만 경쟁력 제고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운용해야만 하는 ‘뜨거운 감자’에 불과했다.
결국 자금부족에 빠진 배송업체들은 자사의 소매점들에게 오히려 타사보다도 못한 저급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 현상이 발발했고 잇따라 아세틸렌 플랜트의 자금력까지 떨어뜨리면서 본사로부터는 점차 소외되고 있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였지만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자충수가 되어버린 셈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Western社의 소매점 인수는 독립배송업체들의 부담을 덜어주었고 Western社는 이렇게 인수한 소매점들에게 추가적인 투자를 단행, 시장내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만들었다.
◇ 과감한 도전정신과 벌크 배송 위한 원격재고 관리
과거 아세틸렌은 벌크(bulk)방식으로 운송하기에는 경제성이나 효율성에 커다란 한계가 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그러나 Western社는 이러한 관념을 깨고 벌크배송에 도전했으며 결국 성공했다.
이 회사의 Ted Royer 수석 프로젝트엔지니어는 “불과 몇 년전까지도 대량공급이 필요한 몇몇 대형 가스응용장비들은 아세틸렌이 지닌 벌크운송의 한계성 때문에 사용연료를 프로판이나 프로필렌으로 전환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강조한다.
Western社는 아세틸렌 또한 여타 산업용가스와 마찬가지로 장기적 관점에서 벌크운송 방식이 비용측면에서 효율적임을 입증하기 위해 벌크트레일러 사업을 확장시켜 나갔다.
일단 이 회사는 주요 석유화학 플랜트의 에틸렌 부가물로 제조(화학적 제조)한 아세틸렌에 이 방식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현재 매월 25만scf에서 최대 1백만scf의 공급이 요구되는 모든 수요처들에게 벌크방식으로 아세틸렌을 공급하고 있고 화학적 제조는 물론 탄화칼슘(carbide)을 원료로 제조한 아세틸렌까지 벌크트레일러로 배송중이다.
특히 Western社의 엔지니어들은 원격 재고량 감시시스템을 기반으로 정확한 배송스케줄을 계획하는데 벌크배송의 초점을 두고 있다.
여타업체들의 고객들이 평균 10~20%의 재고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달리 Western社의 수요처들은 평균 5% 수준의 재고량만으로 안정적 사업운용이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며 Western社 입장에서는 그만큼 배송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벌크배송은 용접시장에서 아세틸렌이 지녔던 강력한 명성을 강화했음은 물론 자칫 사라질 뻔했던 석유화학시장에서의 활용도를 부활시킨 주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더해 화학플랜트 운용업체들이 아세틸렌의 파이프라인 공급에 대한 높은 활용성을 인식하면서 아세틸렌 사용에 대한 부정적 식견들이 바뀌고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현재 아세틸렌은 비타민, 제약, 니트릴 고무의 매개체, 아크릴 섬유, 살충제, 식품조미료, 화장품, 향수, 솔벤트 등의 산업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 Western社는 아세틸렌 산업이 장기적으로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원료로부터 아세틸렌을 제조할 수 있는 새로운 생산기술들이 얼마나 개발되는가에 전적으로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 관련업계의 분석과 향후 시장전망
업계최고의 공신력을 갖고 있는 미국 정부측 데이터에 따르면 지금도 아세틸렌은 필수 산업용가스로서 당당한 입지를 갖추고 있지만 사양산업의 하나라고 지적하고 있으며 수많은 전세계 전문가들의 주장과 입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과는 달리 아세틸렌 시장은 꾸준한 외형적 성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아세틸렌의 제조 및 판매, 소비에 대한 데이터를 발표하고 있는 미국 통계청의 자료가 신뢰성 측면에서 호응을 얻고 있지 못하다는 부분은 한계로 지적된다. 이로 인해 아세틸렌 시장의 미래에 대한 정확한 분석도 그만큼 어려운 상황이다.
Dan Hord사장은 “정부가 어떤 출처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는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며 “아세틸렌 관련업체중 단 한곳도 정부의 자료제공 요청을 받은 사례가 없다”고 토로했다.
산업용가스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Campbell社는 “1989년의 아세틸렌 생산량은 화학적 제조법 3천5백만scf, 카바이드 반응법 12억1천5백만scf 등 총 12억5천만scf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며 “매년 약 2%의 시장이 감소해 2001년에는 약 10억2천5백만scf의 아세틸렌이 생산됐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카바이드 반응법에 의한 생산량이 연평균 3%씩 하락해 지난해 9억scf를 나타낸 반면 화학적 제조는 매년 12~13% 가량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내 최대의 용접·절단용 아세틸렌 소매업체인 프렉스에어측도 “연간 2%정도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며 Campbell社의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어떠한 시장 분석 전문가들도 거의 모든 업체들이 절망적 상황을 견지하고 있는 아세틸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Western社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고 있다. Western社는 아세틸렌을 제외한 어떠한 다른 산업에도 추가투자를 하지 않았으면서도 낡고 오래된 유닛(unit)들의 교체와 소매점의 부활을 통해 저비용 고산출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회사가 주로 활용하고 있는 화학적 아세틸렌 제조법은 카바이드 반응법에 비해 최대 50%에 이르는 상당한 생산비 절감이 가능하다는 점도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Western社의 벌크트레일러 공급 시스템이 월등한 실용성과 경제성을 제공함으로서 많은 카바이드 반응식 아세틸렌 플랜트 소유업체와 배송업체들이 자체 플랜트를 폐쇄하고 Western社의 벌크트레일러를 구입케 만들기도 했다.
어쨌든 화학적 방식의 아세틸렌 생산업체의 미래 전망은 아직 ‘미완의 숙제’로 남아있다. 단지 전문가들은 화학적 아세틸렌 시장 또한 전세시장의 흐름을 거스르며 성장성을 보여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 아세틸렌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들이 속속 개발되면서 화학적으로 아세틸렌을 사용하는 많은 화학업체들이 아세틸렌 사용을 줄여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세틸렌 제조법*
제조방법에 있어 아세틸렌이 지닌 신비는 화학적 제조법, 탄화칼슘(카바이드, carbide)반응법 등 전혀 다른 2가지 기술에 의해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먼저 아세틸렌은 석유화학 및 올레핀(olefin) 산업에서 발생하는 부가물을 고온에서 열분해하는 화학적 제조법으로 생산된다. 그러나 이 방식은 석유화학/올레핀 산업이 처한 시장상황이나 시기에 따라 부가물 발생량이 변한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생산량을 장담할 수 없으며 가끔은 과다하게 발생한 부가물을 대기로 방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화학적 제조법과 달리 탄화칼슘 반응법(CaC)은 카바이드를 물과 반응시켜 아세틸렌 가스를 발생시키는 방법으로 별도의 아세틸렌 플랜트를 필요로 한다.
우선 정선된 생석회와 카본을 일정량의 비율로 혼합, 전기로에 투입하고 가열하면 용융카바이드가 생성되는데 이를 냉각시켜 카바이드를 생산한다. 이때 유황(S)이나 인(P) 등과 같은 불순물 함량이 과도한 원료를 사용하면 유화수소나 포스겐 등 유독성 물질이 함유될 우려도 있다.
이렇게 생산된 아세틸렌은 산화철, 염화철, 염화마그네슘 등이 혼합 충전된 정제기와 염화칼슘이 들어있는 탈수기 등을 통해 정제탈수 시킨 후 압축기를 활용해 압축충전장으로 보내진다. 정제탈수된 아세틸렌은 충전관을 통해 다공성(多孔性) 물질로 이루어진 용기에 재충전되는데 다공물질 속에는 가스가 용해될 수 있도록 용제를 미리 채워둬야 한다. 용제는 주로 아세톤과 디메틸 포름아마이드(D.M.F)를 주로 사용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