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우리네 옛 격언은 말(言)을 하는데 있어서 얼마만큼 신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이고도 함축적인 표현을 하고 있다.
누군가가 아무 생각없이 내뱉거나 의미없이 던지는 한마디의 말로 상대방과 제3자의 격한 감정까지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하면 당혹하기 그지없다.
또 스스로의 격을 깎아 내리는 잘못된 언사(言辭)로 곤혹을 치루기도 한다.
가령 어떤 일을 계획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에게 격려하기보다는 충고를 해준답시고 “열심히 해봐!”,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표현이 아닌 “잘 안될걸?” 혹은 “할 수 없을 거야!”라는 말로 의욕을 꺾는 일도 다반사인 게 우리 주변의 일상이기도 하다.
또한 자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거나 스쳐 지나가면 그만인 상대에게 ‘남 잘되는 꼴은 죽어도 못 본다’는 심리로 하지 않아도 될 말을 던지는 경우도 많다.
결국 우리는 말 한마디에 힘이 생기기도 하고 힘이 빠지기도 한다. 또 웃음을 주기도 하고 슬픔을 주기도 한다.
현실적인 예를 들어보면 한 의사가 병실에 회진하는 중에 중병으로 앓아누운 가장 옆을 지키는 아내와 아이들 앞에서 “치료결과가 아주 좋은데요!”라고 말하는 것과 “희망이 없군요”라는 말 한마디의 차이는 순간적이나마 한 가정을 천당과 지옥의 경계를 오가게 하는 결과를 낳게 한다는 것이다.
시쳇말로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굳이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을 할 필요가 있을까? 간혹 실수로 던진 말이 비수를 던진 것과 같이 상대방의 상처를 건드는 상황이 되더라도 곧바로 실수를 인정하고 이를 바로 잡는 것이 도리일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들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만 생기는 일이 아니라 나에게도 닥쳐질 일이 될 수 있기에 스스로를 배려하는 마음에서라도 좀 더 조심해야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싫으면 싫다고 말하는 기본적인 자세를 가지고 싫은데 억지로 좋다고 말할 필요도 없고 좋은데 싫다고 표현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결국 줄듯 말듯 튕겨본들 약을 올리는 꼴만 되거나 자로 재는 듯한 느낌만 주고 결국은 서로간에 빈정만 상하게 된다는 것이다.
업무적이든 개인적이든 간에 모든 사회생활 자체는 인간관계에서 비롯될 수밖에 없다.
또한 모든 인간은 영원히 보장을 받는 자리에 앉을 수가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고 보면 누구든지간에 강자의 입장이 될 수도 있고 약자의 입장이 될 수도 있다.
즉 부탁을 하는 고개 숙임이나 부탁을 받는 뻣뻣함은 결국 백지장 한 장 차이에 불과한 것이기에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는 지름길이다.
결론적으로 내가 웃으며 농담처럼 내뱉은 말도 상대는 비수로 받아들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세치 혀를 놀리기 전에 다시한번 생각하고 또 명심해야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