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각오를 단단히 했던 계획들이 작심삼일로 아쉽게 마무리를 하더라도 신학기가 시작하는 마음처럼 새롭기만 하다.
하지만 매년 이맘때면 각종 구매입찰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여서 산업용가스업계는 시장안정화를 주장하던 이전 분위기와는 달리 긴장감이 맴돌며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한정된 시장에서 또 다른 수요를 개척하기 위해 분주한 업체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업체간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뚜껑을 열어보고 나서야 허무함을 느끼게 된다.
과거 시장안정화에 따른 가격정책들이 일시에 무너진 결과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반복됐기 때문이다.
어느 산업용가스 충전업계의 관계자는 “이런 입찰 결과라면 우리 회사의 사용량도 메이저와 거래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20%가량 저가공급이 가능한 동종업계에 설명회를 갖고 경쟁 입찰에 부쳐야겠다.”고 우스갯소리를 전한다.
실제로 과거 출혈경쟁을 감수한다는 감정적인 투찰행태는 잊더라도 올해 수요처 경쟁 입찰의 투찰가격은 아무리 액체가스의 수요 감소와 공급 증가가 예견되고 있는 상황이라지만 충전소가 메이저로부터 공급받는 가격의 80% 내외로 낙찰가가 정해지고 있다.
낙찰자도 투찰자도 여기저기서 긴 한숨만 쏟아져 나올 뿐이다.
이같은 결과로 인해 동종업계내 불신과 대립이 더욱 심화되는 분위기다. 산업경제 전반에 걸친 불황의 장기화로 향후 1~2개월 이후의 사업전망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제조산업도 아닌 단순 충전·공급사업체들이 무슨 배짱으로 손해(?)를 감수하려는지 도무지 알 방도가 없다.
그것도 자사의 충전소에 공급받는 가격보다도 더 낮게 투찰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여기에 빗대어 보충설명하면 어려운 경기에 수요처의 원가절감에 보탬이 됨으로써 희생을 자처하는 산업용가스업계가 되겠다는 단체행동임은 자명한데 어느 누구 하나도 고맙다는 척이라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기업의 원초적인 생산활동의 이유가 이윤추구를 위한 장사의 개념에서 보면 산업용가스업계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활동하는 자선단체임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현재의 시황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되고 있는 자연적 수요감소에 대해 매출과 이익이 축소됐다고 울상 짓지 말자. 어차피 모두 기부하고 나눠줄 판인데….
사실 산업용가스업계는 수요처 공급가격을 높게 받든 적게 받든 간에 그동안에는 아등바등하며 살림을 잘 꾸려왔다.
하지만 이제는 자체적으로라도 원가개념을 정리해볼 필요가 있을 성 싶다. 그래서 이윤이 남지 않는 일은 그 즉시 포기해 그나마 라도 주워 먹으려는 다른 경쟁사를 위해 배려하는 것도 자선활동의 일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