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일부지역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액메이커, 충전소, 판매업소간의 하향식(下向式) 영역확장이 최근 가속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액메이커와 충전소, 충전소와 판매업소간의 마찰이 빈발하고 있으며 판매업소의 충전소 전환노력도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액면 그대로 헤비급과 미들급간의 말도 않되는 타이틀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과거 충전소간, 판매업소간 등과 같은 동급규모 업체들 사이에 일었던 수요처 쟁탈전이 잦아들고 액메이커와 충전소, 충전소와 판매업소 등 체급 자체가 다른 업체들끼리의 거래처침탈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말 이후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서만 경인지역의 충전소인 D社가 서울소재 판매업소 S社의 특수가스 수요처인 중대형거래처 2곳을 침탈해 비난은 받은데 이어 최근에는 액메이커 B사가 또다른 충전소 D社의 수소 거래처를 침탈해 양사간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기도 하다. 이외에도 외부적으로 표출되지는 않았지만 전국적으로 이같은 양상이 잇따르고 있으며 산업용가스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까지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중대형 충전소의 경우 액메이커와 충전소사이에서 딜러충전소라는 또다른 유통구조를 만들어내 충전소가 충전소에 가스를 공급하는 이상현상을 빚어내면서 출혈경쟁의 밑바탕이 되고 있어 말그대로 바람 잘 날 없는 업계의 현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1차적인 원인은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이로 인한 매출 및 수익감소에 있겠지만 지난해말 한국연합회의 공식 출범이후 조합이나 협회들의 영향력이 막강해지면서 회원사간 경쟁이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있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즉 하향식 영역확장은 상향식 또는 평행식 확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업계전체에 미치는 파장도 적기 때문에 유기적 관계를 유지해야하는 동급업체들 사이의 집단적 비판은 면하면서 매출을 증진시킬 수 있는 유일한(?) 비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중부권에 위치한 충전소 A社의 영업담당자는 “일본 등과 달리 국내 시장구조상 대다수 판매업소들의 역할을 충전소가 손쉽게 갈음할 수 있다”며 “매출확대에 내몰린 영업사원들에게 판매업소의 중형거래처는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임에 틀림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하향식 확장은 물량,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애당초 경쟁상대가 되지 않는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데다 보호해 주어야할 하부업체를 오히려 공격한다는 점에서 도의적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 판매업소 사장은 “액메이커의 충전소 공격, 충전소의 판매업소 공격은 수십년간 이어져온 국내 산업용가스 유통구조를 뿌리부터 흔드는 것”이라며 “피해업체들은 별달리 대응할 방법조차 없다는 점에서 어른이 어린아이의 손목을 비트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항변했다.
한편 업계전문가들은 액메이커, 충전소, 판매업소 여부를 떠나 중장기적으로 대형화․네트워크화를 이루지 못한 업체들은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는 현실속에서 일부 마찰이 발생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하향식 영업확장 전략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