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생존권 수호’라는 명분과 공정개선에 따른 ‘에너지 효율화’의 상호 입장차이는 더 이상 좁혀지지 않을 것인가?
최근 울산지역을 근거지로 한 신규 원료탄산 공급계획 추진에 따른 탄산업계와 SK(주)의 마찰은 사업추진 저지와 강행이라는 두 목적으로 갈라져 첨예한 대립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이같은 양측의 입장을 모아 현재 탄산시장현황과 을 정리했다.
<진행상황>
양측, 양보없는 줄다리기 계속
한국급유(대표 박기홍)와 SK(주)(대표 황두열)간에 탄산원료 수급에 대한 계약체결 소식이 전해지자 사업적 위기감을 느낀 15개 탄산업체가 지난 4월 25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회장 김영수) 대중소기업협력위원회의에 정식안건으로 상정(4월 30일)하면서 문제가 가시화됐다.
이후 대한탄산공업협동조합(이사장 김영조)는 수차례에 걸쳐 SK(주) 최태원 회장 앞으로 ‘탄산 생산계획 철회 요청’ 호소문을 전달한데 대해 6월 10일 SK측의 거부의사가 정식으로 통보됐다.
이에 탄산업계는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가 편법을 동원해 전체 시장규모 6백억원하는 15개 중소기업(조합 소속사)과 수십개 대리점의 밥줄을 끊으려는 행위를 지탄할 수밖에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SK가 30여년간의 자사 독점대리점인 중소기업을 내세워 영세 중소기업들의 고유업종인 탄산사업을 우회적으로 침탈하려는 대기업의 문어발식 기업확장을 위한 비윤리적인 기업문화의 대표적인 예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SK(주)는 울산 Complex에 있는 중질유 분해공장의 수소제조공정내 CO2 제거시설을 설치, 내부 공정효율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탄산원료가 부산물로 배출됨에 따라 고순도 탄산회수 사업계획을 수차례 검토했으며 그 결과 사업적 파트너인 한국급유와 손을 잡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사업적 배경은 수소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CO2가 납사처리량 증대의 제약과 수소제조설비의 효율을 떨어뜨릴 뿐아니라 가열로 연료(폐가스)속에 CO2가 다량 함유됨에 따라 가열로의 부하를 증대시키는 문제가 돼 지난 98년부터 CO2제거 방안을 검토한 결과 이번 공정개선작업을 추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탄산업계는 중소기업 입장을 고려해 탄산가스 생산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SK와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와 산업자원부 장관 등에 발송해 놓고 있어 양측이 모두 만족하는 결과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향후 외부 개입에 따른 힘겨루기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탄산업계의 입장>
중소기업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시점에서 SK가 그동안 해왔던 공정에서 이탈해 추가로 60억원을 투입해 탄산제거시설과 정제설비를 갖추려는 의도는 탄산제조사업 진출을 목적으로 계획하고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기업인 SK가 현 탄산시장상황과 기존 업계를 무시하고 특수관계회사(독점대리점)인 한국급유측에 원료탄산을 공급한다는 것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업종에 간접 침투해 상대적으로 영세한 중소탄산업체를 도산시키려는 목적이 다분하다.
더욱이 추가비용 투입에 따른 탄산 제조원가의 상승, 50%내외의 저순도 가스의 정제비용(高價의 Steam과 MDEA 부담) 증가는 과거 호남석유화학, 현대정유 등 기존 석유화학사들이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고순도 가스를 대기방출했던 경우에 비춰 국가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기존업체들이 이미 계획된 공장 신.증설을 추진중인 상황이어서 내년부터는 수요대비 공급가능물량이 1백40%이상 초과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SK의 사업진출에 대한 기존업체들의 반발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만약 이같은 상황에서 SK와 한국급유가 사업에 진출할 경우 해당중소기업은 공급과잉에 따른 원료소스 수급부진으로 원료탄산가격 인상(원료공급사에 패널티 지급부담), 공장가동률 저하에 따른 제조단가 상승 등은 물론 기존 거래처에 대한 방어와 공급과잉에 따른 경쟁심화로 전국 단일로 형성된 단가마저 하락될 우려가 있다.
또 탄산이 부산물 개념으로 볼 때 정제와 가공자체가 중소기업고유업종으로 보호받고 있는 상황에서 SK가 52%내외의 저순도 탄산을 정제.가공해 공급한다는 것은 명백한 중소기업고유업종 침범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결과로 SK의 상도의를 무시한 이번 행위는 중소기업의 생존권을 무시한 처사일 수밖에 없고 반드시 사업계획은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SK(주)의 입장>
이번 한국급유로의 원료탄산 공급사업은 중소기업들의 사업을 침범하기 위해 의도된 것이기보다는 지난 98년부터 추진해 온 수소제조 공정 개선사업중의 일부다.
따라서 탄산업계의 주장과는 달리 납사(Naphtha)분해를 통해 얻어지는 저순도 탄산을 사업목적으로 고순도화하는 것이 아니라 고순도 수소의 회수율을 높이고 가열로 부하를 줄여 회사내부에서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폐가스속에 함유된 CO2의 제거가 필요해 CO2 제거 설비를 약 60억원을 투입해 도입키로 했다.
따라서 CO2 제거 설비와 PSA설비를 통해 수소와 탄산 등이 함유된 폐가스를 지속적으로 회전시키면서 공정개선의 주목적인 수소 회수율을 85～95%까지 높이는 동시(수소공정 개선 효과 연간 약 20억원 예상)에 CO2의 함유량이 낮아짐으로써 개질 Section에 연료로 공급되는 폐가스의 에너지 효율을 증대시키게 된다.
이때 CO2 제거시설에서 회수된 CO2는 기존 공정에서 발생됐던 52%의 저순도 탄산이 아닌 97%이상의 고순도 탄산으로 자연스럽게 정제돼 기존 탄산업계의 원료공급원인 여타 석유화학사와 마찬가지로 원료탄산 공급사업을 계획하게 됐다.
또 CO2 제거시설의 운전에 필요한 Steam은 수소공정내에서 생산돼 자체소비후 남은 잉여Steam을 사용하고 MDEA(D-Metheal Ethilen Armin)는 기존 공정에서 이미 사용중이므로 추가비용이 크게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같이 생산된 원료탄산을 기존 탄산업계를 통해 시장에 공급됐다면 이같은 문제가 없었겠지만 SK와 오랜기간을 공생해 온 한국급유과의 원료탄산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신규업체의 시장진입에 따른 우려감과 오해가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CO2 제거시설에 대한 설계를 완료했으며 오는 8월중에 착공해 내년 상반기에는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현재 6백억원 시장…수요대비 공급량 124%증가
<탄산시장 및 생산현황>
현재 탄산가스의 시장규모는 약 6백억원(연간 33만톤- 생산량은 최대 58만톤가량으로 공급과잉 추세)규모로 추정되며 용도별 수요로는 주물, 용접 등 공업용이 55%가량 차지하고 식품.음료용 20%, 드라이아이스 15%, 기타 냉동 및 화학계통에서 10%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업체가 생산하는 액체탄산의 양은 하루 평균 1천6백여톤 정도이며 이중 성수기 공급물량은 드라이아이스를 포함한 최대 수요량은 1천4백여톤으로 비수기 공급량보다 40% 가량 늘어난다.
현대석유화학, 호남석유화학, 이수화학 등에서 원료를 공급받고 있는 태경화학이 대략 19만6천여톤/월(현재 공장가동률 50%내외수준으로 실제 생산량은 60%수준)을 생산, 전체 공급량의 37.6%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호남석유화학, LG화학 등 3개 업체에서 원료가스를 공급받는 창신화학(유진화학 포함)이 14만여톤(최근 증설), 한국탄산이 1만 6천여톤 그리고 후발업체로 지난 98년 사업을 개시한 선도화학(선도산업)이 현대석유화학과 풍국.진로주정의 원료가스를 정제해 13만8천여톤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선도화학 대산공장은 단일공장으로는 생산량이 국내 최대 규모이다.
이밖에도 쌍용정유의 동광화학이 4만6천여톤, 삼성BP의 덕양가스가 2만6천여톤을 생산하고 있으며 각 주정회사를 통해 원료가스를 공급받는 우진탄산, 대영탄산(대영종합가스) 등이 각각 15～30톤을 생산, 시장에 유입시키고 있다.
이같은 과다한 생산량으로 인해 앞으로 수요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로는 공급과잉에 따른 경쟁과 가격하락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각 제조업체별 시장 점유율(본지 추정)은 태경화학 32%, 창신화학 16%, 한국탄산 17%, 선도화학 18%, 동광화학 11% 등과 기타 주정회사 등이 6%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이미 2003년 가동목표로 에어리퀴드코리아서비스가 일산 2백50톤의 탄산을 태경화학을 통해 공급할 계획이고 SK가 추가로 공급(일산 3백60톤)할 경우 전체 공급량은 2천2백40여톤으로 증가해 수요량 증가없이 지난해보다 공급량이 무려 1백24%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