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비해 사업기반이 많이 취약해지기는 했지만 산업용가스 판매업이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줬던 천직(天職)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지난 1967년 형님의 권유로 고압가스 판매업에 뛰어들었던 한강종합가스 정길수 사장.
자전거 1대와 산소병 10개 그리고 젊음을 밑천으로 시작한 세운상사에서 부평산소, 지금의 한강종합가스에 이르기까지 세월에 밀려 흰머리를 감추어야하는 이순(耳順)이 넘었지만 산업용가스에 대한 그의 애정은 언제나 한결같다.
정 사장은 “과거 60년대에는 산소 1병을 팔면 쌀 1말을 살수 있었고 2병만 팔아도 생계유지가 가능했다”며 지금으로선 다소 허황되기조차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대한산소공장.동아산소공장 등 기체산소 생산공장, 액메이커의 탄생, 충전소의 등장,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시행, 판매업소 허가제 등 몸소 체험한 산업용가스의 역사를 하나하나 풀어놓았다.
이중에서도 정 사장이 가장 잊지못하는 무용담(?)은 바로 지난 70년대 부가가치세의 도입으로 전격 시행된 일반고압가스 ‘고시가격제'이다. 당시 세무조사를 염려한 판매업소들이 국세청의 가격조사에서 터무니없는 가격을 말하면서 몇백원의 마진밖에 남지않는 고시가격이 확정된 것. 이때 정 사장은 동료업체 사장 2명과 함께 호기롭게 경제기획원 물가조사국과 국세청을 방문, 우여곡절 끝에 자율가격제로 환원시켰고 이것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 사장은 과거의 영화에 얽매여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업계의 최일선에 있는 만큼 실수요자들과의 안전관리 강화, 가스별 특성파악, 취급부주의 방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대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판매업계의 최대 현안과제로 정 사장은 유통시스템을 꼽는다. 운반비용 부담이 큰 산업용가스 업계에서 충전소와 판매업소 모두가 실수요자에게 직공급을 함으로서 가격체계의 기형성이 발생, 판매업소의 입지가 취약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정 사장은 “액화석유가스의 경우 정유공장-충전소-판매소의 유통체계가 확고한데 비해 산업용가스는 액메이커-충전소-판매업소의 역할이 상호 중복되어 있다”며 “판매업소 입장에서는 액메이커는 액과 특수가스의 제조.공급, 충전소는 충전, 판매업소는 판매하는 차별화된 3각 유통구조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정 사장은 “최근 전국연합회 설립 등에 의해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어왔던 출혈경쟁과 수요처 쟁탈전이 잦아들고 있다”며 “제2의 도약을 위한 액메이커, 충전소, 판매업소들의 유기적 관계정립이 가속화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