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의미에서 모든 종류의 소비재들은 그 수명이 다하고 나면 곧바로 소각이나 매립하기보다는 가능한 수준에서 재활용 공정을 거쳐 인간들에게 유용한 물질로 다시한번 태어나야 한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가정에서 하나씩 보유하고 있는 냉장고 또한 이러한 논의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냉장고의 경우 금속, 유리, 플라스틱 등 비교적 재활용이 용이한 고형(固形) 물질만으로 이루어져 있는 여타 소비재들과 달리 컴프레셔 오일이나 냉매 등과 같이 반드시 환경친화적인 방법을 통해 제거해야만 하는 액상(液狀)물질 및 기체까지 포함하고 있어 재활용 공정에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할 수 있다.
또한 대기 중으로 이같은 오염물질들을 배출하지 않아야 한다는 부분도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오염물질은 냉장고의 폴리우레탄 절연체를 발포(發泡)하기 위해 매개체를 사용했을 때 냉각고를 조각내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미세한 구멍들을 통해 배출된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R11(CCl3F), R12(CCl2F2) 등을 필두로한 CFCs(chlorofluorocarbons) 냉매들은 근본적으로 절연체들의 제조시 발포제로 사용되며 만일 이러한 발포제들이 대기에 직접 방출된다면 오존층을 파괴해 인간생존 자체에 심각한 위해(危害)를 불러오게 된다.
CFCs의 사용이 제한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이후에는 대부분 펜탄(pentane, C5H12)을 냉장고 절연체용 발포제로 사용해왔다.
즉 냉장고와 같은 소비재들의 재활용 공정시에는 환경적인 문제를 염두에 두어야할 뿐만아니라 폭발성 강한 가스혼합물들이 분쇄기 내부에서만 발생할 수 있도록 안전한 공정의 유지에도 만전을 기해야한다.
다시말해 냉장고 재활용 시스템의 좋고 나쁨의 여부는 가스 오염을 얼마나 방지할 수 있는가 그리고 폭발로부터 얼마만큼 안전한가 등 두가지 측면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액체질소 재활용 시스템]
현재 독일에서는 매년 3백만대에 달하는 막대한 량의 냉장고(냉동고, 냉장캐비넷)들이 집밖으로 버려져 폐기처분되고 있다.
이렇게 버려진 냉장고들은 전문 폐기물 처리업체들에 의해 수거되는데 먼저 현 상태 그대로 사용가능한 부분과 재활용 공정이 필요한 부분들이 분리된후 적당한 방법에 의해 각각 해체된다.
최근 독일에 위치한 모 산업용가스업체는 위에서 언급한바 있는 두가지 측면을 모두 만족시킬수 있는 신개념 냉장고 재활용공정(그림-1)을 개발, 관련업계에 선보이고 있다.
Rekusolv공정으로 불리는 이 시스템은 일단 냉장고내 존재하는 배출가스를 쉽게 처리 가능한 고체상태로 만들기 위해 액체질소의 냉기를 통해 얼리게 된다.
이때 배출가스를 법적 제한농도 이하로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액체질소가 최소한 -100℃ 이하의 온도를 유지해야만 한다.
예를들어 R11의 경우 이론적으로 법정기준치인 100㎎/㎥ 수준의 농도를 구현하려면 -117℃ 이하의 온도가 요구되며 실제에 있어서는 이보다도 10～20℃가 더 낮아야 한다.
질소는 냉각작용을 위해 재활용 유닛을 통과하면서 기화되는데 이렇게 발생한 기체질소는 재활용플랜트 공정중 잠재적으로 폭발할 가능성이 있는 부분에 비활성 가스로 투입된다.
재활용플랜트가 최상의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바로 액화 및 응결공정에 사용되는 액체질소와 폭발방지를 위해 비활성가스로 사용되는 기체질소와 적당한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핵심이다.
Rekusolv공정에서는 최상의 냉각효율과 최적화된 시스템제어를 위해 특수하게 디자인된 별도의 컨덴서를 채용하고 있다.
[컨덴서의 역할]
액체질소의 냉각정도에 따라 被냉각물질들에는 주변의 증기(기체)가 액체 또는 고체로까지 변화하게 되는데 이렇게 형성된 액체 및 고체는 열과 질량의 이전을 방해함으로서 클리닝 공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재활용장비 내부에서 얼음이 형성될 경우 지속적인 압력저하가 초래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열교환기를 통해 이를 제거해 주어야만 한다.
이처럼 컨덴서를 디자인하는데 있어 고려해야할 중요한 기능중 하나는 단순히 어느 부분에서 열교환 공정을 진행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얼음이 생성될 때까지 응축공정을 방해받지 않고 버텨낼 수 있는가 이다.
더 나아가 냉각장비는 가능한 많은 량의 기체를 액상 형태로 만들 수 있어야 하며 얼음(고체)의 형성은 최소한에 머물러야 한다.
응축과정은 이슬점곡선과 근접한 상태에서 진행되고 이러한 결과로 컨덴서에서 회수되는 액체의 비율이 높아지고 얼음의 발생은 최저수준에 그친다.
[프로세싱 기술]
<그림-2>에서 볼 수 있듯이 재활용공정이 진행되는 동안 컨덴서의 냉각작용을 위해 필요한 냉각가스는 ‘냉각가스 순환장치’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를통해 컨덴서는 어떠한 냉각가스 온도에서도 제기능을 발휘하게 된다. 또한 냉각가스의 량을 조절함으로서 냉각가스의 온도에 의해 컨덴서의 성능을 독립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이처럼 온도와 수용력이 독립적으로 제어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인하여 재활용 플랜트는 배기가스의 량과 농도의 다양성을 극복하고 최적의 가동상태를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컨덴서 내부에서 얼음이 형성되는 것을 완벽하게 막아낼 수는 없기 때문에 냉각시스템 중간에 열을 공급, 플랜트에 생성된 서리(얼음)를 제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위해 배기가스의 흐름이 차단된 이후 액체질소의 공급 또한 중단되며 전기히터가 작동을 시작한다.
서리 제거 공정이후 장비의 온도는 냉각순환장치에 의해 다시 하강하고 배기가스의 흐름도 재개된다.
재활용 플랜트가 최상의 경제성을 유지하려면 컨덴서가 최적의 상태에서 운용되어야 함은 물론 냉각가스를 최대한도로 활용해야 한다는 부분도 중요하다.
<그림-3>은 이러한 모든 작용을 포함한 냉장고의 재활용 공정을 도식화 한 것이다.
여기서 보면 먼저 냉장고는 R12 등 냉매, 컴프레셔 오일 등이 분리된다. 이후 냉각회로, 컴프레셔, 유리조각, 금속부품들이 제거되고 냉각고의 외피는 분쇄기 속으로 보내진다.
이때 분쇄과정에서는 고형물질과 가스류가 함께 발생하는데 플라스틱, PUR, 금속 등 고형물질은 별도로 모아져 다시한번 분리되고 먼지와 가스들은 따로 모아져 필터로 걸러진다.
이러한 분쇄공정에서는 별도의 비활성가스(기체질소)를 공급해 R11, 펜탄 등과 같은 오염물질의 농도를 줄일 수 있다.
필터는 대부분의 수증기를 제거하는 주 컨덴서가 작동하기 이전에 미세한 먼지 입자들을 젝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기존의 냉각기술(1차냉각)을 활용해 배출가스의 온도를 2℃정도로 만들게된다.
바로 이 온도에서 먼지 및 가스에 포함된 대부분의 물기가 제거됨으로서 본격적인 Rekusolv공정에서 얼음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최소화 시킬 수 있으며 적어도 12시간동안은 큰 물의없이 컨덴서를 가동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필터를 거친 가스와 먼지들은 액체질소를 활용한 일명 ‘Rekusolv 시스템’에 의해 처리되면서 법적허용농도 이하의 배출가능한 깨끗한 가스로 정화되는 것이다. 배출되는 가스의 오염농도는 정화이전 20～40g/㎥에서 정화이후 0.1g/㎥까지 낮아져 99.5%의 회수율을 나타낸다.
특히 ‘Rekusolv 시스템’에서 사용된 액체질소는 제 역할을 수행한후 기체형태로 변화되는데 이 또한 다시 초기의 분쇄과정에서 냉각용 기체로 사용된다.
<그림-1>의 ‘Rekusolv 플랜트’는 시간당 25대의 냉장고를 처리, 약 8kg의 오염된 가스를 발생한다. 약 10～12시간 동안 연속 사용할 수 있는데 플랜트는 주간에 가동되고 컨덴서의 원활한 작동을 위한 서리제거 공정은 야간에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현재 이 기술은 주로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아시아 등지에서 R11을 회수하기 위한 공정에 쓰이고 있지만 향후 펜탄 또한 동일한 방법으로 회수가 가능하다.
[CFCs와 오존층 파괴]
몇년전 과학자들에 의해 남극 상공에 중국 본토의 2배 크기에 달하는 오존구멍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발표돼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지난 25년간 성층권 오존층이 약 6～7% 정도 감소했으며 유엔환경계획(UNEP)은 오존층이 1% 감소할 때마다 자외선 투과량과 피부암 환자가 각각 2%, 4%가량 증가한다는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오존층의 파괴는 1970년이후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냉장고 및 에어컨의 냉매제 등에 쓰이는 프레온가스(CFCs, 염화불화탄소물질)와 할론(Halon) 등의 배출량이 증가에 기인한다.
특히 성층권에 도달해 오존 파괴물질인 염소를 배출하는 CFCs의 경우 대기권 상층부에 최고 1백년동안 남아있어 분자당 온난화 유발 영향이 가장 큰 물질로서 지구온난화 현상의 18%를 야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따라 지난 87년 선진국을 중심으로 몬트리올 의정서를 채택, 오존파괴물질 사용 규제와 대체물질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또한 92년 2월 몬트리올 의정서에 가입해 매년 CFCs 및 하론 등의 소비량을 감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지구에 존재하는 전체 오존중 90%는 지상에서 약 10～50㎞ 사이에 있는 성층권에 밀집되어 있다. 이러한 오존층은 태양광선중 생물체에 해로운 자외선을 95～99% 정도 흡수, 지구상의 인간과 동식물의 생명을 보호해 주는 경이로운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다.
만일 이 오존층이 없다면 태양광선중 특히 해로운 UV-B라는 자외선 파장이 지상에 직접 쏟아져 생명체의 유전정보를 담은 DNA를 파괴하고 피부암, 백내장 등을 일으키며 식물의 광합성을 방해하는 등 인간과 자연생태계에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