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서는 등 이제 ‘고유가 시대’라는 단어는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생활이자 현실이 되어 버렸다.
휘발유는 리터당 1천4백원을 넘어섰고 경유도 1천원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러한 고유가는 단순히(?) 휘발유나 경유, LPG의 가격인상을 유발하는 것 이상으로 국내 경제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석유는 모든 석유화학관련 제품의 근원이자 원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가의 상승은 나프타 등 석유에서 추출하는 기초원료의 가격상승을 불러오고 이는 다시 나프타 등을 원료로 생산되는 프로필렌,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벤젠, 톨루엔, 크실렌, 카프로락탐 등 석유화학 원재료의 가격인상을 일으킨다. 또한 이같은 원재료 가격의 고공행진은 당연히 합성고무, 합성섬유, 합성수지, 염료, 나일론 등 석유화학 원자재의 제조원가상승을 초래하고 결국 이들을 가지고 만들어지는 수많은 제품가격이 오르는 끝없는 무한 연쇄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에 더해 각각의 단계에서 파생되는 원료나 상품들까지 포함한다면 현재 주변에 보이는 거의 모든 제품들이 유가의 영향을 받는다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산업용가스 업계의 입장에서도 유가상승은 결코 달갑지 않다.
1차적으로 운송비의 상승으로 생산원가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수소(H2), 아산화질소(N2O), EO(산화에틸렌), 에틸렌(C2H4), 아세틸렌(C2H2) 등과 같이 화학물질 또는 석유화학공정 부산물을 원료로 제조되는 산업용가스들의 제조원가 상승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나프타분해(NCC) 공정의 부산물인 산업용 수소의 경우 나프타 가격이 지난 90년 오일쇼크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을 만큼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특히 수소메이커들이 상당한 원료비 상승 부담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소원료 70%가 나프타분해
현재 덕양에너젠, SPG산업, BOC가스코리아, 에어리퀴드코리아 등 국내 수소제조메이커 4개사가 공급하고 있는 산업용 수소는 시간당 약 7만N㎥ 규모.
자체 플랜트를 보유한 에어리퀴드코리아를 제외하면 대부분 석유화학업체로부터 화학공정중 부산물로 발생한 저순도 원료가스를 공급받아 정제한 후 이를 수요처에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가상승으로 인해 나프타의 수입가격이 지난해 12월 톤당 평균 3백17달러선에서 지난 9월경 톤당 4백46달러까지 무려 40%의 급상승을 보이자 유화업체들이 원료수소의 가격을 잇따라 인상, 수소메이커들도 덩달아 초비상 사태에 돌입했다.
유화업체들이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은 나프타분해, 소금물분해, LPG크랙킹, LPG탈수소 등 다양하지만 국내에 유통중인 산업용수소의 70%(약 5만N㎥) 정도가 나프타분해 방식으로 만들어질 만큼 나프타는 산업용 수소제조의 근본물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최대의 산업용 수소공급업체인 덕양에너젠은 수소원료공급선 7개사중 태광산업과 한화석유화학을 제외한 SK,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현대석유화학, 삼성토탈(舊삼성아토피나) 등 5개사가 나프타분해 방식으로 수소를 제조한다.
SPG산업의 경우에도 삼성BP, 삼성토탈, 이수화학, 한솔케미칼 등 8개 원료공급선 중 4곳이 나프타분해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비오씨가스코리아 여천공장(현대석화)도 마찬가지이다.
에어리퀴드코리아 또한 자가플랜트이기는 하지만 여천 제1플랜트와 여천 제2플랜트 모두 나프타분해로 수소를 생산중이며 내년중 수소생산을 개시할 예정인 대한유화공업(SD글로빌)과 포스코 포항공장(비오씨가스)도 나프타분해 방식이다.
전체 수소원료 수급량 중 나프타분해 수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덕양에너젠 40%, SPG산업 43%, 비오씨가스 100%, 에어리퀴드코리아 100%이다.
이같은 원료비 상승에 더해 수소메이커들을 더욱 옥죄고 있는 것은 유류비의 고공행진이다.
과거 리터당 6백원 정도에 불과했던 경유가격이 올해초 8백원대로 올라섰고 최근 1천원대에 육박하면서 배송비 부담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부산지역에 위치한 산업용가스 제조플랜트에서 경인지역의 수요처까지 탱크로리를 통해 액체가스를 배송할 때 과거에 1백만원의 유류비가 들었다고 가정하면 올해초에는 1백30만원, 지금은 1백60만원 정도의 유류비가 필요한 셈이다.
더욱이 유류비의 경우 최근 정부가 휘발유값 대비 70% 수준인 현행 경유가격을 오는 2006년까지 85%로 올린다는 방침을 밝힌바 있어 물류비 부담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수소가격 인상 가능성 팽배
현재 각 수소메이커들은 배송비, 물류비, 원재료비 등의 상승 부담을 어떻게 상쇄시킬 것인지를 놓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며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소를 공급하고 있는 중대형 수요처들의 경우 만족스런 수준은 아니지만 이미 일정부분 가격인상을 관철시킨 상태이다.
그러나 충전소 중심의 카트리지 및 실린더 시장은 신규업체인 SD글로빌의 출현을 앞두고 오히려 가격인하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어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덕양에너젠은 나프타가격 상승에 따른 원료수소가격 인상이 심각한 수준이지만 전체 수소원료의 60%를 공급하고 있는 태광산업이 나프타분해가 아닌 LPG크랙킹 방식을 채용하고 있어 지금 당장 어떤 조치를 취해야할 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원료가격, 물가, 유류비 등 전반적인 생산원가 상승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내년을 기해 수소공급가격을 소폭 인상키로 내부적인 방침을 정리했다. 인상비율은 약 5~10%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프타분해 수소의 비중이 절반 정도를 점유하는 SPG산업은 덕양에너젠에 비해 나프타가격 상승의 여파를 좀 더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에 따라 SPG는 즉각 원가절감을 위한 긴축재정에 돌입하는 한편 아직 가격인상에 합의하지 않은 최종 앤드유저(end-user)들을 대상으로 현재의 상황을 납득시키기 위해 잇따른 회의를 갖고 있다.
에어리퀴드코리아의 경우 국내 수소메이커중 가장 많은 시간당 4만2천N㎥의 수소를 나프타분해를 통해 생산하고 있지만 BASF 등 주요 고객사들과 국제 나프타가격 변동에 따라 자동적으로 수소공급가격을 인상 또는 인하하는 ‘가격연동제’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 현재로선 나프타가격에 의해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가격연동제를 채택, 나프타가격이 오르면 공급가격을 인상하고 나프타가격이 내리면 공급가격도 낮아진다”며 “나프타가격에 따라 인해 제조원가의 차이는 나타나겠지만 수익성에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련업계에 따르면 에어리퀴드코리아가 신규사업의 일환으로 내년중 기존 온사이트 공급방식에 더해 카트리지 및 실린더 시장에의 진출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신규사업이 가시화될 경우 나프타가격 상승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수소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수소메이커들의 원가상승 부담은 비용절감, 효율성 제고 등 내부적인 노력을 통해 상쇄시킬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된다”며 “SD글로빌이 변수가 되겠지만 내년 초를 기해 수소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