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계적으로 건강과 관련한 산업이 급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가운데 ‘산소’가 의료용.산업용 등의 과거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생활속으로 깊숙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캔산소, 산소아파트 등과 같이 막연히 건강을 위해 고순도 산소를 제공하는 1차적 단계를 넘어서 철저한 연구자료를 근거로 미용, 숙취, 집중력 등에 산소를 활용하는 2차적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관련업계가 추산하는 국내 산소관련 시장은 산업용 및 의료용을 제외하고도 연간 7백～8백억원 수준으로 오는 2003년경에는 지금의 10배에 달하는 약 8천억～1조원 규모로의 고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환경오염이나 스트레스 등 건강이라는 이미지를 중심으로 펼쳐졌던 산소마케팅의 초점도 이제는 생수와 같은 생활필수품으로 전이(轉移)되고 있는 상황이다.
산소의 효능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논문들에 따르면 산소가 지닌 가장 큰 효능(산업용.의료용 용도 제외)은 바로 대뇌활동 촉진이다.
많은 연구진들에 의해 산소가 단순히 머리를 맑게 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이러한 대뇌활동 촉진효과는 기억력과 사고력 증진에 기여해 학생, 교수, 연구원, 기획담당자 등 두뇌를 많이 사용하거나 창의적 사고를 해야하는 사람들에게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단기간의 기억력보다는 장기적 기억력 향상에 보다 높은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산소는 지금까지 알려진 어떠한 상용제품보다도 음주후 숙취해소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실험결과로도 음주후 고순도 산소를 공급받은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혈중알콜농도가 3배이상 빨리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인들의 스트레스 해소에도 산소가 효과적이다. 음주나 흡연으로 인한 신체리듬의 불안정을 신속하게 해소할 수 있으며 업무효율도 증진시킬 수 있다.
여성들의 경우에는 피부미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혈관을 통해 운반되는 산소의 량은 30대가 25%, 50대 여성은 50%이상 감소하며 이는 피부호흡과 신진대사 과정을 늦추면서 궁극적으로 피부노화를 앞당기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다이어트, 유산소운동의 효과 증진, 숙면, 피로회복 등 산소는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인체에 가장 적합한 수준의 산소농도는 어느 정도일까. 서울인근의 산소농도는 20.9% 정도이며 설악산 숲속이나 해안가 등의 산소농도는 약 21.8% 수준이다. 이러한 결과는 단 1%의 농도차이만으로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엄청난 상쾌함이 좌우됨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대기중 산소농도가 약 22～25%일 때 사람들은 가장 쾌적함을 느낄 수 있으며 대뇌활동 촉진 등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농도가 25%를 넘어서면 산소양이 증가해도 쾌감의 증진을 느낄 수는 없다.
반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격언처럼 지나친 고순도 산소의 공급은 산독증(酸毒症)을 유발하는데 일반적으로 산소농도 60%이상에서 10시간이상 노출되면 오히려 건강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고순도 산소발생기 및 산소공급기는 최고 99.5% 순도의 산소를 공급하지만 흡입시 대기중의 공기와 혼합되면서 25%내외의 최적 순도로 떨어진다는 것이 제조사의 설명이다.
국내 산소마케팅의 역사
국내에서 산소가 산업용이나 의료용이 아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본격 선보인 것은 지난 96년 미국과 캐나다에서 탄생해 97년 국내에 상륙한 ‘산소방(Oxygen Bar)’을 그 효시로 볼 수 있다. 물론 이전에도 고순도 산소나 설악산, 칠갑산 등 청정지역의 공기를 담은 일명 산소캔이 시판되기도 했지만 홍보부족으로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이후 건설업계가 산소방의 바통을 넘겨받아 코오롱건설의 ‘O2-빌’ 등 산소공급시스템을 갖춘 고급형 아파트 건설이 늘고 있는 추세이며 대우전자의 ‘수피아 에어컨 O2' 등 가전제품 시장에서도 산소마케팅이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남양유업의 ‘니어워터O2' 등 음료시장을 비롯 LG생활건강의 ‘O2제닉’, 도도화장품의 ‘이소카임O2' 등 화장품시장, 휴먼텍의 ‘밀레니엄 O2 쿨러’ 등 정수기시장에 이르기까지 산소를 내세운 제품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산소에 대한 학계 및 산업계의 집중적인 연구가 진행되면서 기억력.사고력 증진, 숙취해소, 다이어트 등에 탁월한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며 “산소를 활용한 생활필수품의 등장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며 산소공급시스템도 주거시설은 물론 독서실, 도서관, 강의실, 학원, 사내 휴게실, 피부관리실, 스포츠센터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특히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산소산업의 확대는 미래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수소와 함께 타 연료가스에 비해 상대적인 무관심속에서 지내야 했던 산업용가스 업계를 일거에 산업 주도세력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산소관련 산업이 이같은 성장가도를 달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할 난관도 만만치 않다. 아직까지 한국인의 정서상 산소는 일반 공기와 동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공기는 돈을 지불하고 살 만한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산소 공급으로 인해 효과가 나타난다 해도 심리적 요인으로 치부해버리는 소비자들의 고정관념도 반드시 넘어서야 할 장애물의 하나이다.
이는 중국의 경우 대입수험생들이 시험 직전 산소봉투를 사서 마시는 문화가 일반적이고 미국.유럽 등지에서는 운동후 피로회복에 도움을 주는 ‘스포츠산소’ 시장이 기반을 잡은 것 등과는 상반되는 국내의 특수성이다.
또한 그동안 국내 산소 제조.취급 업체들이 이미 시장이 형성된 산업용과 의료용 분야에만 관심을 두고 신수요 개발이나 효능연구를 상대적으로 도외시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외국에선 어느 정도 정착단계에 있는 산소방이 국내에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나 산소캔이 호기심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1회성에 그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산소시장 활성화의 과제
그럼에도 최근 불고있는 산소마케팅 열풍은 국내 산업계에서 산소가 지닌 막대한 시장잠재력을 서서히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금명간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마케팅 방식에 있어서는 지금까지의 과오를 거듭하지 않기 위해 과거와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실제로 현재의 산소관련 제품은 산소방처럼 대중성을 확보하기보다는 특정 계층을 주 타겟으로 정해 집중 공략하고 있다.
아파트, 에어컨, 정수기 등은 구매력 높은 계층을 대상으로 하기 위해 고급품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가격도 경쟁사 제품에 비해 다소 비싼 편이며 화장품, 음료수 등은 새로운 것을 비교적 쉽게 받아들이는 신세대 계층을 겨냥하고 있다.
버추얼메디의 산소공급기 ‘오투포유(O24U)’(관련기사 25면)가 기존 산소캔과 효능면에서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이미지를 살려 수험생이라는 특수계층을 공략하는 것이나 신문.방송보다는 엽기적인 플래쉬(flash)를 통한 인터넷광고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이 제품들은 하나같이 산소가 지닌 특정효능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와 그로인한 구체적이고도 논리적인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새로운 흐름이다. 이는 무조건 건강에 좋다는 식의 막연한 방법으로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없음을 깨달은 데 따른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 특히 최근의 연구는 산소의 일반적인 효과와 함께 소비자들이 이 효능을 눈으로 확인토록 하기 위해 임상실험을 강화하고 있다.
어쨌든 국내에 불고있는 산소마케팅 바람은 결국 일반 소비자의 의식을 서서히 변화시킬 것이며 이는 곧바로 산소수요의 증대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점에서 산업용가스 업계가 산소열풍을 실질적인 매출증진으로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수동적 입장을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준비가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말하는 준비란 현재까지 드러난 것 이외의 새로운 산소효능을 밝혀낸다던가 어느 정도의 산소를 어떠한 방식으로 공급하는 것이 최적의 효과를 얻어낼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것 등을 뜻하는데 산업용가스업계는 누구보다도 산소관련 연구를 주도적으로 수행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현실적으로 자체적인 연구가 어렵다면 학계나 산업체들과 연계해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방향도 추천할 만한 방법이다.
연구결과에 따라 혁신적인 산소응용제품이나 신기술을 개발할 수 있으며 최소한 협력업체의 위치에서 과실(果實)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직접적인 기술.제품개발에는 나서지 않더라도 아이디어를 특허등록함으로서 상당한 로열티 수입을 올릴 수도 있다.
산업용가스의 특성상 경쟁업체간 제품의 품질차이가 전혀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단순히 주문한 물량을 공급해주거나 가격인하를 통해 사세를 확장하는 기존 방식보다는 어떠한 분야에서건 고도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편이 미래 무한경쟁시대에 대비한 최선책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 산소관련 산업은 ‘선택’에서 ‘필수’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시기를 맞고있다. 산업용가스업계가 연간 1천억원에 달하는 황금시장을 선도하는 주역으로 부상할지 아니면 빛 바랜 조연으로 계속 머무를지는 바로 지금 내리는 선택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