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간 비밀리에 매각을 추진돼 왔던 메싸가 한국을 포함한 6개국의 자회사를 결국 에어리퀴드社에 매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독일 메싸 그리스하임은 지난 3일 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트리니다드토바고, 브라질, 아르헨티나, 이집트 등 6개국의 산업용가스관련 사업을 에어리퀴드에 매각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메싸의 발표가 있은 직후인 지난4일 에어리퀴드도 양사간 매각계약 체결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정확한 인수비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에어리퀴드는 6개국에서 운용되던 모든 사업장은 물론 총 1억8천5백만 유로에 달하는 부채도 함께 인수하게 되며 메싸는 이를 통해 막대한 규모의 부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되는 6개사의 지난해 총 매출은 1억유로 수준이다.
이번 인수와 관련 에어리퀴드는 “한국을 비롯해 남아공, 브라질 등의 경우 메싸의 지분을 보유한 소액주주들의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하고 “최종 승인에 걸리는 시간은 국가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승인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에어리퀴드의 Alain Joly 최고경영자(CEO)도 “이번 인수는 각국 사업장의 특정상황을 감안해 계약이 체결됐으며 이는 에어리퀴드 입장에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트리니다드토바고와 이집트 등 아직까지 직접 진출하지 않았던 지역은 물론 한국, 남아공 등 이미 진출한 지역에서도 강력한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에어리퀴드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성장성 높은 비지니스의 개발 등을 통해 산업용 및 의료용가스 그리고 관련서비스 분야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에 인수되는 6개국 사업장의 면면과 에어리퀴드의 향후 전략을 살펴보면 먼저 한국의 경우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는 대성산소 및 에어리퀴드코리아서비스 등 2개사와 함께 시너지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음은 물론 기존에 소홀히 했던 중소규모 고객들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3백60여명의 직원과 함께 지난해 3천7백만 유로의 매출을 기록한 남아공 시장에서 에어리퀴드는 액화가스를 주축으로 생산능력의 강화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현재 직원 1백40명을 보유, 지난해 3천7백만 유로의 매출을 달성한 트리니다드토바고 지역의 사업장은 지금까지 직접적인 사업진출이 없었던 데다 2곳의 천연가스전과 화학업체들을 비롯한 많은 해외투자자가 있다는 점이 인수결정에 큰 매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의 경우에는 보다 현대적인 시설들을 제공함으로서 생산과 배송 두 부문에서 모두 입지를 강화할 예정이며 상대적으로 소규모 사업장에 속하는 아르헨티나에서는 기존 비즈니스의 최적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집트 시장은 세계적인 흐름과는 상반되게 고체연료시장이 안정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메싸의 향방은...
메싸 그리스하임이 6개국의 사업장을 에어리퀴드에 매각했다는 소식을 접한 국내 산업용가스 업계의 관심은 뭐니뭐니해도 한국메싸의 최종 향방. 에어리퀴드가 직접 운영해 그동안 배제해왔던 중소 충전소 시장을 공략하는가 아니면 또다른 제3자에게 재매각하는가에 따라 국내 시장 판도가 급격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메싸는 물론 아시아지역을 총괄하는 싱가포르 지사에서조차 본지의 확인, 요청후 뒤늦게 사실을 파악했을 정도도 이번 매각발표가 전격적으로 이루어졌지만 현재까지의 정황을 감안한다면 아직까지 한국메싸의 향방은 미지수에 가깝다.
먼저 재매각에 비중을 두고 보자면 에어리퀴드가 한국메싸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이 남아있다.
에어리퀴드의 발표처럼 한국메싸를 공식 인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액주주의 승인, 다시말해 현재 25%의 지분을 보유한 舊대덕공업 김진왕 前사장의 승락이 필요하다. 이는 김사장이 메싸에 회사의 경영권을 매각할 당시, 메싸가 이를 재매각할 경우 김사장에게 최우선권을 부여키로 합의한 바 있어 김사장의 의사에 따라 75%의 지분을 재매입해 현역에 복귀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또한 매각주체가 에어리퀴드라는 점도 재매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미 국내 4대 액메이커인 대성산소의 지분 40%를 확보하고 있고 에어리퀴드코리아서비스를 통해 온사이트 위주의 영업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대외적인 입지강화 외에는 당장 큰 이점이 없는 충전소규모 시장에 진출하는 무리수를 두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에어리퀴드가 이번 인수를 계기로 국내 제5대 액메이커로서 부상하기 위해 시장공략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만만치 않다. 더이상 대성산소에 연연하지 않고 에어리퀴드코리아서비스를 액메이커로의 돌파구를 마련할 의향이라면 단기적으로는 불이익이 있더라도 중소규모 시장 장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매각대금이 예상보다 다소 높았다”는 한국메싸측 관계자의 발언도 직접 운영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지금과 같은 불경기에 막대한 자금을 들여 선뜻 인수에 나설 사업주가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재매각하려 했다면 인수하지도 않았을 것이란 당연한 논리는 어떤 가능성보다도 가장 설득력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두가지 상반된 논리에도 불구하고 결국 칼자루는 에어리퀴드가 쥐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며 그 본심은 금명간 자의반타의반 드러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