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탄산업계는 한여름 최대 성수기를 맞았음에도 미소보다는 근심이 앞서고 있다. 예년에 비해 빨리 찾아온 여름과 흡사 사막을 방불케하는 무더위로 청량음료용 탄산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반면 공급에는 유달리 애를 태우며 재고물량으로 근근히 버텨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0월까지인 성수기를 지나기에는 재고물량이 턱없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증산외에는 별다른 대책을 세울 수도 없어 파동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치닫을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본지에서는 탄산업계를 이같은 극박한 처지로까지 몰고간 원인과 각 업체들의 현황 그리고 대책 등을 살펴봄으로서 가장 현실적인 관점에서 ‘탄산파동’의 허와실을 파악해 보고자한다.
원료탄산의 수급불안정이 핵심원인
현재 제기되고 있는 탄산파동의 원인은 수요증가와 원료공급의 부족, 재고확보 미흡 등 3가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수요증가분에 대해서는 원료의 원활한 공급만 이루어졌다면 생산과 재고물량으로 큰 물의없이 충당할 수 있었음을 감안할 때 원료탄산의 부족이 보다 핵심에 가깝다고 판단된다.
구체적으로 태경화학과 선도화학 등에 원료탄산을 공급하는 현대석유화학이 올해 정기보수점검 기간동안 촉매를 교환, 원재료 생산량이 30%가량 감소했다. 특히 현대석유화학은 자금유동성 악화로 최근 한때나마 조업중단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예견됐지만 지난 12일 채권단이 신규자금지원을 전격 발표하면서 우려됐던 가동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한국탄산과 남우화학에 원료가스를 공급하는 남해화학도 북한원조용 비료생산량 증가로 공급량이 40%가량 줄었고 아직도 비료생산물량에 증감에 따라 원재료 공급도 유동적이다.
또한 지금은 정상가동중이지만 나주 LG화학이 생산설비의 트러블로 한국탄산 및 유진화학 등이 원료수급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즉 여러건의 소스수급 차질요인이 발생한 상황에서 예상이상의 수요폭증이라는 두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심각한 수준으로 이어진 것이다.
더욱이 탄산업계는 지난 2～3년간 공급과잉이라는 대내외의 지적을 받아온 탓에 재고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고 간과한 점도 사태를 한층 어렵게 만들었다.
재고물량 8월이면 바닥 드러내
이에 따라 현재 각 탄산메이커들은 추가수요량을 재고물량 충당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오는 8월에 이르면 바닥이 보일 것으로 예상돼 본격적인 공급부족현상은 8월이후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체별 현황을 보면 먼저 태경화학은 타사에 비해서는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비교적 느긋한 입장이다. 이 회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을 뿐 물량이 부족해지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태경화학이 6개사에 이르는 비교적 다양한 원료공급원을 보유하고 있어 타사보다 위기대처능력에서 앞서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수화학이 20여일간의 정기보수점검에 들어가는 이달 말이 태경화학에 있어서는 최대의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태경측도 “여유물량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그동안 주변 탄산업체들에게 제공했던 일명 Swap물량은 앞으로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혀 8월들어 타사들의 물량난은 심화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실제로 남우화학의 경우 8월에 이르면 재고물량이 완전 소비됨으로서 심각한 물량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남우측도 생산물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특별한 대책을 마련할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말해 필요할 경우 든든한 파트너인 태경화학에 의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현대석유화학에서 하루 3백여톤에 이르는 거의 대부분의 원재료를 공급받고 있는 선도화학은 사업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었던 가동중단사태가 무사히 해결되면서 일단 안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또한 최근에는 대산공장을 증설, 생산능력을 기존 2백50톤/일 수준에서 3백50여톤 이상으로 확대하면서 현대유화 2공장에서 생산되는 탄산 원료가스를 전량 공급받는 등 신규소스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그러나 현대석유화학의 촉매성능이 떨어지는 내년에서야 이번 증설이 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선도에게 올해는 길고도 험난한 여름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동광화학은 수요증대와 대리점 물량 확대로 예년대비 20%의 물량부족을 토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드라이아이스의 생산량을 줄이고 탄산의 비율을 높일 계획이었으나 극심한 가뭄탓에 예전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어 계획보다 탄산 출하량이 줄어든 상황이다. 그러나 회사측은 타사대비 시장점유율이 낮기 때문에 심각한 상태가 발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만의 특수한 상황’ 인식, 재고확대로 대처
이미 언급된바와 같이 탄산업계에서는 현재의 파동우려가 다각적인 악재가 일시에 겹치면서 발생한 특수한 기현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대산공장 증설을 단행한 선도화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들은 설비증설이나 신규 소스개발 등의 적극적인 대처보다는 지금껏 관심이 부족했던 재고물량 확보에 보다 힘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이는 올해와는 달리 지난해의 경우 공급과잉에 따른 경쟁이 난무하면서 과잉생산된 물량의 수요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에 충분한 재고물량을 확보하지 않은 것도 이번 파동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생산량 확대를 통한 대처는 내년에 이르면 자칫 설비증설로 인해 공급과잉이 가속화돼 업계 모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재고물량 확보를 통한 대응이 현실적인 최선의 처방”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러한 주장은 업계전문가들도 그 타당성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어쨌든 지금까지의 모든 추이와 탄산업계 실무자들의 전망을 종합해 볼 때 공급부족이 심각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심각한 파동으로까지 전이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