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설문조사는 국내 산업용가스 업계의 현황파악과 종사자들의 의식조사 그리고 공동발전방안 등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6월 4일부터 약 3주간 비밀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조사대상은 산업용가스 액메이커, 충전소, 판매업소, 설비 및 장비업체 등 전국 1천5백여개 관련업체 종사자들로 업체들의 밀집도를 고려한 지역배분 후 무작위로 표본을 선정하였으며 약 60%의 회수율을 보였다.
설문지는 업계현황, 정부정책, 기타현황 등 총 4개항목의 39개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회수된 설문지들은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별도의 설문조사 분석S/W를 통해 분석됐다.
본지는 이번 설문조사 분석 결과를 업계현황조사와 대정부관련 의식조사 및 기타조사 등으로 나눠 상.하 두번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
고질적 병폐 여전, 가격안정 통한 시장정상화 시급
R&D투자 등 발전적 자구노력과 정부지원 공조돼야
지난 상반기 동안 국내 산업용가스 업체들의 42%가 경기침체로 인해 약 20% 수준의 매출감소 피해를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타사대비 특화된 서비스 제공’(59%)과 함께 ‘돈독한 대인관계 유지’(33%)를 양대 마케팅 전략으로 삼고 수요처를 관리하고 있었으며 ‘신규 업체들의 가격인하 전략’(45%)을 고질적인 출혈경쟁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했다.
또한 업계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는 과반수의 응답자가 ‘업계간 공조의식 강화’(59%)를 꼽았고 ‘정부의 적극적 관심.지원’과 ‘가격고시제 시행’이 뒤를 이었다.
현재 업계가 당면한 최대의 애로사항으로는 가장 많은 응답자가 ‘가격인상 및 가격경쟁 심화(28.3%)’라고 답했으며 매출감소(22%), 용기재검사(18.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에 따른 매출감소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경기침체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및 공장가동률의 하락 그리고 현대, 대우 등 영원할 것 같았던 대기업들의 잇따른 부도여파로 산업용가스업계에도 IMF시절 이상의 한파가 불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감소 수준을 묻는 질문에 조사대상업체의 42%가 10～20%의 매출하락이 발생했으며 19%는 20～30%, 9.5%는 30%이상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감소분이 10%미만인 업체(5%)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응답업체의 2/3이상이 경기악화의 여파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반면 약 23%의 업체들은 이러한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전년수준을 유지했거나 오히려 매출이 상승했다고 밝혀 이채를 띄었는데 이러한 편차는 지역별 또는 업체별로 주요 수요처가 상이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즉 이미 향후 5년간의 수주물량을 확보, 당분간 경기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조선업계를 비롯 철강, 용접 등 분야를 주 마케팅대상으로 하는 충전소나 판매소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관련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업계의 공동발전을 위한 방안으로는 압도적으로 ‘업계간 공조의식 강화(59.2%)’를 최우선 과제로 지적했다. 또 ‘정부의 적극적 관심과 지원(14.8%)’, ‘가격고시제 시행(14.8%)’, 기초산업으로서 업계종사자들의 마인드 강화(11.1%) 등도 일부 제기됐다.
R&D투자와 신규수요 개발
연구개발비(R&D)투자와 신규수요 개발은 미래를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한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예년과 같이 올해에도 산업용가스 관련업체들의 R&D투자액은 극미량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응답자중 45%가 올해 자사의 R&D투자계획이 전혀 없다고 답해 국내 산업용가스 업계의 정체성을 여실히 보여줬으며 ‘매출액의 5%미만’이 40%로 2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매출액의 10%미만’이 13.6%로 나타났고 매출액의 20%미만은 1%에도 미치지 않는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SURVEY전문가들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일반적으로 설문조사시 사실보다는 정답을 찾고자하는 심리를 보이기 때문에 실제로 투자계획이 전혀 없는 업체가 전체의 50%를 넘어설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저조한 R&D투자와는 달리 신규수요 개발노력을 묻는 질문에는 전체의 40.9%가 ‘연간 3건 이상’이라고 밝혀 조금은 상반된 결과가 나타났다. 또한 ‘연간 2건 이상’과 ‘연간 1건 이상’이 각각 27%와 18%로 2위와 3위를 마크한 반면 ‘없다’는 응답은 13%에 불과했다.
이같은 상반된 결과는 일부 응답자들이 ‘신규 수요 개발’이라는 의미를 단순히 ‘신규 수요처 발굴’로 인식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여진다.
안전관리 실시
산업용가스 업계에 있어 안전관리란 회사의 흥망과 직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조사결과 국내 산업용가스 업체들 대부분은 현재 한국가스안전공사에서 시행하고 있는 안전교육을 제외한 자체적인 직원안전교육을 위해 연간 20시간이상(76%)을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20시간인 업체는 19%, 10시간미만은 4.7%였다.
거래처에 대한 안전관리의 경우에는 월별 1회정도가 31.8%로 수위를 차지했고 분기별 1회가 22.7%, 공급시마다 18% 등이었다. 그리고 반기별 1회와 부정기적으로 한다가 각각 13.6%로 뒤를 이었다.
이는 몇 년전만해도 ‘공급시마다 한다’가 35.5%로 가장 높았고 6개월에 한번이 19.4%, 1개월에 한번이 12.9% 등의 순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국내 산업용가스 업체들의 자체 또는 수요처에 대한 안전관리가 월 1회수준으로 정착되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과거와 달리 현재에는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따라 모든 업체들이 별도의 안전관리(책임)자를 선임하고 있어 좀더 세밀하고 전문적인 안전관리가 시행되고 있는 것도 개선된 점이다. 실제로 과거에는 안전관리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업체들이 12.9%에 달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이러한 경우가 전혀 없었다.
주요 마케팅 전략
수요처 입장에서 보면 어떠한 업체에서 제품을 공급받던 산업용가스 자체는 품질이나 성능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이로인해 그동안 산업용가스 업체들은 기존 수요처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마치 가족과도 같은 끈끈한 인간관계를 맺어왔고 신규 수요처 발굴시에는 가격인하 전략으로 대응하면서 영업력을 확대해 온 것이 사실이다.
물론 아직도 중소 수요처들의 경우에는 이와같은 논리가 우세한 상황이지만 이번 설문조사결과 점차 인정(人情)보다는 경제논리에 입각한 마케팅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응답자의 2/3에 이르는 59%가 타사대비 특화된 서비스 제공을 자사의 주 마케팅 전략이라고 답했다. 수요처와의 돈독한 대인관계 유지 또한 33.3%로 상당히 높은 수치를 보였지만 저렴한 제품가격으로 승부한다는 응답은 3.7%에 불과했다. 다시말해 가격인하 및 인간관계에 의존하던 관행에서 탈피, 신속배송.철저한 안전관리 등 제반 서비스를 강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산업용가스 업계에 불고있는 ISO인증서 취득 열기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출혈경쟁 및 유통가격의 적정성
산업용가스 업계에 있어 가격인하경쟁은 지난 수십년간 지적되어 왔으면서도 아직까지 근절되고 있지 않는 고질적인 병폐이다. 물론 자본주의 국가에서 모든 공급자는 자사가 제조 또는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을 스스로 책정할 권리가 있다. 또한 가격경쟁이 최종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선의의 경쟁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시장논리에도 맞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업계에서는 이러한 경쟁이 종종 최소한의 수익성마저 도외시한 채 일단 빼앗고 보자는 식의 막무가내식 출혈경쟁으로 이어지면서 업계 전반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결집을 저해하는 지경에까지 치닫고 있어 문제가 되고있는 것이다. 현재의 산업용가스 가격이 20년전보다도 낮아졌다는 창업세대들의 한탄이 바로 출혈경쟁의 폐해를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업계종사자들은 출혈경쟁의 가장 큰 원인을 신규업체들의 가격인하(45.7%)로 꼽았다. 잉여가스의 유통과 가격고시제 미시행도 각각 17%를 점유했다. 그리고 수요부족(8.5%), 제품차별화 부재(5.7%), 구역판매제 미시행(5.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기존 업체들은 신생업체들의 가격인하전략에 맞설 수 있는 자사만의 특화방안이나 신규수요 발굴노력이 요구된다.
산업용가스 유통가격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적정하다는 응답은 18%에 불과했고 ‘싼 편이다’가 59%였으며 ‘매우 싸다’는 응답도 22.7%에 달해 80%이상의 응답자가 현재의 가격이 상당히 낮은 수준임을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저장탱크 및 용기의 임대료 청구
최근 단행된 산업용가스 가격인상과 관련 액메이커, 충전소, 판매업소 등에서는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무상 대여해왔던 저장탱크 및 고압용기에 대한 임대료(대여료) 청구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는 미국 등 외국의 경우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 공급자의 정당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인하 경쟁과 맞물려 막대한 자금부담을 감수해왔던 것이다.
용기재검사장 민간이양이후 충전소 및 판매업소들이 용기관리에 한층 만전을 기하면서 도난이나 분실, 타사 용기와의 교체 등과 같은 폐해는 감소하고 있지만 용기회전율 하락으로 인한 부담은 여전한 실정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65%의 응답자가 반드시 별도의 대여료를 받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한 가스가격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10%)까지 포함하면 75%의 응답자가 임대료 청구에 찬성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각 업체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15%)’와 ‘서비스 차원에서 대여료를 받지 말아야 한다(10%)’는 응답도 제기됐다.
이같은 상반된 의견은 액메이커 및 중대형 충전소들의 경우 경기침체 및 가격인상으로 야기된 자금압박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여료 청구에 긍정적인 반면 아직 업계에 자리를 잡지못한 신생업체나 자금압박이 경미한 소규모 업소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대 애로사항
현재 산업용가스 업계가 당면한 최대의 애로사항은 ‘공급가격인상 및 가격경쟁의 심화’가 28.3%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2위는 매출감소(22%)였으며 용기재검사가 18.8%로 3위를 차지했다.
즉 1위부터 3위까지가 모두 경제적 측면의 문제들로 나타났는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매출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가인상 및 용기재검사 민간이양 등이 전격 추진되면서 수익성마저 떨어뜨려 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잉여가스의 유통과 밸브재사용 문제가 각각 11.3%의 응답율을 보였으며 인력난(1.8%)과 안전관리문제(1.2%)도 소수의견으로 제기됐다.<다음 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