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가 경제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투자확대는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2004년 2/4분기이후 설비투자가 6%대의 증가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국내 총생산액 대비 설비투자규모는 8년 연속 96년 수준을 하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설비투자율은 96년 14.1%에서 2003년 9.5%, 2004년 상반기 9.7%로 하락했고 80년대 이후 연간 설비투자율이 10%대 이하로 추락한 경우는 98년(8.4%)과 2003년(9.5%)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고 삼성경제연구소측은 전했다.
국가경제 전반적으로 투자자금은 풍부하지만 실제 투자로 집행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지난 98년이후 총저축률이 국내총투자율을 초과하는 불균형 현상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조사결과, 외환위기 이후 제조업체의 투자내용은 미래 지향적이기 보다는 현상유지형이라는 것이다. 이는 제조업체 투자의 60% 이상이 주로 단순한 설비확충에 집중된 반면 미래성장엔진에 대한 투자인 R&D투자 비중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2003년 2/4분기 이래 4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던 설비투자가 2004년2/4분기부터 증가세로 반전했다. 그러나 설비투자관련 선행지표를 고려할 때 향후 설비투자 회복세는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투자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는 아래의 5가지 이유를 들었다.
① 경기에 대한 자신감 부족
90년대 이후 설비투자는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된 것이 확인되어야 움직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90년대 초반이후 설비투자는 경기에 대한 동행성이나 후행성이 이전보다 강화되고 있다. 설비투자가 경기에 동행적이거나 후행적이라는 것은 기업들이 국내외 경영환경의 불투명성, 경쟁심화 등으로 미래경기를 자신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경기 상승기간 단축 등으로 설비확대에 대한 필요성도 감소되고 있다. 경기 상승기간은 70년대 이후 외환위기 이전까지 평균 34개월 정도 지속되었으나 2001년 이후에는 12개월 내외로 단축됐다.
경기상승기간이 단축되면서 기업은 수요가 살아나도 투자확대보다는 가동률 제고로 우선 대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2004년 1~9월 중 산업생산 증가율이 전년동기대비 11.4%를 기록하였으나 설비투자는 금년 1/4~3/4분기 동안 평균 4.2%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반면 제조업 평균가동율은 1~9월 중 경기호황기 수준인 80.4%를 기록하고 있다.
② 내수업체의 투자부진과 해외자본재 선호
최근 투자부진의 주 원인은 내수산업인 비제조업체의 투자위축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국내민간 기계수주액을 제조업과 비제조업 등 수요자별로 구분할 경우 2003년 이래 제조업부문에서의 기계수주액은 10% 내외의 증가세 지속하고 있다.
반면 2003년 이래 비제조업부문은 내수위축이 장기화되면서 투자수요가 큰 폭으로 축소됐다.
수출이 호조를 보여도 국내에서의 설비생산은 저조하고 해외로부터 자본재수입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수출을 위한 제조업 설비투자가 국산설비보다는 주로 수입자본재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③ 기업의 축소경영패턴 고착화
외환위기 이후 확산된 ‘재무구조’ 중시풍토로 기업가의 도전정신이 약화됐다. 주주자본주의 확산 등으로 미래 수종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보다는 단기실적(주가관리)과 재무구조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는 일반적으로 3년 이상의 회임기간이 소요된다.
재무구조 개선에 치중한 결과, 국내 제조업체의 재무구조는 획기적으로 개선되었으나 투자관련 활동은 부진하다. 기업들은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대한 방어를 위해 현금보유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투자활동에는 소극적이다.
④ 열악한 투자환경과 투자대상 부족
고임금, 노사관계 불안 등으로 생산입지 경쟁력이 약화되었다. 한국의 단위노동비용과 국내 공단분양가격이 경쟁국은 물론이고 일부 선진국보다 높은 실정이다. 한국의 단위노동비용지수는 100.8(2002년)로 경쟁국인 대만(78.6)이나 일본(82.1)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노사관계, 지식경쟁력 등 투자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프라도 취약하다. IMD(2004)의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의 노사관계는 조사 대상 60개국 중 최하위를 나타내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기존 주력산업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새로운 유망산업이 부상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한국경제는 경공업→ 중화학 공업→ IT산업 등 산업구조의 조정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가 단행돼 왔다. 이로 인해 가발·섬유→ 석유화학·철강→ 자동차·조선→ 반도체·LCD·휴대폰 등 한국경제를 이끄는 주력상품들이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기존 주력산업들은 현재 수요의 불확실성, 일부 산업의 과잉설비 등으로 인해 추가적인 투자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다.
⑤ 투자를 견인할 새로운 조정자의 역할 미흡
과거 투자의 견인자 역할을 했던 정부와 대기업 시스템이 외환위기 이후에 그 기능을 상당부분 상실했다. 개발연대에는 정부가 투자에 있어서 지휘자 겸 보험자의 역할을 담당했다. ‘大馬不死’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부는 실패한 사업을 대신하여 책임지는 역할까지도 담당한 것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그룹의 내부금융시스템도 해체돼 버렸다. 과거에는 계열사끼리 상호출자를 통해 신규사업에 진출하거나 투자를 지원했지만 외환위기 이후에는 제도의 변화 등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과거 대기업 그룹과 정부가 담당하던 투자의 견인자 역할을 이제는 금융기관이 주도적으로 담당해야 하지만 아직은 미흡한 실정이다.
금융기관은 위험이 수반되는 기업대출에서 가계대출, 국채 등 안전한투자대상 위주로 자산을 운용하여 중개기능이 약화됐다.
간접금융과 직접금융의 통로가 제한되면서 기업의 투자활동은 자체재원에 의존하게 되었고 기업들의 투자재원조달 방식이 은행 등 금융기관보다는 내부자금 중심으로 바뀌면서 적정수준보다 낮은 과소투자를 유발할 가능성을 나타내고 있다.
결론 - ‘왕성한 투자’는 ‘성장의 원천’이다.
기업의 투자활동은 경제성장의 근본적 동인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투자확대는 수요창출과 공급확대를 통해 경제성장을 견인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직후 마이너스 성장을 탈피할 때도 1999년과 2000년에 30%대의 왕성한 투자확대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최근 일본경제가 10년 장기침체에서 벗어난 것도 수출과 설비투자에 의해 주도되고 있고 이의 과실이 점차 소비로 연결되고 있는 과정이다.
투자감소세가 지속되면 생산능력 감소→ 생산감소→ 소득감소→ 고실업과 소비감소→ 사회불안→ 경기침체의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투자는 생산능력을 확충해 성장잠재력을 제고한다는 점에서 경제의 중장기적 안정성장의 필수적 요소가 되는 셈이다.
투자를 위해서는 기업은 윤리경영 등의 실천으로 투명성을 제고하고 기업의 책임을 다하여 시장의 신뢰성 확보에 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의 본질은 투자를 하고 기술을 개발해서 좋은 상품을 값싸게 만드는 것이다.
‘좋은 투자’를 많이 하는 기업일수록 좋은 제품을 생산하여 기업자체의 수익을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고객들에게 보다 많은 만족을 제공해야 한다. 투자를 통해 기업의 미래 성장력이 보장되고 동시에 종업원들도 자신의 장래를 밝게 보게 된다. 적극적으로 수종사업을 발굴하고, 연구개발 등 미래지향적 투자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따라서 매출액의 5%를 R&D에 사용하고 R&D의 5%를 순수 기초연구에 사용하는 것을 관례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향후 고령화, 저출산율 등으로 노동투입량 둔화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투자확대와 기술혁신에 의한 생산성 향상이 시급하다.
특히 투자부진 이유가 복합적이므로 한두가지 대책만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모든 기업이 국적에 관계없이 최상의 여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경제주체들의 자발성과 시장경제원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정책을 구사해 나가야 한다.
합리적 노사관행 정착 등 노동, 금융, 교육, 공공부문 등의 비효율이 기업활동에 짐이 되지 않도록 경제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특히 투자위축이 장기화되고 있는 비제조업과 중소기업 부문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매우 필요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