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에는 부품·소재수급과, 공사용역 등을 통한 하도급거래와 수·위탁판매 및 중소기업의 대기업 대리점 활동 등 상품판매거래 등으로 관계가 이뤄지고 있다.
기업협력이란 것은 본래 다른 특성의 생산요소를 가진 기업의 내부조직화를 통해 원가절감, 핵심역량에의 선택과 집중 등으로 경쟁력 강화하는데 있다.
대·중소기업간 협력은 이같은 기업간 상호연관성이 높은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상호간의 양극화를 해소함으로써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통한 경쟁력 회복의 기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경제활동범위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실질적인 것을 떠나 형식적인 협력조차 미흡하기 그지없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의 경우 중소기업과 수직적 관계를 가지고 중소기업의 대기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원가절감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중소기업의 투자역력을 악화시키는 동시에 경쟁력과 파트너로서의 지위를 약화시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부분 중소기업군에 분류되는 산업용가스업계는 대부분의 기업생산활동에 있어 기초소재인 가스를 제조·공급하고 있다.
그 분야는 반도체, 석유화학, 제철·제강, 조선, 자동차, 식품, 의료, 제약, 환경, 제지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하다.
가스를 제조·공급하는데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설비에 대한 투자가 우선돼야 한다. 따라서 ‘先투자 後회수’라는 기본적인 기업구조의 특성상 적정한 수요가 뒷받침 돼야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스를 반드시 사용해야하는 상황에서 일부 대기업의 경우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가스공급업체에 계속적인 단가인하를 요구함으로써 동종업계간 경쟁을 부추기거나 정상적인 사업활동을 저해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울산의 한 대기업은 동종업계간 출혈경쟁을 방조한 탓에 업체간 감정싸움을 불러일으키면서 사상 최악의 단가를 유도, 가스업계를 우롱하는 사태를 빗어내기까지 했다.
더욱이 이들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이익발생, 세계 최대 수주라는 등의 미사여구(美辭麗句)로 홍보에 열을 올리면서 뒤로는 납품업체에 단가인하 압력을 행사하는 등 두 얼굴을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대기업들은 가스에 대해 원가의 1%에도 못 미치는 하찮은 분야로 치부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1원이라도 더 싸게 구입하려는 의도를 보면 원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품목에 대해서는 얼마만큼 쥐어짜고 있는지 안 봐도 뻔한 결과다.
매년 가스업체들은 지금과 같은 대기업의 수요입찰시기만 되면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로 몰골의 피폐함이 더해간다.
더욱이 가스가격은 10여년전과 지금이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다.
동종업체간 무차별적인 경쟁도 가격정상화를 저해하는 원인이 되고는 있지만 매년 인건비 및 물류비 등 물가상승률을 반영한다면 가스를 사용하는 업체가 가스기업의 설비 재투자와 안전관리 등에 기초적인 투자여력을 갖춰 주어야만 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리고 대기업 제품을 생산하는데 있어 가스가 없어서는 안돼는 만큼 가스의 안정적인 공급을 받기 위해서라도 중소기업에 대한 협력강화 차원에서 일정정도의 보호를 하는 것도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이라는 명분이 될 것이다.
현재 충전업계의 경우 한전기공, 발전소, 의료기관, 연구기관 등의 발주를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 최저가 경쟁입찰이라는데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손해만 안본다면 최대한 투찰하겠다는 게 충전업계의 생각이어서 과열경쟁은 물론 차후에 시장가격 하락의 원인이 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도 업계 자체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충전업계와는 달리 용접 등에 소요되는 액체탄산의 대량 입찰을 앞둔 대규모 조선소를 상대하는 탄산업계도 중소기업활성화 방안을 들고 협력업체로서 정당한 요구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 비춰볼 때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삼성중공업, 대우해양조선 등 대기업들의 단가인하 횡포가 해소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게 곤련업계의 설명이다.
이들 대기업을 상대로한 산업용가스관련 중소기업들의 요구는 의외로 단순하다. 제가격 형성을 통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안전관리와 안정적인 공급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이 형성시킨 단가는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낮은 가격으로 낙찰을 받더라도 동종업계의 질시와 함께 울며 겨자먹는 식으로 공급할 수밖에 없는 풍토가 작금의 현실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다음번 입찰에서 배제될 수도 있고 그나마 운영비라도 건지는 것이 낫다는 생각 때문인 것이다.
대기업들은 기술, 자금, 정보 등 모든 분야에서 대기업과 수급(중소)기업간 높은 격차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낮은 인건비 수준을 제외하면 대기업이 제공할 것이 많지 않은 실정이고 이로 인해 대등한 관계가 아닌 수직적 협력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공공연하게 숨겨져 있는 입장이다.
비교적 수급기업의 비중이 높은 자동차, 전자, 조선 등의 산업은 수요독점적 시장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이는 소수의 조립 대기업에 많은 중소부품업체가 납품을 하고 있는 실정이고 이 과정에서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대기업에의 납품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발생, 가격인하는 물론 재투자여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약화되는 것이다.
이같은 수급거래에 있어서 중소기업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충분한 수요물량확보일 것이다.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 역시 수요물량의 확보가 우선돼야 가능한 것이고 자체적인 원가절감의 기회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수요독점적 시장구조에서는 물량확보가 쉽지 않다.
과도한 납품단가 인하도 물량확보를 위한 중소기업간의 치열한 경쟁의 산물이기 때문에 들어갈 곳은 한정된 틀을 유지하고 있는 데 너나없이 뛰어들어 좁은 문을 틀어막고 있으니 피치 못할 사고는 반드시 발생되고 있는 셈이다.
대기업의 납품단가의 지속적 인하요구는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단가인하는 중소기업의 채산성 악화시키고 기술, 인력 및 판로 개발을 위한 투자여력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경쟁력을 떨어뜨려 대기업의 해외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게 함으로써 부품공급체계의 안정성을 낮추는 악순환의 기본적 고리임에 틀림없다.
현재 가스산업과 아직까진 큰 연관관계가 없지만 실제로 많은 대기업들이 중국시장 확대와 원가절감을 위해 중국 현지공장을 설립, 운영하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주요 부품과 소재는 국내에서 생산하고 국산화가 꾸준히 지속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에 대한 국산화율은 반도체 65%, 휴대폰 70.3%, 자동차 90~95%, 선박 80%, LCD 40% 등으로 핵심부품의 해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국산화할 수 있는 대상 부품은 많다.
그러나 기술개발 과정에서 대기업의 지원이 부족하고 국산화 품목에 대해서도 신뢰성을 얻기 어려워 구매를 기피하거나 해외에서 수입하는 경우가 많아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가중된다.
주로 반도체나 전자업종에 수요되는 특수가스의 경우 NF3나 고순도가스 등 단일품목과 혼합가스를 포함하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그 수가 방대하다.
이중 국산화된 품목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산화를 이루고도 국내에선 수요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동일한 제품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첨단 제품을 생산함에 있어 자칫 극소량의 불량품으로 인해 생산차질이 발생할 경우 기업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심각한 사태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전적으로 차단하기 보다는 공동연구·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상호 협력해 대·중소기업간 함께 나아가는 길을 찾아보는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이제는 우리 경제 살리기에 국가와 국민들이 혼연일체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중소기업이 신뢰를 바탕으로 국산화 품목을 선정하고 이에 필요한 기술정보를 교환하고 성공 품목에 대해서는 대기업의 구매 및 일정한 이윤을 보장해 주는 자세와 제도가 보완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동종업종간 가격담합을 허용해 중소기업의 협상력을 키우고 대기업이 차지하는 이익의 재분배를 이루는 것도 제고돼야할 부분이다.
이에 향후 공동발전에 기여하며 기업환경의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대·중소기업간 전통적인 하도급 거래 위주를 전면 재조정해 수평적 협력 관계를 보완·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0월 대한상공회의소가 대기업 100개사와 중소기업 185개사를 대상으로 ‘대·중소기업 협력실태’를 조사한 결과, 양측모두 협력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실제 협력은 부진하다는 입장이 나타났다.
대기업의 경우 우선적으로 협력돼야할 분야로 생산혁신(34.8%), 기술협력(19.6%), 판매·마케팅(16.3%)의 순으로 답한 반면, 중소기업은 판매·마케팅(24.2%), 기술협력(21.8%), 자금·신용(18.8%)로 대답했다.
대기업의 경우 품질과 기술을 우선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대해 경제적인 부분을 우선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기업이 자금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경제활동은 부담감을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이미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중소기업의 불만과 요구사항이 많은 수밖에 없다. 납품단가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악용하여 무리한 인하를 요구하는가 하면 기술상한선이 없이 지나친 품질수준을 요구한다거나 납기 지연 또는 단축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또한 납품대금 결제기일을 장기화한다거나 별다른 이유없이 거래선 변경시도, 납품대금에 대해 대기업 제품의 수령 또는 구매(강매)를 강요하는 사례, 최저가입찰제로 중소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등이 해결되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에서도 이같은 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서 중소기업을 ‘사회적 약자’에서 대기업의 ‘동반자’로서 인식하고 공동기술 개발시 대기업에 대해 세제상 혜택 및 교육훈련 확대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자본 참여 등에 대한 전향적 정책 수립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밑거름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