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급증했던 국내 고압가스 사고가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절반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의 고압가스사고는 모두 실사용자나 수요처에서 발생했으며 가스제조메이커, 충전소, 판매업소 등 산업용가스 관련업계에서는 단 한건의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최근 한국가스안전공사가 발표한 ‘2004년도 가스사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고압가스 사고는 총 7건으로 공식 집계됐다.
이는 지난 97년이후 공식집계된 국내 고압가스 사고빈도 중 가장 낮은 발생건수로 2002년(8건) 대비 12%, 2003년의 13건 보다는 무려 41%가 낮은 수치이다.
그러나 사고건수가 크게 줄어든 반면 11명(사망 5명, 부상 6명)이라는 많은 인명피해가 나타났으며 사고 1건당 사망사고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은 우려할 만한 부분으로 지적된다.
□ 사고발생빈도
2004년 한해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고압가스 사고는 2개월당 1건을 조금 넘어서는 총 7건으로 전년대비 41.7% 감소했다.
지난해 고압가스사고에 있어 특징적인 점은 가스제조 및 공급업체가 아닌 사용업체에서의 사고가 100%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스취급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보다는 관련 장비․설비의 수리․보수 과정에서 현장작업자의 부주의에 의한 사고가 대부분을 점유한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향후 고압가스사고율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제조․충전․판매시설은 물론 사용시설에 대한 안전관리 노력이 한층 강화되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 지난해의 고압가스사고는 2/4분기를 시작하는 4월에 처음 발생했다.
가정용 냉장고를 수리공이 막힌 배관을 고압산소로 뚫던 중 유지류와 산소가 반응, 폭발한 사고였다.
이후 전남 여수 LG칼텍스정유에서 폐가스에 의한 소각로 폭발사고가 7월에 있었으며 8월에는 대구의 한 상가에서 냉동기 수리중 고압산소와 유지류의 반응․폭발, 여수산업단지내 LG석유화학에서 반응기 촉매교체중 혼합C4 아세틸렌 폭발사고 등이 잇따랐다.
9월에 들어서도 부산에서 냉동기 암모니아 누출사고, 울산 SK㈜ 합성수지 공장의 수소압축기 폭발사고 등 2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의 마지막 사고는 10월 울산의 한 ABS제조업체에서 볼밸브 교체작업중 잔류가스가 점화되어 일어난 화재사고였다.
업계관계자들은 이에대해 가스사고 감소를 위한 안전공사의 지속적인 계도․홍보․단속과 국내 안전관리 제도 강화, 업계의 안전관리 의식 개선, ISO․KOLAS와 같은 선진관리기업 도입 등이 복합적인 효과를 일으켰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와 업계의 노력으로 2000년대 이후 90년대 보다 고압가스 사고발생율이 크게 낮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매년 그렇듯이 안전공사의 공식집계에서 누락된 사고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고 업계특성상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내부적으로 무마된 사고들도 많기 때문에 가스안전이 정착되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기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안전공사 집계에는 빠져있지만 언론 등을 통해 확인된 사고만 브라운가스버너 개발중 수소 폭발사고(1월16일), 수소를 충전한 행사용 애드벌룬 폭발(2월26일), 선박 냉동기용 암모니아 배관파열․질식사고(3월16일), ㈜삼양제넥스 수소저장탱크 폭발(5월23일), 어류 냉동용 암모니아(NH3) 누출(5월31일), 액체염화수소 탱크로리 누출(7월22일), 에어컨 수리중 산소와 유지류 반응․폭발(8월27일), 수소를 충전한 분양광고용 애드벌룬 폭발(11월12일) 등 8건으로 안전공사의 공식집계 수치를 넘어서고 있다.
즉 이들을 모두 포함할 경우 지난해 국내 고압가스 사고는 총 15건으로 뛰어올라 2003년 보다 사고건수가 늘어났으며 그만큼 안전관리가 더욱 소홀해졌다는 전혀 상반된 평가가 가능하다.
□ 인명피해
지난해의 인명피해는 전년(15명)보다 다소 낮은 사망 5명, 부상 6명 등 총 11명으로 나타났다.
사고건수가 47%의 감소를 보인 반면 인명피해는 26% 정도 줄어드는데 그친 셈이며 사고 1건당 인명피해 발생율은 지난해에 비해 오히려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특히 2003년의 인명피해는 사망 4명, 부상 11명으로 사망자 비중이 전체 인명피해의 26%에 머물렀지만 지난해의 경우 인명피해 중 4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사망자 비율만을 놓고 보면 전년대비 25%의 증가가 나타난 것이다.
가스사고 건수와 인명피해가 결코 정비례하지 않으며 단 1건의 사고로도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다시한번 입증해주는 결과이다.
먼저 4월과 8월 유지류와 고압산소가 반응해 폭발한 2건의 사고로 2명이 숨졌고 LG석화의 혼합C4 아세틸렌 폭발로 사망 1명, 부상 1명의 피해가 있었다.
또한 9월의 SK 수소압축기 폭발에 의해 사망자 2명, 10월의 화재사고로 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외에도 안전공사 집계에는 누락됐지만 2월의 애드벌룬 폭발로 초․중생 형제 2명이 중화상을 입은 것을 비롯 삼양제넥스 사고로 사망 3명, 8월 유지류 산소폭발로 부상 3명, 브라운가스버너 폭발로 부상 3명, 11월 애드벌룬 폭발로 부상 2명 등의 추가 인명피해가 확인됐다.
결국 누락된 사고 7건을 포함시키면 지난해의 인명피해는 사망 8명, 부상 16명 등 총 24명으로 늘어나 지난 8년간 공식집계된 고압가스사고 인명피해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게 된다.
한편 지난해 한국가스안전공사의 국정감사를 통해 국회의원들이 고압가스 및 독성가스의 취급․유통구조에 대한 안전관리 부실을 적극 지적함에 따라 올해들어 고압가스의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각종 제도개선작업이 본격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