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수요처의 구매단가 인하 요구 및 동종업계간 경쟁 등으로 채산성이 지속적으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던 탄산업계가 시장안정화는 물론 대·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최근 대한탄산공업협동조합(이사장 김영환)은 탄산업체간의 경쟁을 유도하고 이로 인해 시장질서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조선 5사에 대한 출혈적인 납품경쟁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용접용 액체탄산의 공동판매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조합은 이같은 공동판매사업의 추진배경은 중소기업협동조합법(제31조 제1항) 및 공정거래법(제58조)에 규정된 법적 근거와 함께 수차례에 걸친 총회 의결을 통해 결정된 것으로 금년 5월 단가계약 체결시점에 맞춰 이미 각 조선소를 중심으로한 수요처에 협조공문의 발송을 마친 상황이다.
이미 탄산조합은 지난 2000년부터 엽연초 제조용으로 공급되는 액체탄산에 대해 (주)케이티엔지(KT&G)와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이를 통해 조합원사의 안정적인 제조활동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그러나 조선소에 공급되는 용접용 액체탄산의 경우 전체 공업용 액체탄산 수요의 약 50%를 차지하는 최대 규모의 물량입찰인 탓에 납품량 확보에 혈안이 된 일부 조합원사의 욕심을 이용, 탄산제조업체와 개별적으로 접촉해 매년 단가계약이 유도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삼성중공업, 삼호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에 공급돼 왔던 액체탄산은 지난 85년에 160원/㎏이었던 것이 그간의 인건비 및 물류비 등 물가인상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오히려 30%이상 낮아지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공업용 액체탄산 공급분은 매년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며 그나마 현상유지되고 있는 음료용 액체탄산 공급분과 드라이아이스 제조를 통해 손실분을 보전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따라서 탄산조합은 이와 같은 공동판매사업 추진을 배제하고 지난해처럼 개별업체를 대상으로 협상을 유도할 경우 조합원사의 권익보호와 시장안정화 차원에서 해당조선사에 대한 액체탄산 공급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조합의 한 관계자는 “수요자가 독점하는 시장구조에서 대기업을 상대로 한 중소기업의 가격협상 능력은 상실된 상황이기 때문에 조합 등을 통한 결속으로 대·중소기업간 공정거래를 유도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조선소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또 지난 2003년 현대중공업이 가격인상을 요청한 일부 탄산업체에 대해 신규계약에서 완전배제하고 구미에 맞춰 공급업체를 선별했던 사례를 지적하고 일부 업체가 사욕 채우기에 급급해 개별계약을 하더라도 조합원사의 공조없이는 조선소의 대량수요를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조합측의 설명이다.
특히 탄산업계는 조선소에 공급되는 액체탄산 단가가 시장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번 공동판매사업은 업계의 누적적자를 만회하는 차원이 아니라 각 제조사의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현재의 액체탄산 시장규모는 약 6백억원(제조업체 8개사 기준)으로 연간 약 81만3천6백톤이 생산가능하나 수요대비 현실적인 공장가동률은 60%를 밑돌고 있고 총판매량은 약 49만2천톤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중 공업용 액체탄산이 60%(약 28만8천톤)의 비중이며 용기충전 및 기타 수요량과 조선 용접용이 각각 50%을 차지하고 있어 5개 조선소에 대한 공급비중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