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부터 공급안정화 예상…드라이아이스 생산 규격도 크게 줄어

매년 반복되는 공급부족으로 심각한 파동 사태를 수년간 견뎌왔던 국내 산업용가스업계가 올해 성수기에도 단기적으로나마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반기 들어서면서 신규 플랜트의 가동이 본격화될 경우 수급조절은 원활해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딘 가운데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이 크게 줄고 탄소저감 정책의 시행은 원료탄산의 공급량 감산을 의미한다. 또한 플랜트의 안전성과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정기보수점검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원료탄산 공급업체들은 자사 제품의 수요감소 시기에 맞춰 일정을 조율하고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안전점검과 플랜트 보수에 돌입한다. 이 시기는 대부분 여름철 비수기에 맞추는 경향이 높다.

하지만 이 시기를 즈음하여 액화탄산은 성수기에

돌입하는 탓에 공급 부족과 수요 증가라는 엇갈린 운명을 마주하는 것이다.

올해는 7~8월에 걸쳐 충남 대산과 전북 군산 등에서 2~3개의 신규 플랜트 가동이 예고된 상황이다. 잇따라 울산에서도 8~10월 사이에 증설 플랜트가 본격적인 가동이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관련업계는 액화탄산 공급량 증가로 인해 수급조절은 원만할 것으로 전망해 왔으나 여타 원료탄산 공급처의 감산 시기와 8월말 대규모 물량 공급처가 정기보수점검으로 인해 약 45일 가량 생산활동을 중단할 것으로 보여 올해 역시 수요의 최고점에서는 일시적인 공급 부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나마 내년에는 신규 플랜트의 건설이 잇따를 것으로 보여 공급량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외부산업에의 의존도가 높은 탄산업계는 예상치 못한 기존 플랜트의 감산이나 원료 부족 등도 배제할 수가 없어 전체적인 수급 균형에 대한 긴장감을 놓지 못하고 있다.

결국 액화탄산은 대기업 위주로 공급하는 원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제품의 특성에 따라 새로운 수요 창출에 대한 대처 미흡과 수요량의 끊임없는 증가, 대체 품목의 한계, 원료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탄산제조업계는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현재 탄산업계는 비수기의 공급여유량을 가지고 성수기에 사용할 액화탄산의 재고확보에 추가로 투자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한다. 그 이유로는 상대적으로 저가인 액화탄산을 일시적인 부족 때문에 저장탱크의 용량 증설을 추진하기에는 투자비 부담은 물론 부지확보, 추가 허가 등 기술적, 경제적, 제도적인 이유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한 시장에서 형성된 액화탄산 가격체계가 단위 면적당 저장이 용이한 일반 공산품이나 케미컬류의 제품에 비해 저가로 형성된 것도 투자의 어려움을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코로나19 이후 급속도로 늘어난 비대면 식품 물류산업이 여전히 상승세를 이루고 있는 탓에 드라이아이스 수요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콜드체인 산업이 발달할수록 물류비용의 증가 부담으로 인해 드라이아이스 규격도 줄어드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본이나 대만 등과 같이 점차 열대성 기후가 북상하는 영향과 바쁜 일상의 효율적인 시간활용을 이유로 도시락 문화가 확산되고 있고 콜드체인 산업의 발달에 따라 식품의 부패방지와 온도보정용 드라이아이스의 수요 증가는 자명한 사실이다.

과거에는 액화탄산 제조업체들이 30kg의 드라이아이스를 생산, 유통했고 사용자가 필요한 만큼 쪼개서 사용해 왔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쿠팡, SSG, 마켓컬리 등을 중심으로 신선식품 배송을 위한 블록형 드라이아이스가 인기를 끌며 초반에는 1kg형 블록을 생산하는 방식을 운용해 왔다. 그러다가 자체 드라이아이스 설비구축 및 드라이아이스 전문제조업체가 등장하며 점차 600g, 450g, 300g 규격으로 드라이아이스 생산 단위를 낮추며 생산원가 절감과 물류 소요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환해 오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들어서 액화탄산이 선박 건조 등 용접용 수요가 증가하면서 40%의 시장을 차지하는 동시에 반도체 세정용 탄산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플랜트 추가 증설이 완료되는 시점에는 전체 액체탄산 수요시장의 10% 이상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초고순도 탄산제품을 통해 주도해 나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결국 탄산시장은 액화탄산 공급량을 기준으로 감소되는 만큼 드라이아이스 시장의 정체기가 예상되고 개별 플랜트의 생산능력이 증강되는 만큼 감축되는 기존 플랜트의 가동률 등에 따라 액화탄산 시장도 수급 상황과 공급가격 등 현실에 맞춘 변화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월 연관 산업체를 대상으로 ‘탄산 수급 대책기간 운영을 위한 간담회’를 진행하고 탄산 수급을 위한 현황을 점검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탄산업계 관계자들은 “매년 5~9월에 이르는 탄산 수요성수기의 중심에서 원료공급처인 정유, 석화사들이 플랜트 정비가 진행되고 여름철 드라이아이스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가 맞물려 액체탄산의 공급 부족이 심화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원료공급처인 석화, 정유사 입장은 “팬데믹 이후 제품수요의 감소와 플랜트 가동률 저하로 원료탄산 공급이 어려웠지만 올해는 정상적인 가동률을 예고하고 있다”며 “보수점검 일정이 중복되지 않는 한 원료탄산 공급에서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대책처럼 신규 플랜트의 가동이 연이어 진행될 2023년 하반기 이후부터는 어느 정도 갈증 해소는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팬데믹 이전의 과거와 같은 공급과잉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