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LNG생산기지 정문에서 철저한 출입절차를 거친 후 바다를 가로질러 곧게 뻗은 9㎞의 진입로를 달린 끝에 도착한 한국가스공사(KOGAS) 연구개발원 LNG기술연구센터(센터장 백영순).
가스공사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곳이라는 생각에서인지 그 흔한 자동차 소음조차 들리지 않는 조용한 환경속에서도 두 동(棟)으로 이루어진 센터건물에서 피어오르는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현재 가스공사는 DME(산소함유액화석유가스), 가스하이드레이트(Gas Hydrate) 등과 함께 수소에너지를 차세대 성장동력사업으로 선정하고 LNG기술연구센터내에 전담연구팀을 설치,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연구팀에서는 과기부 산하 고효율수소에너지사업단의 '20N㎥/hr급 컴팩트형 고효율 수소제조장치 개발, 산자부 산하 수소연료전지사업단의 '30N㎥/hr급 수소스테이션 건설 및 실증연구' 등 국내 양대 수소에너지 개발 국책사업단에서 수소충전소용 수소제조장치 관련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으며 천연가스 증기개질형 수소제조기술을 바탕으로 수소충전소용 개질기 기술, 연료전지용 소형 개질기 특화기술, 가정용연료전지 시스템과의 연계 기술 등을 중점 연구중이다.
이중 ‘수소충전소용 20N㎥/hr급 수소제조장치’는 공사가 보유한 플레이트형 반응기 적층기술을 대형화함으로서 완성단계에 이르렀고 지금은 개질기의 기술국산화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연료전지와 관련해 인증기관, 표준화기관으로의 성장을 목표로 국내외에서 만들어진 연료전지들의 성능을 시험하고 체계적인 인증시스템을 구축하는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사내에 '수소연료전지 Internal 포럼'을 개설, 수소에너지 정보교류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소형화 기술이 핵심 경쟁력]
가스공사가 처음 수소에너지에 관심을 갖은 것은 천연가스의 부가가치 향상을 목적으로 '천연가스를 활용한 수소제조 연구'를 시작한 지난 2000년.
이 연구를 통해 5N㎥/hr규모의 천연가스 증기개질방식 수소제조장치를 개발해냈으며 그 과정에서 기존 원통형 개질반응기 비해 열효율이 높고 시스템 단순화가 가능한 신개념 플레이트형(plate type) 반응기를 독자기술로 개발완료하면서 '천연가스 증기개질방식 소형 온사이트 수소제조장치' 분야의 선도기업으로 급부상했다.
가스공사는 플레이트형 반응기에 에너지흐름을 고려한 적층형 플레이트 통합기술을 적용, 83%에 이르는 높은 에너지 이용효율과 98%의 메탄전환율, 58%의 개질효율 등 탁월한 성능을 입증했으며 시스템 가동준비시간도 기존 3~4시간에서 1시간 이내로 단축했다.
또한 전력사용량 감소, 공기냉각방식 채용에 따른 냉각수 설비 제거 등 온사이트 설비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음은 물론 운전비 및 공사비 절감에도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플레이트형 반응기 기술은 이미 그 독창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아 KT(신기술인증)마크와 국내특허를 획득했고 일본과 미국특허도 출원중에 있다.
이처럼 가스공사 기술력의 핵심은 크게 '천연가스 증기개질 수소제조'와 '온사이트형 수소제조장치의 소형화'에 집중된다.
특히 플레이트형 개질반응기를 정점으로한 가스공사의 수소제조장치 소형화 기술은 초기 수소경제를 이끌어갈 선도기술로서 관련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백영순 센터장은 "수소경제의 핵심인프라인 수소충전소와 관련해 온사이트형 천연가스 개질시스템이 경제성, 효율성, 공급안정성 등의 측면에서 최적의 시스템으로 인정받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이로인해 온사이트 수소제조에 적합한 수소제조장치의 소형화가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수소경제 초기에는 정유사나 화학기업들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300N㎥/hr급 이상의 대형플랜트가 아닌 200~300N㎥/hr급 중소형 온사이트 수소제조장치가 주된 수소공급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프라나 수요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대량수소생산시스템 보다는 수소충전소, 가정용 열병합시스템, 연료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 탄력적으로 적용해 수소경제 촉진을 도모할 수 있는 컴팩트형 수소제조장치의 활용성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백 센터장은 "시스템 소형화의 핵심인 소형 개질기 제조기술은 일본이 가장 앞서 있지만 아직 개발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기술격차는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 일본의 70% 수준인 기술력을 세계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집중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소충전소 실증연구 돌입]
가스공사는 곧 수소연료전지사업단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인천기지내 신규매립지 3백여평의 부지에 30N㎥/hr급 수소충전소를 건설하고 운용기술 등에 대한 본격적인 실증연구에 돌입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의 이동식 및 고정식 수소충전소,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에 건설중인 수소충전소에 이어 국내 4호 수소충전소가 될 가스공사의 수소충전소는 내년 상반기내 완공을 목표로 해외의 최신기술과 장비를 도입, 현존하는 국내 수소충전소 중 최고의 충전소로 건설될 예정이다.
이미 현대자동차측과 2대의 수소자동차 운용에 합의한 상태이며 충전소의 활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소차 운용 후 남는 수소는 연료전지를 통해 전력으로 변환하여 공사의 필요전력으로 활용하게 된다.
특히 가스공사는 수소충전소의 국산화라는 궁극의 목적 아래 외산기술로 건설되는 이번 수소충전소 내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 자체 개발한 개질기의 적용성을 시험할 계획이며 시스템이 안정화되는 즉시 100% 자체 기술력만으로 동일규모의 수소충전소를 건설함으로서 외산충전소와 제작비, 성능, 안전성 등을 비교연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가스공사의 수소에너지 중장기 연구개발 로드맵에 따르면 공사는 오는 2010년경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초기단계의 수소경제가 구현될 것으로 판단하고 2006년까지 독자적인 수소제조장치기술, 2008년까지 수소충전소 운영기술을 확보해 국내 수소충전소 건설 수요에 대응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또한 2012년까지 수소제조장치의 규모를 100N㎥/hr급으로 확장하는 스케일-업(scale-up) 기술을 확보함으로서 수소경제가 본격화되는 2020년경 300 Nm3/hr급의 수소제조장치기술을 통해 수소충전소 국산화를 이룬다는 목표이다.
한편 백영순 센터장은 국내 수소에너지 연구풍토와 관련해 "수소경제는 결코 특정기업이나 일부 연구자의 노력에 의해 실현가능한 개념이 아니며 시장논리가 아닌 국가의 정책논리로 풀어가야 하는 개념"이라고 강조하고 "연구자들은 막연한 장밋빛 전망을 남발해서는 안되며 투자자들도 최소 10년간은 수익없이 투자만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연구자들에게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