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진으로 인한 시장위축과 제조 및 도소매(액제조·충전·판매)의 경계선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산업용가스시장에서의 살아남기 위한 적극적인 대처방안과 자기방어적 차원의 영업정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는 시장구조속에서 기업 생존의 기로에 서있는 수많은 경제집단중 하나인 산업용가스업종은 제품의 특화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시장확보라는 과제를 경영의 모토로 삼고 있다.
이로 인해 앞서 기술한 업종간 경계선은 무의미해지는 상황에서 거대 기업만이 폭넓은 활동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고 여타 중소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발버둥에 여념이 없는 실정이다.
이같은 현 상황에서 사업부진에 무감각해지고 있는 충전업계에 경종을 울리고 향후 2백여개에 달하는 충전업소가 지향해야할 사업부분에 초점을 맞춰 본지가 취재한 내용과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토대로 보도하고자 한다.
[2010년 액체가스 유통비중 15% 불과]
지난 70년대 후반 다국적 산업용가스기업의 국내 진출을 계기로 시작된 액체가스 시장은 자가플랜트와 액메이커 그리고 중간 유통업체의 하나인 충전소의 등장으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LGC와 탱크로리를 통해 공급되는 액체가스의 개념보다는 기체를 충전한 실린더 위주의 액체가스(?) 공급방식이 충전·판매업계의 보편화된 거래방법이었다.
이렇게 이어진 산업용가스의 유통은 80년대 중반까지 100% 액체가스를 통한 매출이 주종을 이루면서 국가의 모든 산업의 근간을 이뤄왔던 것이다.
하지만 90년대 들어서면서 국가기간산업의 하나로 육성되기 시작한 대다수의 석유화학과 철강업체들이 전문 업체로부터 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관리적 측면과 원가절감이 가능하다는 자체 분석에 의해 액메이커의 파이프라인 매설이 본격적인 움직임을 나타냈다.
이때부터 성장하기 시작한 파이프라인 시장은 대량공급되는 유통시장에서 일익을 담당하며 80년대 0%에 가까웠던 시장점유율을 90년대에는 35%를 웃도는 현실적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더욱이 액체시장의 감소가 눈에 띄게 나타나는 지금에 와서는 파이프라인(기체가스) 시장이 액체시장을 훨씬 능가해 전체 산업용가스시장의 75%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고 추세에 근거해 오는 2010년쯤에는 액체가스와 기체가스의 비중이 각각 15%, 85%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같은 액메이커의 기체가스로의 시장전환분위기는 산업용가스 공급사업이 장치산업인 탓에 최소의 투자비 및 인력투입으로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사업위주로 형태가 변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영업관리에 따른 소모전 과다와 함께 투자비와 단위생산비가 높은 액체가스 비중이 그만큼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액메이커들의 관심은 자가플랜트의 인수, 온사이트 플랜트 확대 그리고 파이프라인의 연장(延長) 등이다.
다시 말해 충전업계를 중심에 둔 액체가스 시장에는 점차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충전업계가 앞을 내다보는 안목을 사업을 영위하려면 오랫동안 의지해왔던 액메이커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자생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할 것이다.
[충전소 80%는 가스 전달자 역할]
지금의 상황에서 전국에 산재된 2백여개 충전소가 액체가스 유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같은 와중에도 자생력을 겸비한 미래지향적인 입장에서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간에 추진하는데는 변수가 있다.
신규업체의 지속적인 등장과 업체간 타협부족 등의 원인이 액체가스를 주도해야할 충전업계를 겉돌게 하고 계속적인 정체와 불안정한 모습으로 앞으로도 계속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 변수의 작용이다.
70년대 이후 급격한 국내 산업의 성장에 따라 지역울타리를 중심으로 영업에 주력해 왔던 충전업계의 현재 모습은 전국적인 난립이라는 말이 쉽게 어울릴 정도로 10여년전보다 업체수가 두 배 가량 늘어나면서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된 모습이다.
이로 인해 시장질서확립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지역적인 융화와 가격구조 개편 등 많은 과제가 반복되어 강조되는 업종이 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반해 특수가스와 혼합가스 그리고 용접 등 연관된 장비사업 등으로의 신규진출과 사업분야 확대의 가능성은 그만큼 미래를 지향해 나갈 수 있는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2백여개 충전업소중 약 80%에 해당하는 업체가 가진 기술력과 정보력은 극히 미약하다는 것이다.
충전소들은 단지 액메이커로부터 공급받은 액체가스를 공급받아 LGC 또는 실린더에 충전해 수요처에 전달하는 역할만 지난 수십년동안 담당해 왔을 뿐이다.
때문에 수요처가 요청하는대로 가스를 공급할 뿐 자기가 공급한 가스가 어디에 쓰이는지, 어떤 효과를 내는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공급단가 계산에만 여념이 없었기에 취급가스에 대한 상식은 대단히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를 역으로 분석해 보면 그만큼 연구와 개발에 치중할 수 있는 여건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영업관리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제자리에서 맴도는 유통구조의 한 가운데 있었던 탓에 시간적 여유가 충분히 있었지만 활용도는 극히 낮았다.
가까운 일본의 충전업계의 경우를 예로 들면 가스충전 부문의 매출은 50~60%가량이고 연관된 장비사업부문에서 40~50%의 매출을 끌어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가스를 사용하기 위해 소모되는 소모품 즉 용접봉이나 용접관련기기, 냉동기자재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충전업계의 공급장비는 가스를 공급하기 위한 저장탱크나 용기 그리고 각종 밸브류에 국한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가적인 장비는 수요자가 따로 구매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다.
이처럼 가스에 국한된 매출에 의지한 경제활성화에 치중하다보니 안전관리도 등한시될 수밖에 없다.
흔한 말로 돈이 있어야 입에 풀칠하는 것 외에도 신경을 쓸 수 있는 것이지 먹고 살기에 바쁜 와중에 어디에 눈을 돌릴 수 있냐는 말이다.
산업용가스를 비롯해 모든 가스업체의 경우 위험물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공급가격 안에는 안전관리비와 정상적인 유통을 위한 비용이 부가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건설이나 설비공사 등을 시행함에 있어서 '부실'이라는 불명예를 떠안고 진행되어 왔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이는 계약단계에서부터 최저가 낙찰위주로 공사가 진행되면서 원청은 물론 수직하향식의 하청과 하청으로 이어지면서 자재 및 각종 부대비용 등에서 공사비를 최소투입하면서 마진을 챙겨왔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마진을 뽑아내기 위해서 '안전'은 등한시되고 오로지 이득만 챙기려는 일부 몰지각한 기업들의 의식수준 때문에 교량 및 건물 등이 붕괴돼 아무런 관계도 없는 불특정 다수에게 물적, 인적인 피해를 안겨주는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이를 거울삼아 가스라는 위험물을 취급하면서도 사고예방과 안정적인 사업유지를 위해 가스업계는 최소의 마진율 안에 공급원가, 물류비, 인건비, 용기 및 설비 등에 대한 감가상각비, 사업이익 등은 물론 안전관리비가 포함된 상황에서 단가를 책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산업용가스업계는 그렇지 못해 왔다.
[충전업체로서 가야할 길 찾아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충전업계가 가야할 사업목표를 살펴보면 지금과 같이 액체가스 유통에만 매달려서는 도태의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액메이커를 중심으로한 대규모 지각변동에 눈을 뜨고 세상을 보다 더 넓게 바라보고 그 속에서 충전업체로서 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앞서서 나가는 업체가 손해보는 일이 많았을 정도로 기술력과 정보력이 고만고만했지만 지금은 선진 해외업체와의 대리점 계약 체결 등만으로도 영업과 기술력을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또한 가격경쟁력과 취급불안 등을 이유로 화학약품에 밀려 접근조차 못하고 있는 수질개선 분야나 환경분야만 보더라도 사회적인 분위기와 영업전략의 조화를 이끌어낸다면 수요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튼 언제까지나 지금과 같이 액메이커를 의지하며 입을 벌리고 있을지는 당사자가 판단할 일이지만 산업용가스가 기체가스 위주로 주력사업이 변화되고 있는 것을 눈앞에서 바라보면서도 자신이 가야할 길과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