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여에 걸쳐 산업용가스업계는 산소, 질소, 아르곤, 탄산 등의 용기밸브의 부조건적인 폐기에 대해 강한 불만을 성토해 왔다.
이유인 즉 누가 보아도 재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되는 밸브가 재검사가 도래한 용기에 부착했다는 이유만으로 용기검사과정에서 일방적으로 폐기되고 있다는 데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가스를 취급하는 업종인 이상 매사에 사고위험이 산재해 있고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자칫 밸브재사용에 대한 오판으로 인한 사고발생시 더 큰 위험을 불러올 수 있는 탓에 섣부른 판단이 어렵다는 게 밸브제조사의 입장이다.
지난달 18일 한국가스안전공사는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가 제기한 용기부속품(밸브)의 검사후 재사용 건의에 따른 의견 수렴차원에서 가스업계 및 밸브제조사 그리고 전문검사기관과의 간담회를 실시했다.
[가스업계의 주장]
이날 간담회에서 산업용가스업계는 밸브의 재사용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용기부속품 관련법규(시행규칙 별표22)에 의한 제조 또는 수입검사후 2년이 경과된 부속품은 당해용기의 첫 번째 재검사시 폐기(내용적 125ℓ미만인 용기에 부착된 것)해야 한다는 규정은 기업의 경제적인 손실은 물론 국가적인 자원낭비라고 주장했다.
또 가스업계는 밸브의 수명을 용기 재검사주기에 맞출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해외에 수출까지 하며 오랜 노하우를 보유한 밸브제조사가 국내에서 사용하는 밸브에 대해서만 수명 1~2년의 밸브를 만드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밸브제조사의 기량을 봐서라도 재검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밸브업계의 주장]
이에 대해 밸브업계는 용기의 부속품 특히 밸브의 재사용은 주재질이 황동인 탓에 용기 탈부착시 나사산이 쉽게 손상될 수 있고 반복충전으로 인한 피로현상으로 안전장치 조기작동 및 장기적인 내구성아 보장안되는 동시에 오링이나 테프론 등 비금속재의 노화로 인한 가스누출 등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밸브를 잘 만든다고 해도 수명은 사용환경과 사용자의 습관 및 인식 등에 따라 다를 수 있고 가스업계가 가스를 공급할 때 수요자가 어떤 방식으로 가스를 사용하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이 어려워 밸브의 손상정도를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대응했다.
[외국의 재검사 현황과 국내 사용현황]
한편 일본의 경우 전문검사기관을 통한 용기, 밸브 등에 대한 검사보다는 허가제 형태로 가스업체가 자체적으로 검사전문요원을 두고 용기 및 밸브 등을 검사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본지가 일본시찰시 방문한 바 있는 오사카소재 산업용가스충전소 교와(協和)가스(주)의 田中政弶 공장장은 밸브와 관련한 인터뷰에서 "안전문제 등에 있어서 공급자가 철저히 대비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용기와 밸브 등에 대한 자체 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자칫 사고발생시 자신이 책임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 때문에 누가 뭐래도 철저하게 시행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는 일반가스용 밸브보다는 특수가스용기용 밸브에 대해서만 밸브제조사가 직접 재검사한 후 새제품의 60%에 해당하는 검사비를 받고 있다며 에어프로덕트의 국내법인인 한국산업가스측은 설명했다.
국제표준규격인 ISO에서는 용기부속품의 내용년한이나 재검사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ISO/DIS 22434에서 용기부속품의 유지보수 또는 용기 재검사시 밸브제조사의 사양과 지침에 따라 부품 등을 교체한 후 재사용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같은 규정에 따르기에는 경제성에 우선순위를 둔 안전의식과 사용환경 등으로 인해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한편으론 제기되고 있다.
가스안전공사가 지난해 8월에 실시한 산업용가스충전소 일제점검 결과, 용기의 용도와 맞지 않는 비규격 밸브를 장착한 사례 1천8백16건을 적발한 바 있다.
점검사례로는 질소용기에 산소밸브를, 탄산용기에 산소 및 질소밸브를 그리고 헬륨용기에 수소밸브 부착 등이 적발됐다.
이 경우 나사규격(W22 × 14산)은 비슷하지만 내압시험과 안전밸브 작동압력이 각각 다르고 밸브 손잡이의 색깔구분이 모호해 사용자가 요구하는 가스와는 다른 가스를 공급할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밸브사용에 대한 철저한 가스구분이 없는 상황에서 사고발생에 대한 책임의식이 모호할 수 있다는 게 또다른 밸브 재검사 문제에 대한 의견이다.
이에 대해 기술표준원은 KS규정에 따라 가연성가스의 경우 좌나사, 불연성, 조연성 등은 우나사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용기재검사를 담당하고 있는 전문검사기관도 용기밸브 재검사제도는 과거에도 시행한 바 있었으나 폐지한 원인과 배경에 대해 다시한번 살펴볼 필요성을 제기하고 재검사 시행시 재검사주체의 의도와는 달리 자체적인 분해·수리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양측의 팽팽한 이견차이에 대해 주관사인 가스안전공사측은 재검사후 사용이라는 전제하에 재검사기관에 대한 선정과 안전성 검증 등에 대한 과제에 무게를 두고 향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내심 고심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한편 이번 간담회 참석업체는 가스안전공사 기술지도처, 일반가스부, 기술기준처와 전문검사기관협회, 백광IST,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 서울경인조합, 부산경남조합, 대구경북조합, 한국산업가스, 영도산업, 에쎈테크, 화성 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