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경북 영주시에서는 영주국민체육센터 개관식을 축하하기 위해 내걸었던 애드벌룬 4개가 동시에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개관식을 마치고 애드벌룬을 철거하던 중 애드벌룬이 국기봉에 걸리면서 폭발, 화염에 휩싸였다.
이로인해 애드벌룬을 내리던 S기획사 대표 전모씨 부부와 영주시청 육상팀 소속선수 3명 등 5명 모두가 각각 1도에서 2도의 화상을 입었으며 상처가 심한 2명은 대구시의 모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폭발한 애드벌룬 내부에 헬륨(He)이 아닌 수소(H2)가 주입되었던 것으로 판단, 영주시 체육회와 공급업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과실여부를 조사중이다.
지난 5월에도 전남 광양에서 수소를 충전한 홍보용 기구가 폭발, 이를 갖고 놀던 초등생 3명이 다치는 등 올해들어서만 이미 2건의 부양(浮揚)기구 폭발사고로 8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처럼 지속적인 홍보와 계도에도 불구하고 애드벌룬, 기구, 풍선 등의 부양기구에 불활성 헬륨(He)이 아닌 폭발성 수소(H2)를 불법적으로 사용해 일어나는 안전사고가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 안전불감증의 최대피해자는 ‘어린이’
수소가 충전된 부양기구의 폭발사례를 보여주는 [표-1]을 보면 사고 피해자의 대다수가 어린이 또는 중고생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전남 광양의 사고에서 알 수 있듯 어린이들이 애드벌룬을 일종의 커다란 풍선으로 인식, 행사 후 방치되어 있거나 바람 등에 의해 유실된 부양기구를 갖고 노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중고생은 TV오락프로그램 등에서 헬륨이 목소리를 변하게 한다는 것과 애드벌룬 등에 헬륨이 충전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흡입해보기 위해 강제로 부양기구를 찢다가 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일례로 수소폭발은 아니었지만 지난 2002년 3월에는 한 청소년이 이같은 목적으로 애드벌룬을 찢고 내부에 앉아있다 불활성 헬륨에 질식돼 숨진 사고가 있었다.
일부 부양기구 제작.공급업체들이 폭발가능성을 낮추려는 목적으로 수소와 헬륨을 혼합하기도 하지만 지난해 2월 전북 전주에서 수소와 헬륨을 50%씩 혼합한 애드벌룬이 폭발, 초등생 2명이 얼굴 등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던 사고에서처럼 폭발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
결국 부양기구 폭발사고에 관한한 최대의 피해자는 어린이이며 어른들의 안전불감증, 상업적 논리에 따른 몇푼의 이익을 위해 어린이들을 위험속에 내몰고 있는 셈이다.
이에더해 대다수의 산업용가스가 가스에 대한 지식을 조금이라도 갖춘 산업체 및 연구기관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과 달리 부양기구는 가스지식에 무지한 일반대중의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는 요인이다.
□ 헬륨가격, 수소의 10배
불법이라는 심리적 부담과 사고발생시 상당한 도의적.재산적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부양기구에 위험한 수소를 충전하는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비용'이다.
실제로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헬륨과 수소의 가격은 지역 및 사용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애드벌룬에 충전하는 순도 3N(99.9%)의 일반제품의 경우 충전소 공급가를 기준으로 대략 10배 정도의 격차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격차는 헬륨이 인공적으로 생산할 수 없는 희귀가스이며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하는 수입가스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즉 직경 3미터의 원형 애드벌룬 하나를 띄우는데 헬륨이나 수소 모두 필요량이 실린더 3개 정도로 동일하므로 고가의 헬륨 대신 수소를 사용한다면 애드벌룬 공급자는 가스가격에서 10배 많은 이윤을 남길수 있다는 결론이다.
이와함께 부양기구를 구입하는 행사주최자의 안전마인드 결여 또한 업계의 수소충전관행을 뿌리뽑지 못하는 만드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 산업용가스 판매업소의 관계자는 "부양기구에의 수소충전은 마진율 상승의 목적도 있겠지만 고객들이 행사경비절감을 이유로 무조건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안전성보다 가격을 중시하는 고객이 존재하는한 공급업체들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수소충전의 유혹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 전방위적 안전의식 개선 시급
[표-1]의 사고사례를 보면 수소를 충전한 부양기구 사고는 연간 2~3건 내외에 불과(?)하며 여타 고압가스 및 산업용가스사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정도나 규모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큼 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단지 언론매체를 통해 드러난 사고일뿐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사고와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사례들까지 포함한다면 전국적으로 수소충전관행의 실태는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일 개연성이 매우 높다.
다소 오래된 자료이기는 하지만 지난 2000년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서울시내의 애드벌룬 제작.판매업체 18개소를 조사해본 결과, 전체의 72%에 해당하는 13개소의 업체들이 애드벌룬 설치시 수소를 충전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산업용가스의 관리감독 주관기관인 한국가스안전공사의 대응은 미봉책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안전공사가 지속적인 계도와 홍보, 단속을 벌이고는 있지만 이는 단지 정식 허가를 획득한 가스제조.공급.충전.판매업체들에 한정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안전공사 국감에서 한나라당 박순자 의원이 공구유통업체에서 직접 구입한 고압가스를 들고 나와 공구상가, 이벤트업체, 의료장비공급업체들의 불법 고압가스판매 행태를 질책하기 이전까지 안전공사의 공식입장은 '고압가스 유통구조상 무허가 판매는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었을 만큼 행사기획업체, 애드벌룬제작.공급업체들은 감시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시말해 법제도에 기반한 철저한 관리감독과 병행해 가스제조.공급업체, 이벤트 및 행사기획업체, 애드벌룬 제작.판매업체, 부양기구 사용고객에 이르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안전의식을 개선하는 길만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특히 가스 자체가 원인이 된 1차 가스사고가 아닌 외부의 원인에 의해 발생한 제2차 가스사고를 안전공사가 공식적인 가스사고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로 지적된다.
이 역시 지난해 국감에서 문제가 제기되어 박달영 사장이 개선을 약속했지만 올해 5월 발생한 수소 부양기구 폭발사고는 여전히 안전공사의 가스사고 공식집계에 누락되어 있다.
결국 현 시스템에서는 가스사고로도 보지 않는 사고에 대해 안전공사에게 관심을 갖고 철저한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일정부분 어불성설인 것이다.
업계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허가된 가스취급업체들에 대한 단속과 계도만으로는 현실적으로 부양기구 수소충전을 완벽히 차단하기 어렵다"며 "인력 등의 문제로 모든 유통경로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어렵다면 일반국민들을 대상으로 위험성을 알리는 차선책이라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