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 21개 과제 심의·승인

성과 확산 위해 ‘샌드박스 2.0’ 체제로 전환

국내 최초로 액화수소를 반도체 공정에 활용할 수 있는 실증사업이 추진되고 액화수소 추진선용 저장탱크 모형이 개발된다. 또한 소똥을 고체연료로 만들어 열병합 발전소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실증 절차를 밟는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안덕근)는 지난 3월 2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제1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열고 반도체 공정용 액화수소 공급 실증을 비롯해 액화수소 추진선용 저장탱크 모형개발 등 총 21개 과제를 심의·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승인을 통해 규제 위원회는 규제샌드박스 운영 부처 중 최초로 누적 승인과제가 500건을 돌파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산업부는 500건을 넘긴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의 성과를 가속화하기 위해 ‘규제샌드박스 2.0’ 체제로 돌입한다. 기획형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하는 한편 규제 특례지원단을 출범시킨다. 기획형 규제샌드박스는 기존의 사업자 특례신청 방식에서 벗어나 규제개선 효과성이 높은 도전적 과제를 선제적으로 기획해 사업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최초 기획형 규제샌드박스 과제로는 ▲지능형 로봇 ▲신소재 수소탱크 ▲차세대 스마트쉽 등 첨단산업 분야 등이 선정됐다. 이를 통해 고중량 지능형 로봇의 화물룡 승강기 탑승기준 마련, 고망간강 소재 수소탱크의 기술기준 마련, 자율운항 선박 시스템의 실해역 적용을 목표로 한다. 해당 과제에 대해서는 4월 1일부터 산업부 홈페이지에서 공모를 통해 사업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이날 출범한 규제특례지원단(분야별·기능별 전문성 지닌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 13개 기관 참여)은 특례 승인부터 사업화 성공까지 전주기에 걸쳐 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보다 혁신적인 실증 과제 기획을 지원하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선도할 수 있도록 실증에 필요한 시험·인증 컨설팅, 판로개척, 표준화 등 후속 사업화까지 기업들을 지원해 나갈 예정이다.

산업부 안덕근 장관은 “이번 승인과제로 규제샌드박스 운영부처 중 최초로 500건을 돌파해 낡은 규제를 걷어내고 혁신기술로 신산업에 도전하는 기업들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성과를 이뤄냈다”며 “앞으로도 불합리한 규제는 끝까지 발본색원하고 선제적으로 글로벌 기준을 이끄는 시스템을 구축해 기업활동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LPG충전소에 ESS 연계 전기차 초급속 충전 서비스 실증

전기차 인프라 전환에 기여

이번에 승인된 주요 과제를 살펴보면 우선 스탠다드에너지가 산업통상자원부의 규제샌드박스 승인을 받아 LPG 충전소에서 바나듐이온배터리(VIB)의 에너지저장시설(ESS)을 활용한 초고속 전기차 충전소를 구축하고 충전서비스 제공에 나선다. 이는 국내 LPG충전소에 ESS를 설치하는 첫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경기도 의왕시 내 구축된 E1 의왕오렌지 LPG충전소 유휴부지에 VIB ESS를 연계한 초고속 전기차충전소 1개소를 실증 운영할 예정이다.

스탠다드에너지와 E1은 지난 지난 2022년 5월 LPG충전소에 VIB ESS 기반의 초급속 전기차 충전사업을 추진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스탠다드에너지는 이번 사업으로 E1에 VIB ESS를 공급하고 E1은 LPG 충전소에서 20분 내에 전기차 완충이 가능한 ESS 연계형 전기차 초급속 충전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행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상 LPG 충전소 내 ESS를 활용한 전기차 충전시설의 구축이 불가능하다.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LPG충전소에서 기존 ESS의 경우 발화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의왕시 조례상 가설건축물은 허용되는 가설건축물 기준이 한국전기설비규정(KEC) 상의 전기저장장치 시설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ESS 활용 전기충전소 설치가 불가하다.

이에 이번 실증특례 승인으로 스탠다드에너지의 VIB ESS는 이를 극복한 최초의 ESS가 됐다. 스탠다드에너지는 이미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도심형 초급속 충전소에서 VIB ESS의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하기도 했다.

이번 실증은 LPG차량 등 내연기관 차량의 감소 및 전기자동차 증가에 따라 LPG충전소와 같은 내연기관 자동차 인프라가 전기차 인프라로 전환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 스탠다드에너지 김부기 대표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되려면 충전 불편을 해소해야 하는데 최적의 솔루션이 VIB ESS”이라며 “전기차 충전을 위한 ESS 시장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주도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액화수소 추신선용 저장탱크 모형개발

액화수소 추진선 개발 위한 저장탱크 성능 실증·기능 고도화

이번 규제샌드박스 승인으로 액화수소 추진선 개발을 위한 저장탱크의 성능 테스트용 모형개발도 실증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부산대와 한텍은 중소형 크기의 액화수소 추진선용 저장탱크의 모형탱크를 제작·설치 후 액화수소 충전테스트를 통해 단열성능, 안전성 및 성능시험을 실시한다.

현행 고압가스안전관리법상 액화수소 저장과 사용시에 사용신고를 해야 하는 시설의 완성검사 및 정기검사에 대한 시설·기술·검사 기준과 액화수소 저장탱크 설비 제조에 맞는 시설·기술·검사 기준이 없어 그동안 실증이 불가했다. 이에 부산대와 한텍은 추진선용 저장탱크 모형 개발 및 액화수소 충전을 통한 단열성능 검증을 위해 특례를 신청했으며 위원회는 자체안전관리 계획 마련 및 안전관리위원회를 통한 안전성 검증 등을 전제로 특례를 승인했다.

부산대와 한텍은 실제 중소형 크기의 수소추진 선박용 저장탱크의 모형탱크를 제작한 후 액화수소 충전테스트를 통해 단열성능 및 증발률 등을 시험하며 탱크의 성능을 검증할 예정이다. 이번 과제 실증을 통해 액화수소 추진선 및 운반선의 핵심기술인 저장탱크 기술 고도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공정용 액화수소 공급 실증

수소 공급 안전성 제고

이와 함께 국내 최초로 반도체 공정용 액화수소 공급 실증도 진행된다. 이날 심의를 통해 산업용가스 기업인 SK머티리얼즈 에어플러스, 린데코리아는 액화수소를 반도체 공정에 활용할 수 있는 ‘산업용 액화수소 공급 실증’에 착수한다. 그동안은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상 액화수소 저장·배관에 의한 수소 공급시설 구축에 필요한 시설·기술·검사기준과 액화수소 저장탱크 등 주요설비의 시설·기술·검사기준이 없어 시공·운영 및 사업화가 불가능했다.

이에 SK머티리얼즈 에어플러스와 린데코리아 등은 액화수소를 저장한 뒤 기화한 후 배관으로 수소를 공급하는 방안에 대한 실증 특례를 신청했다. 규제특례심의위원회는 실증사업 안전성 검증을 전제로 특례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양사는 용인반도체클러스터, 평택 등 공장부지에 액화수소 저장시설을 갖추고 전용 탱크로리로 운송 받은 액화수소를 저장 후 기화해 전용 배관을 통해 반도체 공정에 공급한다. 액화수소는 기체수소 저장에 비해 설치·저장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으며 올해 액화수소 플랜트 상업운영이 본격화됨에 따라 수소 산업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산업부는 이번 실증을 통해 나노 반도체 제조 장비인 EUV(극자외선 공정) 세척 가스로 공정 효율 제고 및 부품 산화 방지를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수소의 공급 안정성 제고는 물론 액화수소

플랜트 상업운영 시기에 맞춘 공급망 확대를 통한 수소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청기업 관계자는 “이번 승인을 통해 생산·운송에 이어 공급까지 액화수소의 벨류체인이 완성됐고 저장용량이 10배 가량 증가해 물류·저장 비용을 줄일 수 있어 효율적인 수소 공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Type-2 수소 운송용기 및 컨테이너 활용 운송 실증

수소 운송 튜브트레일러 공급선 다변화에 기여

그동안 용기 검사기준이 없어 사업화가 어려웠던 수소 운송용 Type-2 저장용기 운송 실증도 추진된다. Type-2 운송용 용기는 금속 재질 라이너에 유리(탄소)섬유를 원통 형태로 보강한 복합소재 저장용기로 Type-1 용기대비 고압·대용량 저장 운송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이에 일광, 비트코비체실린더즈코리아 및 포스코플랜텍 컨소시엄은 저상 밀폐형 전용 컨테이너에 Type-2 용기를 장착한 수소 운송용 트레일러 1기를 개발해 수소 운송 실증에 나선다.

이번 과제의 실증을 통한 Type-2 트레일러 개발은 면적이 협소한 도심 충전소에 수소 공급시 보다 안전한 수소 운송을 도모하고 다양한 수소용기를 활용한 튜브트레일러 공급선 다변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 스키드로더 개발 운용 실증

수소연료전지파워팩 기술 고도화·수소 건설기계 모빌리티 활성화

축사나 도로 보수 현장 등 공간이 한정된 곳에서 주로 사용하는 스키드로더에 수소연료전지를 동력원으로 활용하는 스키드로더 1기를 개발해 충전 성능 및 운용 안전성을 검증한다.

현행 수소법 상 수소 스키드로더는 수소용품에 해당하지만 아직까지 수소 스키드로더 연료전지 제조 및 검사방법이 확립되지 않아 관련 안전기준 및 인허가·검사기준이 부재한 상황이다.

이에 두산퓨얼셀파워는 수소 스키드로더 성능시험을 위해 실증특례를 신청했으며 위원회는 연구·개

발 목적으로 일반 국민의 피해 우려가 적은 장소에서 제한적으로 실증하고 향후 시장에 유통되지 않는다는 전제로 제조허가 및 제품검사 예외를 허용했다. 아울러 안전관리계획 마련 후 자체 안전위원회를 통해 실증사업 안전성 검증을 실시하는 것을 전제로 이번 특례를 승인했다.

이번 과제 실증을 통해 내진동·내환경·냉각성능이 강화된 수소연료전지파워팩 기술 고도화 및 수소 건설기계 모빌리티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분과 보조연료 섞어 고체연료 만든다

환경오염 탄소배출 동시 저감 기대

이밖에 소똥을 고체연료로 만들어 열병합 발전소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실증 절차를 밟는다.

전북특별자치도청 컨소시엄은 우분 50% 이상과 보조원료(톱밥, 왕겨 등)를 50% 미만으로 혼합해 고체연료를 생산한 후 열병합 발전소에 공급한다. 기존 우분 생산 고체연료는 발열량이 낮고 생산되는 품질이 균등하지 못한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이에 전북특별자치도청과 함께 정읍시청, 부안군청, 전주김제완주축협 김제자원순환센터 및 완주자원순환센터는 정읍시, 김제시, 완주군, 부안군에 우분 고체연료 생산설비를 구축해 실증할 예정이다.

이번 실증을 통해 환경오염의 원인 중 하나인 가축분뇨에 보조원료를 혼합해 환경오염 발생 원인을

낮추는 것은 물론 성능과 생산성을 개선하고 수입에 의존하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어 안정적 연료 수급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전북도청 관계자는 “고체연료의 효과적인 생산 이외에도 버려지는 우분의 감소와 환경오염 방지, 고체연료를 활용한 탄소저감 등 친환경적 의미가 크다”며 실증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