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제17대 국회의 두번째 국정감사가 지난 9월22일부터 지난달 11일까지 총 20여일간에 걸쳐 진행됐다.
피감기관인 한국가스안전공사(사장 박달영) 또한 지난달 6일 국회에서 산업자원위원회(위원장 맹형규)로부터 국정감사를 받았다.
지난해 LPG나 LNG, 도시가스를 제치고 안전공사 국감장의 핫이슈로 떠올랐던 고압가스(산업용가스) 부문이 올해에도 당당히 산자위원들의 핵심 질문목록에 올랐으며 이를통해 고압가스가 국내 가스산업의 당당한 한 축임이 다시한번 입증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1개 허가를 받아 여러 판매업소가 사업을 영위하는 ‘1허가 다(多) 사업자’ 관행의 안전관리적 허점이 지적됐으며 안전공사의 방만한 경영행태, 민원인들에 대한 고압적 자세, 급행료 수수 관행, CNG 용기폭발 문제 등에 대에서도 의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슈 1] 1허가 공동명의 판매업소 관행
한나라당 박순자 의원은 이날 “고압가스 업계에 하나의 허가만으로 여러명의 판매업자가 공동명의로 개별 사업을 영위하는 변칙적인 영업 실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1허가 다(多) 사업자의 경우 1개 업체를 제외한 공동명의 업체 대부분이 별도의 안전관리자를 고용할 필요가 없고 안전점검이나 안전교육에서도 완전히 배재되고 있다”며 “사고발생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것을 포함해 안전적 측면에서 많은 문제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국감장에 직접 구입한 고압용기를 들고 나와 공구유통업체, 이벤트 업체, 의료기기 공급업체 등 무허가 업체들의 불법 고압용기 판매실태를 질타했던 장본인으로서 이번에도 별도의 저장소를 갖추지 않은 공동명의 판매업소들이 차량에 고압가스를 싣고 거래처를 돌며 이동판매를 하고 있는 현장사진을 증거물로 제시했다.
박 의원은 이와관련 “저장소를 갖추지 않은 이들 판매업소들은 저녁이 되면 버젓이 주택가나 소방도로에 차량을 주차시키고 있다”며 “방화로 인해 주민안전이 위협받는 등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기 전에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의원은 “동일 주소지에 대한 완성검사 횟수를 근거로 정확한 실태파악이 가능하지만 안전공사는 고압가스 판매허가가 지자체 관리사항이라 구체적인 자료가 없다는 답변을 하고 있다”며 판매업소 허가기준에 주차공간 마련을 명시하는 등의 법적 보완책을 제안했다.
이에대해 안전공사 박달영 사장은 박 의원이 지적한 공동허가 판매업소의 실태와 그로인해 야기되는 안전문제들에 공감을 표명하고 안전관리의 허점을 메울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판매업소 관계자들은 “1허가 공동명의 관행은 법의 감시망을 벗어나기 위한 얄팍한 술책이 아니라 인근주민들의 민원제기로 개별사업장을 구하지 못해 생존차원에서 선택한 고육지책으로 보는 것이 옳다”며 “이들을 무조건 질타하기 보다는 업체들의 생존권과 안전관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판매업 집단화’에 각 지자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이슈 2] 방만한 경영. 고압적 자세. 급행료
한나라당 곽성문 의원은 가스안전공사의 방만한 경영과 민원인들에 대한 고압적 자세를 집중 성토했다.
곽 의원은 “안전공사는 각종 검사업무를 독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자립도가 50%에도 못미쳐 매년 정부자금을 3백50억원이나 사용하고 있는 등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 의원은 또 “안전공사는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해 인력감축이 힘들다는 입장이지만 안전공사의 모델 격인 일본 고압가스보안협회의 경우 검사 및 점검업무의 대대적 민간이양을 통해 4천5백여명에 달했던 임직원을 2백여명 수준으로 대폭 감축하고도 물의 없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며 안전공사 박 사장에게 인원감축의 용의가 있는지를 묻기도 했다.
이에대해 박 사장은 인력감축에 대한 생각 대신 “일본과 같은 자율검사 방식은 선진국형 시스템으로서 검사업무의 민간화·자율화가 대세인 것은 맞는 지적”이라고 말하고 “앞으로 체질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외에도 곽 의원은 “민원인들을 대하는 안전공사 직원들의 고압적인 태도가 고쳐지지 않고 있고 인허가 및 시공감리 담당자들의 급행료 관행도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차후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해 관련자들을 고발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슈 3] 연이은 CNG용기 폭발 사고
열린우리당 서갑원 의원 등은 올해 두차례나 발생한 천연가스 버스용 CNG용기 폭발사고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서 의원 등은 “지난 1월과 8월 CNG버스 충전용기가 2차례 파열되는 사고가 발생, 2010년까지 2만3천대의 천연가스버스를 보급한다는 정부계획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철저한 원인규명과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이에대해 안전공사 박 사장은 “1차사고는 제조공정상 열처리 결함으로 밝혀져 해당 롯트에서 출하된 6천3백개의 용기를 모두 조사했으며 3천9백여개의 제품을 올해 12월말까지 회수·교체할 예정”이라고 설명하고 “2차사고의 경우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아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 사장은 답변에서 제품 출하전 최종 승인을 내준 안전공사측 과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채 제조자의 과실부분만 강조하고 유감을 표명하는 등 마치 안전공사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식의 논지를 펼쳐 듣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도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고압가스 용기는 안전공사의 검인을 받아야만 출고가 가능하고 이를위해 용기제조 및 수입업체들은 매년 적지 않은 비용을 안전공사에 지불하고 있다”며 “자신의 과실은 덮어둔 채 모든 책임을 제조업체측에 돌리는 것은 공공기관의 수장으로서 무사안일의 전형을 보여주는 무책임하고도 부당한 처사”라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