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반도체 종합지원 추진방안’ 발표

정부가 반도체 기업의 원활한 투자자금 조달을 위한 18조1,000억원 이상의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이달부터 가동한다. 또 연말 종료 예정인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적용기한이 3년 더 연장되고 여기에 첨단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술도 포함한다.
이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반도체 생태계 경쟁력을 제고 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지난 6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5월 발표된 제조시설, 팹리스, 소부장, 인력양성 등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대한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종합지원 방향을 구체화화 한 것으로 총 사업비 26조원 중 70%에 달하는 18조1,000억원의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세부내용을 확정했다.

총 17조원 규모 첨단산업 저리대출 프로그램 신설
반도체 생태계 펀드 1.1조원+α로 확대

정부는 우선 산업은행을 통한 17조원 규모의 저리 대출을 이달부터 즉시 시행한다. 기획재정부는 “2027년까지 산업은행에 현금 1조원과 현물 1조원 등 최대 2조원을 출자해 17조원의 저리대출 프로그램을 마련, 7월부터 반도체 기업에 대출을 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5년부터 현금·현물출자가 실시되며 지원대상은 국내에 신규 투자하려는 반도체 全대분야(소부장·팹리스·제조시설 등)의 국내외 기업(중소·중견·대기업 포함)이다. 설비·R&D 투자자금 등 시설자금(장기대출 위주)을 지원하고 기존 대출 대환이 아닌 신규투자에 대해 자금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또한 대출한도는 현행 산업은행법상 동일계열 여신한도까지 지원하고 금리 조건은 일반 대출 대비 대기업은 0.8~1.0%포인트, 중소·중견기업은 1.2~1.5%포인트 우대 등 시중 최저 수준의 금리를 제공한다. 이는 대기업보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 규모를 높여 대규모 설비투자보다 팹리스(설계)나 소부장 중소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어 현재 조성 중인 반도체 생태계 펀드 3,000억원과 함께 신규 펀드 8,000억원을 추가 조성해 반도체 생태계 펀드를 총 1조1,000억원으로 확대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3,000억원 규모로 조성 중인 반도체 생태계 펀드는 7월부터 팹리스·소부장 기업의 대형화를 위한 지분투자를 개시할 것”이라며 “신규 펀드는 2027년까지 최대 8,000억원을 조성하고 향후 기업수요를 봐 추가 규모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투자대상은 소부장 분야 기업 스케일업이나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하는 팹리스 기업으로 확대된 펀드 규모를 바탕으로 기업 대형화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운영주체는 추후 공모를 통해 선정할 계획이다.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3년 연장
대상기술 확대

이와 함께 올해 일몰되는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K칩스법) 적용기한을 3년 연장하고 적용대상도 확대된다. 특히 연 내 국가전략기술에 첨단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관련 기술을 추가하는 것을 검토하고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소프트웨어 대여·구입비, 연구·시험용 시설의 임차료·이용료 등도 적용대상에 추가한다. 국가전략기술과 일반 연구개발(R&D)를 모두 수행하는 연구인력에 대해서는 실제 연구시간으로 안분해 국가전력기술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R&D용 기계장치에 대해 감가상각 기간을 시험·측정기기 등(내용연수 3년) 수준으로 단축(5→3년)해 법인세 비용 절감을 유도할 계획이다.

연구개발·인력양성 등 투자 확대

정부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연구개발(R&D)·인력양성 등 분야에 약 5조원을 집중 투자키로 했다. 이를 위해 첨단패키징 선도기술 개발, AI반도체 활용 K-클라우드 기술개발, 반도체 관련 미니팹 구축사업 등 대규모 R&D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속하게 마무리해 기술경쟁력을 화보할 계획이다. 또한 첨단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주요국 연구시설·공공팹 등과 공동연구 및 인력교류를 확대한다. 아울러 국산 AI반도체 실증·상용화 및 팹리스 기업의 첨단 검증장비 공동이용 지원 등을 통해 사업화·스케일업 촉진에 나선다. 이를 위해 민관 협력을 통해 인공지능(AI)컴퓨팅 인프라를 확충, AI반도체 등 첨단반도체의 실증·상용화 기반 강화 및 산업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는 것은 물론 영세한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공 실증센터 구축을 지속 지원해 기술개발·실증 기반을 조성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정부는 산업계 수요에 대응, 반도체 특성화대학(18개)·대학원(6개) 및 AI반도체 대학원(3개) 확대를 통해 전문인력을 집중 양성할 계획이다.

반도체 클러스터 기반 조성 박차
예타면제 및 국비지원 등 인프라 지원

정부는 공공이 적극적으로 비용을 분담해 도로·용수·전력 등 반도체 클러스터 기반(인프라)을 신속히 조성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기재부는 용인 국가산단 부지를 관통하는 국도 45호선 이설·확장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국비지원을 추진하는 등 인·허가 절차를 대폭 줄여 산업단지 착공에 드는 기간을 당초 예상인 7년에서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다. 또한 용인 국가·일반산단으로 용수를 공급하는 통합 복선관로 구축 사업에 대해서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추진하고 수자원공사가 관로구축 비용의 일부를 분담할 예정이다. 
더불어 국가산단의 안정적 가동을 위해 단계별 전력공급도 추진한다. 1단계로 산단 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건설해 3GW의 전력을 공급하고 2단계로 장거리 송전선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장거리 송전선로의 세부적인 구축 계획을 오는 8월 말까지 수립할 예정이며 구축비용은 공공·민간이 분담할 전망이다.

반도체 지원정책 여·야 주도권 경쟁?
지원 폭 관련 설왕설래

한편 정부가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이번 대책 발표를 두고 반도체 업계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단 정부의 이번 반도체 육성 정책과 관련해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반도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초기 투입이나 공정 유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부의 대책 마련이 최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줄지어 내놓고 있는 반도체 지원 법안과 비교해 지원 폭이 적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반도체 육성정책과 관련해 정부와 달리 통 큰 지원책을 연이어 내놓으며 여당에 맞서 반도체 지원정책 주도권 싸움에 나선 상황이다.
먼저 반도체벨트 지역구의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용인갑)은 지난 7월 1일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반도체산업지원을 골자로 하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 2개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이 법안에는 반도체 산단 조성시 국가가 비용의 전부 또는 일정비율(70%) 이상을 의무적으로 지원하는 파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또한 올해 말 일몰 예정인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를 2030년까지 연장하도록 했다. 이 외에도 기존에 0%였던 연구개발장비 및 토지와 건축물도 10% 세액공제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 신설됐다. 
이와 함께 앞서 같은 당 김태년 의원은 일몰을 2034년까지 10년 연장하는 안 내용을 포함한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김 의원은 반도체 연구개발 세액공제율을 대기업은 40%, 중소기업은 50%로 각각 10%포인트 올리고 반도체 기술에 대한 통합투자세액공제율을 대기업 25%, 중소기업 35%로 각각 10%포인트씩 상향하도록 하는 안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김 의원은 “반도체는 그 중요성이 남다르다”며 “민주당도 반도체 기업 지원을 ‘대기업 특혜’ 시각에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민주당의 반도체 육성 법안은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에서 제시한 혜택보다 훨씬 파격적이고 상세화된 수준이다. 앞서 국민의힘 고동진·박충권 의원도 각각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과 세액공제 일몰 기한을 6년 연장하는 ‘조특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특히 이들은 대통령 직속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특별위원회’ 설치를 비롯해 반도체 산업 관계 규제 일원화, 신속 인허가 패스트트랙 도입, 정부 책임의 인프라 신속 구축 지원, 5년 단위 법정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계획 수립 등의 내용을 담았지만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내용은 없었다.
일부 대기업에 대한 혜택이라기보다는 국가 안보 기술 차원으로 올라선 반도체이다보니 야당에서도 필요성에 오히려 힘을 보탠 상황이긴 하지만 정부와 집권여당의 지원 폭이 적은 것은 아쉽다는 반응

이다. 더불어 일부에서는 제조업 분야에만 여전히 초점이 맞춰진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반도체분야 한 연구원은 “여전히 우리나라 반도체 분야를 이끌어가는 부분은 메모리 분야이고 제조업이 주축을 이루는 것은 사실”이라며 “제조업은 그동안의 경험 등을 토대로 상당부분 잘 해오고 있지만 정작 투자에 힘을 집중할 곳은 소프트웨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