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수소 상용화까지 시일 필요
중간다리 역할로 청록수소가 대안 

탄소가 없는 에너지원인 수소는 탄소 순배출을 제로로 하는 탄소중립 실현에 필수 연료로 주목받으며 수요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전체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하는 수소는 석유보다 열량이 3배나 높지만 폭발성이 커 활용이 힘들었지만 연소 과정에서 탄소 등 지구온난화 물질을 발생시키지 않고 최근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궁극의 청정에너지’로 불리며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은 대략 30가지 이상으로 알려져 있지만 제조 방식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우선 화석연료를 태워 추출한 수소는 블랙과 브라운으로 구분한다. 블랙은 석탄, 갈탄은 브라운이다. 수소 추출 방식 중 생산 비용이 가장 저렴하지만 탄소 배출량이 많다. 현재 생산되는 수소의 96%를 차지하고 있는 그레이수소로 천연가스에 포함된 메탄을 수증기로 촉매 반응을 일으켜 만든다. 그레이수소는 현재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석유나 철강 공정 등에서 나오는 부생가스로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소 1㎏당 5~7㎏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친환경적인 생산 방식이라고 보긴 어렵다.
블루수소는 그레이수소와 생산방식은 같지만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을 활용, 온실가스의 배출을 최소해 청정수소로 분류된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시멘트, 반도체가스, 타이어 등의 소재로 활용된다. 
즉 블루수소는 기존 그레이수소에서 이산화탄소를 뺀 수소라고 볼 수 있다. 그레이수소보다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기 때문에 친환경성이 높고 그린수소보다는 기술 숙성도가 높아 기술경쟁력이 확보돼 있어 현재 전 세계 수소시장에서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블루수소는 그레이수소에서 그린수소로 넘어가야 하는 현재의 과도기 단계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뿐 만 아니라 수소경제 사회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합리적 비용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전 세계 국가들이 블루수소 산업에 앞 다퉈 뛰어드는 추세이다. 하지만 블루수소는 화석연료에서 수소를 만들 때 상당량의 메탄이 대기 중으로 빠져나가며 그 가운데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거나 활용하는 방안도 쉽지 않아 궁극의 수소라 볼 수 없다. 즉 100% 포집하고 저장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개선된 친환경 기술이란 점에 만족해야 하는 수준이다.
이와 함께 물의 전기분해를 통해 얻어지는 수소인 그린수소는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통해 얻은 전기에너지를 물에 가해 수소와 산소를 생산하며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기 때문에 친환경 수소 추출 방식으로 불리며 가장 이상적인 수소 생산방식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그린수소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부터 전력을 만들어내는 생산단가가 높다는 문제점이 있고 수전해 설비의 효율 자체가 그렇게 높지 못해서 수소 생산을 위해 필요한 전력량이 높아 아직까지 본격 상용화하는데 여러 가지 해결해야할 문제점이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인프라 구축 등 재생에너지 발전여건이 불리한 것이 그린수소 발전에 약점으로 지적된다.

청록수소, 기존 천연가스 인프라 활용 최대 장점
탄소포집 불필요·소전력 생산 가능

때문에 현재까지는 전세계적으로 그레이수소와 블루수소가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최근 들어 불루수소에서 그린수소로 가는 중간단계로 청록수소가 주목을 받으며 탄소중립의 새로운 전략으로 제안되고 있다.
청록수소는 천연가스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그레이수소와 같지만 배출되는 탄소를 고체화한 형태다. 이에 블루수소와 비교해 탄소포집 및 저장(CCS) 공정이 필요하지 않아 생산 비용이 낮아질 뿐만 아니라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수소와 대비해 전력 소모량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음식물 쓰레기나 하수, 분뇨 등 유기성 폐기물에서 발생한 재생 천연가스에서도 추출 가능한 점에서도 청록수소는 주목되고 있으며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고체탄소는 타이어와 고무부품 소재로도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뿐만 아니라 탄소성분을 고체 상태로 분리해 카본블랙, 그래파이트 그리고 차세대 신소재로 각광받으며 꿈의 나노물질이라고 불리는 그래핀 등 부산물을 통해 경제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 
하지만 청록수소는 천연가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비용 변동성이 크고 대량 생산을 해야 비용을 낮출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초기 대규모 투자가 동반돼야 하는 점은 청록수소를 시도하는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는 단점이 있다.
재생에너지와 수전해 기술을 연계한 그린수소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생산해 가장 이상적이지만 수소경제 활성화를 주도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업들 역시 수소 생산과 관련해 수전해 그린수소 기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시급성에서는 청록수소를 우선순위로 꼽고 있다.
한국은 오는 2050년 청정수소의 80%를 수입에 의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린수소와 블루수소 국산화 달성 목표인 20% 마저 간단치 않은 현실이다. 당장 시급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그린수소 인프라 구축을 메워줄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함은 자명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청록수소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천연가스를 고온 반응기에 주입해 수소와 고체탄소로 분해하는 열분해 기술을 통해 만들어지는 청록수소는 그린수소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높지만 다른 수소 생산 방식과 비교하면 에너지 효율이 높고 가격 경쟁력도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청정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청록수소를 꼽는 이유는 신재생에너지와 탄소포집저장에서도 자유로울 뿐 아니라 기존 전국적으로 구축된 천연가스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조기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친환경 기술개발 박차

청록수소는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대량생산에 한계가 있다. 이에 현재 전 세계 여러 회사들이 청록수소 생산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나서고 있으며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청록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은 BASF, 그라포체(독일), 헤이저(호주), C제로(미국), 모놀리스(미국) 등이 있지만 청록수소를 상업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기업으로는 미국의 모놀리스가 유일한 상황이다. 이 회사는 현재 독자 개발한 반응기로 천연가스를 열분해해 청록수소를 생산하고 있으며 연간 생산규모는 수소 5,000톤, 고체탄소 1만5,000톤 규모로 알려져 있다. 앞서 국내 SK E&S가 미국 청록수소 기업 모놀리스 머테리얼즈에 투자를 결정하고 친환경 수소사업을 확장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최근에는 핀란드의 기술기업인 하이카마이트가 청록수소 생산시설을 완공하고 현재 고체탄소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는 (주)아이에스티이가(대표 조창현)가 지난해 7월 영국 LEVIDIAN사를 방문해 천연가스와 바이오가스에서 청록수소, 그래핀을 생산하는 LOOP시스템을 공동으로 개발 및 생산하기로 하고 협약을 체결했다. 더불어 지난 7월에는 국내 청록수소 스타트업 기업인 제로시스(대표 노용규)가 소형 파일럿 시스템을 개발, 경제적인 수소와 전도성 카본 소재를 활용한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청록수소 생산 기술 분야에서 플라즈마 메탄 열분해로 생산된 카본블랙을 타이어에 적용한 사례가 미국에서 있었지만 메탄열분해로 생산된 카본 파우더의 전도성 플라스틱 응용은 제로시스가 세계 최초이다. 용융염 기반 열분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제로시스는 정부지원 사업으로 Net-Zero 기술혁신사업과 TIPS 과제 사업을 주관하고 있으며 하루 수소 250㎏, 카본 파우더 700㎏ 생산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이어 수소환원제철을 준비하고 있는 포스코도 청록수소 도입을 위해 포항시와 핵심기술 국산화 및 실증 추진 등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 방식으로 그레이수소를 생산하게 되면 수소 1㎏당 이산화탄소가 12~15㎏ 정도 발생하지만 청록수소 기술을 도입하게 되면 3㎏ 이내로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가 있다”며 “사업성이 가장 높은 청록수소 생산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바이오렌즈를 필두로 충북에너지산합융합원, 충북테크노파크, 고등기술연구원 등 20여개 기관이 참여한 청록수소 확대사업 협의체가 발족했다. 이 민간 주도 협의체는 청록수소 기술개발 및 상용화 지원, 청정 에너지원 산업 활성화, 탄소중립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도 유기 폐기물을 활용해 수소 대비 탄소 비율에서 1 대 2.5 수준으로도 청정수소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진행 중이며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최근 천연가스인 메탄(CH4)을 90% 효율로 수소와 고체 탄소로 전환하는 청록수소 생산 시스템 원천기술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