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출시 및 차량가격·유지비 개선 과제

그동안 전세계적으로 친환경 바람이 불면서 거침없는 성장가도를 달리던 수소차 시장이 전년도에 이어 지난해에도 부진을 거듭하며 역성장을 기록해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수소차 판매량은 9,946대로 집계됐다. 이는 1만2,034대 팔린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7.4% 감소한 수치다.
우리나라에서는 2,978대를 판매하며 4,013대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8% 줄었다. 시장 점유율 또한 3.4% 하락한 29.9%를 기록했다. 또한 미국 역시 441대에 그치며 2,791대 팔렸던 전년동기보다 84.2% 감소했다. 반면 중국은 5,217대를 기록하며 52.5%의 시장 점유율로 지난해에 이어 1위 자리를 지켰다. 중국은 상용차를 중심으로 수소차를 늘려가고 있다. 아울러 유럽은 698대로 670대 팔렸던 전년 동기대비 4.2% 증가했다. 일본 역시 지난해 출시된 도요타의 크라운이 384대 팔린 것에 힘입어 580대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인 285대보다 103.5% 늘었다.
국내 수소차 등록 대수는 지난해 11월 기준 3만7,689대가 등록돼 있는 상태로 보급률의 정체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수소차 등록 대수가 부진한 이유는 충전인프라 부족은 물론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와 다르게 모델이 매우 적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국내에 판매 중인 수소차 모델인 지난 2013년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넥쏘 한 대뿐이다. 뿐만 아니라 차량 가격과 및 유지비가 전기차 대비 비싸다는 단점도 있다. 넥쏘의 차량 가격은 세제 혜택 전 기준으로 7,320만원에 달해 비슷한 크기의 아이오닉5와 비교해 1,000~2,000만원정도 더 비싸고 수소차의 수소 충전비용이 전기차의 전기 충전비용보다 더 든다.
넥쏘는 700bar의 높은 압력으로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탱크가 탑재됐다. 이 탱크는 4년마다 정기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검사 비용은 1개당 8만7,000원이다. 탱크가 3개 탑재된 넥쏘는 검사 시 27만4,000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장기간 소유할수록 전기차 대비 경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전기차와 비교해 충전시간이 짧고 주행거리가 더 길며 온도변화에 따른 주행가능거리 변화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국내의 수소차 보급 부진과 달리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 주요국들은 수소상용차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보급 확대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승용차가 아닌 상용차 중심의 보급 확대를 발표하고 이를 추진하고 있지만 부족한 충전 인프라를 비롯해 개선되지 않는 정책 등이 보급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자동차업체, 수소차 생산 참여 확대

수소차 보급 부진에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일제히 수소 모빌리티 시장 참여를 선언하며 수소차 보급 확산에 나섰다.
그 첫 번째 주자로 현대자동차는 오는 5월 8년 만에 넥쏘 2세대 완전변경 모델 ‘이니시움’을 출시한다. 이 차량은 현대차가 자체 개발한 2.5세대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모델이다. 아울러 현대차는 3세대 수소연료전지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수소 모빌리티를 순차 출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일본 토요타는 신형 미라이를 개발하고 3세대 수소연료전지 개발도 강화하고 있으며 혼다는 수소 시장 재진출을 선언했다. 지난 2021년 수소차 생산을 접었던 혼다는 신형 수소차 ‘CR-V e:FCEV’를 일본과 미국 시장에 잇따라 출시했다. 수소연료전지도 직접 생산에 나선 혼다는 수소연료전지를 다양한 수소차에 탑재할 계획이다.
수소차 보급 확대를 위한 기업간 협력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와 포괄적 협력을 체결하고 수소 상용차와 승용차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양 사가 수소차를 생산하면 현대차, GM 로고를 교환해 판매하는 리배징 방식도 검토되고 있다. 이는 차량 플랫폼을 통합하고 부품을 공유해 생산비를 절감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토요타는 BMW와 협력에 나선다. 토요타는 수소탱크 등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BMW는 수년 내 수소 양산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양 사는 유럽 내 수소 충전 인프라 부문에서도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수소차 1만3,020대 보급 목표
국비 7,218억원 지원

한편 우리 정부도 올해 수소차 보급 확대(1만3,020대)를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환경부는 올 초 ‘2025년 수소전기자동차 보급사업 보조금 업무처리지침(이하 보조금지침)’을 조기 확정하고 2025년도 수소차 보급 지원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 한 해 동안 상용차 중심의 수소차 보급 정책을 통해 수소버스 1,000대 이상(전년대비 277% 급성장)을 보급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수소승용차 보급은 신차출시 기대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수소버스의 성능 향상 및 안전성 개선에 대한 요구도 지속 제기됐다.
이에 환경부는 수소차 보급 확대, 수소버스의 성능·안전성 제고 등을 위해 2025년도 보조금 지침을 확정하고 예산 7,218억원을 투입해 1만3,020대의 수소차 보급에 나서기로 했다.
이난 지난해 8,550대보다 52.3% 증가한 수치로 차종별로 승용차가 61.8% 늘어난 1만1,000대, 수소버스가 280대 늘어난 2,000대, 수소화물차와 수소청소차는 각각 5대씩 줄어든 10대이다.
수소승용차 보급대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올 상반기에 출시될 현대차의 차세대 수소차를 염두해 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구매보조금 액수는 작년과 동일한 수준이다. 승용차는 대당 2,250만원, 수소트럭은 2억5,000만원, 수소청소차는 7억2,000만원 등이다.

수소버스의 경우 저상버스에 2억1,000만원, 고상버스에 2억6,000만원이 지급된다. 다만 작년 8월에 신설한 수소버스 성능평가 기준에 따라 보조금이 차등 지급된다.
정부는 수소버스 차종 다양화에 대비해 성능 좋은 차량의 보급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수소버스 성능평가 기준을 마련했다. 두산의 하이엑시움모터스, 국내 2위 전기버스 기업인 우진산전, 범한퓨얼셀 계열사인 범한자동차 등이 수소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소연료전지(스택) 출력, 1회 충전 주행거리 등 총 11가지 수소버스 성능평가 기준을 충족하는 차량에만 구매보조금이 지급된다. 성능평가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수소연료전지(스택) 출력과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일정 기준 미만이면 보조금이 차감된다. 예를 들어 스택출력이 저상버스의 경우 110㎾, 고상버스의 경우 160㎾ 미만이면 1㎾당 구매보조금이 60만원 차감된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저상버스의 경우 750㎞, 고상버스의 경우 960㎞ 미만이면 1㎾당 6만원이 차감된다.
이와 함께 수소버스의 신속한 고장 수리 및 안전 점검을 위해 수소버스 제작사를 대상으로 수소버스 정비센터 확충 및 긴급 현장 출동 서비스 제공을 의무화한다. 수소버스 제작사는 수소버스를 보급한 모든 권역에 수소버스 정비센터를 1곳 이상 두어야 하고 동일 권역 내 100대 이상의 수소버스 보급 시 2곳 이상, 그리고 500대 이상 보급할 경우 3곳 이상의 정비센터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이밖에도 수소버스 연료전지 스택 교체 보조금 대상이 작년보다 2배가량 늘어난 118개로 확정됐다. 다만 지급액은 작년과 같은 5,500만원(국고 3,500만원+2,000만원)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수소차의 충전불편 문제 해소를 위해 수소충전소 구축도 가속화한다. 환경부는 올해 전년대비 8% 늘어난 1,963억원을 투입해 64기 이상을 설치할 계획이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수소버스 보급이 촉진될 수 있도록 기존 압축천연가스(CNG) 충전소를 수소충전소로 전환하거나 공영차고지에 수소충전소를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 이를 통해 수소충전소 누적개수를 450기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