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짧던 길던 한 번쯤은 가슴 벅찬 사랑을 경험하기도 하고 뼈에 사무치도록 가슴 아픈 슬픔을 겪으며 살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아무리 짧은 시간을 살았다고 해도 극과 극의 감정이 치달을 정도의 굴곡이 없는 삶을 살았다는 자체가 없을 수는 없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소한 것에도 슬프고, 고통스럽고, 기쁘게 느끼는 것은 현재 처해 있는 자신의 상황과 여건에 따라 다르다. 그렇기에 이에 대한 해소와 해결 방법도 다양하다. 가령 어린아이가 생떼를 부리는 상황을 모면하는 방법은 장소를 벗어나거나 다른 시선으로 유도하면 금방 해소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깊은 생각을 많이 하고 자신의 구석진 공간에서 벗어나지 못해 긴 여운 속에서 고통과 슬픔을 감내하기 일쑤다.
지금 내가 겪는 모든 경험은 세상의 그 어떤 고통과 기쁨보다도 크게 느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죽을병에 걸린 다른 사람의 참지 못할 고통보다도 깨진 유리 조각에 살짝 베인 나의 손가락 끝에서 흐르는 한 방울의 피로 인한 아픔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다가 세월의 흐름 속에서 망각과 함께 더 큰 고통으로 서서히 현실을 수긍하는 것이 다반사다.
생각해 보면 기쁨보다는 슬픔이 오랜 시간을 함께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그래서 좋은 기억보다는 슬픈 기억에서 헤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 결과 이러한 기억들이 발목을 잡아 지금의 자신을 망가뜨리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시간은 모든 기억에서의 자유로움을 해결하는 데 한몫한다. 그렇지만 누구에게는 트라우마처럼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힘든 과거를 기억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우리의 삶이 불행해지지 않으려거든 특별하게 행복해지기를 바라지 말아야 한다. 이는 행복하기만을 바라다가 행복에 도달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은 불행하다고 치부해 버리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또한 불행만 피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도 요행에 불과할 수 있다.
행복을 좀 더 크게 느끼고 싶어 하지만 불행이라는 놈의 질투는 우리에게 평범이라는 가치가 얼마나 어렵고 소중하다는 것을 깨우치게 한다.
세상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게 세상의 당연한 이치인데 콩 심은 데서 팥 나기를 기대할 때도 있다. 하지만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처럼 세상의 섭리를 저버리는 일은 불행을 자초하는 행위다.
우리 인간사는 사필귀정(事必歸正)과 인과응보(因果應報)를 근거로 ‘사랑을 심으면 사랑이 자라지만, 욕심을 심으면 더 큰 욕심이 생겨나고, 불행을 심으면 불행이 자라나는 것’은 당연한 섭리라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