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수요처에 공급되는 산업용 및 의료용가스 등은 실린더와 탱크로리를 통해 공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실린더와 탱크로리는 대부분 공급업체의 소유로 운용된다.

실린더와는 달리 탱크로리로 공급되는 액체가스는 수요처에 설치된 저장탱크에 충전되며 저장탱크는 투자 여건에 따라 공급업체와 수요처가 각각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수요처가 직접 저장탱크를 설치한 경우 가스를 공급받는 조건과 공급업체 선정에서 다소 자유로울 수 있지만 공급업체가 투자하고 임대해 준 저장탱크의 경우 관례상 다른 동종업체로부터 가스를 공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즉 수요처가 요청한다고 해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남의 자산에 몰래 가스를 충전하는 것은 상도덕에 어긋난다는 취지인 셈이다.
이와 관련 조달청의 나라장터를 통해 실시된 의료용 및 산업용가스 구매입찰에서 기존에 공급하던 업체가 설치한 저장탱크를 활용해 가스공급만을 조건으로 경쟁입찰 실시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 동종업계간 갈등의 원인을 조장하고 있다.
몇 해 전에는 경기 안성 소재 공기업에서 실시한 산업용가스 구매입찰에서 저장탱크 및 배관시설이 기존 공급업체의 소유임에도 불구하고 입찰에 붙여 제 3의 업체가 낙찰을 받았다. 하지만 저장탱크 소유는 D사, 배관 및 설비는 다른 업체의 소유였다. 따라서 1년 공급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타사 소유의 저장탱크와 설비를 매입하거나 임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기에 자칫 가스공급 자체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1년간의 계약기간과 1억여원의 납품대금을 위해 2~3개월의 저장탱크 교체에 필요한 공사기간과 3천만원 가량의 투자비를 감당하면서까지 낙찰받은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인가에 대한 딜레마에 빠졌다. 따라서 자기 소유가 아닌 장비를 활용하는 것과 관련해 해당 구매업체는 상식과 전문성이 결여된 채 자신들은 오직 가스만 사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애꿎은 가스공급업체만 갈등과 피해를 보는 상황이다.
또 최근에는 경기 파주와 의정부 소재 의료기관에서도 기존 공급업체 소유의 저장탱크를 그대로 둔 채 가스만 구매입찰을 실시해 가스공급과 관련해 마찰이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가스 구매처의 입장에서 자신들이 필요한 가스를 사용의 기본 요건인 저장탱크의 자가 소유 유무와 상관없이 필요한 가스구매만 입찰에 부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구매의 기본조건이 파괴된 상식 밖의 행동이 규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로 가스업계에서는 남의 자산(저장탱크)에 가스를 공급하는 행위에 대해선 자발적 금기사항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가스업계는 이같은 수요처의 구매입찰 행위에 대해 저장탱크 및 설비와 관련해서는 자가 소유로 확정짓고 난 뒤에 별도로 가스구매입찰을 실시하는 것이 적절한 조치이며 정상적인 상도의라고 꼬집어 설명하고 있다.

미용실, 편의점 등이 가스 장비 공급 낙찰 사례도
공급물품 조달업체 3곳뿐…투찰업체는 1천여개 참가

이와 같이 나라장터의 허술한 입찰자격 관리로 인해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입찰문화의 정착을 저해하는 상황에 대한 문제점이 심각하게 지적되고 있다.
조달청의 나라장터는 각종 연구 및 유지, 국가안보 등을 포함한 국공립 기관들의 중요 물품의 구매를 전자시스템을 통해 공개입찰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구매물품에 대한 중요도나 품질하자 등과 적정업체 선정 등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않는 조달청은 단순히 중개업에 불가하다는 평을 받고 있어도 개선의 의지가 없어 보인다.
현행 나라장터의 운영실태는 물품에 대한 입찰과정이나 자격심사 등에 대해서는 법적 요건이 낮아 사실상 사업자등록증만 있으면 응찰이 가능하다는 허점에 노출돼 있다.
따라서 연관된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해당물품의 납품이 가능한 업체를 수배할 능력만 있다면 무조건 입찰에 참가해 낙찰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브로커가 끼더라도 중개능력만 있으면 납품가의 10~20%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구조다. 한마디로 낙찰기회가 복불복이라는 해석에도 불구하고 해당기관에서는 기회의 균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해결할 의지나 노력조차 없어 보이는 실정이다.
실제로 얼마 전에는 나라장터 전자시스템을 통해 공개 입찰하는 가스관련 액체질소용기 구매에 응찰한 업체의 수는 1,000여 개 업체가 무더기로 참가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해당 액체질소용기의 공급 가능 업체는 단 3곳에 불과하다. 결국 브로커와 결탁하든 간에 공급가능업체만 연결되면 낙찰 받은 업체는 그야말로 앉은 자리에서 10~20% 가량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구조만 있고 물품에 대한 전문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결국 편의점, 미용실 등의 사업자들도 전혀 상관없는 물품에 대해 낙찰만 받으면 수수료를 챙길 수 있어 실제 사업은 하지 않더라도 사업자등록증만 내서 입찰만 참가하는 업체들도 수두룩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브로커가 개입해 실제 납품이 가능한 업자와 연결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무작위 당첨확률을 높이기 위해 문어발식으로 이들 사업체를 관리하는 전문 브로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낙찰을 받더라도 나라장터가 아닌 발주업체가 낙찰업체에 대한 적격심사를 시행함에 따라 무작위 투찰의 후폭풍으로 적격 심사에서 떨어진 수십, 수백개 업체들로 인해 후순위 적격업체 심사를 분류하는 데만 1개월 넘게 소요되는 등 불필요한 시간과 인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무작위 투찰 업체의 낙찰시 실제 납품할 업자와 연결만 되면 예산이 지급되기 때문에 이같은 로또 낙찰자는 예산 중 많게는 20% 가량을 챙기고 납품업자에게 넘기고 있다. 이로 인해 납품업자로서는 장기판에서 포 떼고 차 떼이는 탓에 결국 질 낮은 물품을 공급하는 결과가 빚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는 건설 자재비를 빼돌려 착복하거나 불량 자재를 공급해 자칫 대형 사고를 일으키는 부실공사와 대비해서 별반 다를 바 없는 형태로 비춰지고 있다.
실제로 모 공공기관이 발주한 물품에 대해 낙찰업체가 저가로 수주한 탓에 납품업체와의 협의가 불발되면서 낙찰업체가 수수료 포기는 물론 오히려 낙찰가보다 높은 가격에 구매해 납품하는 사례까지 발생되기도 했다.
이는 낙찰받은 후 납품계약을 지키지 못할 경우 발생되는 배상문제나 입찰참가 자격 상실 등 추후 발생될 수 있는 금전적인 피해보다 입찰자격제한에 따른 기회박탈에 따른 손해가 더 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현재 조달청 나라장터는 조달업무의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전자조달시스템으로 모든 공공기관의 입찰정보가 공고되고 1회 등록으로 어느 기관이든 입찰에 참가할 수 있는 공공조달 단일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