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탄소에너지 확산 등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산업부, 부처간 협의 통한 하위법령 마련 만전

그동안 에너지업계의 현안 중 하나였던 에너지 관련 3개 법안이 드디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지난 2월 27일 ‘에너지 3법’으로 불리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 모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전력망확충법은 국회의원 재석 215명에 찬성 191명·반대 5명·기권 19명으로 가결됐다. 고준위방폐장법은 재석 225명에 찬성 190명·반대 8명·기권 27명으로 통과됐다. 해상풍력특별법은 재석 203명에 찬성 180명·반대 6명·기권 17명으로 가결됐다.
에너지 3법의 핵심은 국내에서 생산된 에너지원을 수요처에 적기 공급하기 위해 마련됐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국내 전기 수요가 연평균 1.8%씩 증가해 2038년 129.3GW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산업(1.4GW), 데이터센터(4.4GW), 수소환원제철 도입과 전기차 보급 확대로 인한 산업 등 산업과 일상의 전기화 전환(11GW) 등으로 전력 수요는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는 이번 에너지 3법 제정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미래 첨단산업의 대규모 전력수요 대응과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무탄소전원 확대, 그리고 국가 에너지 안보 강화 등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먼저 ‘전력망 확충법(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AI 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가 국가 전력망 확충을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국가기간 전력망(345㎸) 건설의 주민수용성 저하로 인해 무탄소전원의 전력계통 연계, 첨단산업에 대한 전력공급 차질 등이 우려됨에 따라 법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에 이번 법안에서는 ▲국무총리 소속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위원회 설치 ▲인허가 의제 확대(기존 18개→35개) ▲주민·지자체 보상 및 지원 확대 등의 내용을 담았다.
구체적은 정부는 국가기간전력망의 신속한 확충을 지원하기 위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전력망위원회를 꾸려 대상사업을 선정하고 범부처 이해관계를 조정하도록 하기로 했다. 또한 5년 주기로 30년 단위 국가전력망 확충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특례로 기존 전원개발 촉진법의 18개 개별법과 백두대간보호법 등 17개법 인허가를 의제 처리해 입지 선정부터 준공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크게 단축하도록 했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서 그동안 진척되지 못했던 국가 핵심 기간전력망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 적기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됨은 물론 반도체 집적단지에 대한 원활한 전력공급이 가능하도록 법제적 뒷받침이 마련됐다는 평가이다.

이어 고준위 방폐물의 안전한 관리 및 영구처분을 위한 법안인 ‘고준위방폐장법(고준위특별법)’은 2016년 처음 발의된 후 9년 만에 통과됐다. 당장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국내 원전 내에 임시로 사용 후 핵연료를 보관하고 있는 장소는 줄줄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이번 특별법에서는 ▲국무총리 소속 고준위 방폐물 관리위원회 설치(5년 내 중앙행정기관으로 변경) ▲고준위 방폐장 부지선정 절차 마련(주민투표 통한 처분장 유치 결정) ▲유치지역 지원방안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설치 시(원자로 설계수명기간 한정), 주변지역 의견수렴 및 지원방안 등을 담았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중간저장시설은 2050년 이전, 처분시설은 2060년 이전 운영을 목표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법안 시행에 맞춰 부지선정 절차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해상풍력특별법(해상풍력 발전 보급 촉진 특별법)’은 정부가 주도해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하도록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존 민간 주도 사업으로 인해 지역주민 수용성 확보 등 지역 현안이 발생함에 따라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정부 주도 입지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온데 따라 정부 주도로 해상풍력 계획입지를 발굴하고 환경성과 주민수용성이 확보된 발전지구 내 사업자의 인허가를 처리해 재생에너지 비중제고에 기여하도록 했다. 아울러 범부처가 참여하는 해상풍력발전추진단을 설치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한 발전지구 내 사업자가 실시계획을 수립해 제출하면 공유수면허가 등 28개 개별법 인허가를 신속 처리하는 내용이 담겼다. 
주요 내용은 ▲국무총리 소속 해상풍력발전위원회 설치 ▲정부 주도 주민수용성·환경성 확보된 계획입지 발굴 ▲인허가 의제 지원 ▲해상풍력산업 육성 등이다. 특히 해상풍력특별법은 태양광 등 다른 재생에너지에 비해 산업 육성이 더뎠던 점을 감안하면 법안 시행시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는 국내 해상풍력산업의 발전을 이끌 마중물 역할을 은 물론 관련 산업 육성 등도 기대되고 있다.
이번 에너지 3법은 향후 정부 이송 및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될 예정으로 전력망 특별법과 고준위 특별법은 공포 6개월 후, 해상풍력 특별법은 공포 1년 후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법 시행에 맞춰 관계부처 협의, 의견수렴 등의 과정을 거쳐 에너지 3법 하위법령 마련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역 수용성 등 합리적 조율로 구체적 시행방안 마련 필요

한편 이번 특별법 통과를 놓고 일각에서는 단지 문턱을 넘었을 뿐 앞으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을 지으려면 부지 선정 절차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이 시설은 지역에서 선호하는 시설이 아니다. 특별법에는 2060년 이전에 영구처분장 운영을 목표한다고 규정됐는데 구체적인 부지 선정 기준은 특별법에 포함되지 못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매우 안정적인 부지에 안전하게 관리돼야 하는 만큼 ‘영구적’으로 보관할 부지 선정 기준 합의부터 향후 부지 후보로 선정된 지역 주민의 반대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특별법에 유치 지역을 지원할 방안도 포함됐으나 과거 2003년에 전북 부안군 위도가 방폐장 후보부지로 선정됐다가 지역 주민이 극렬히 반대해 무산된 전례가 있다.
전력망확충법 역시 실제 추진 시에는 주민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지역주민 반대로 최장 150개월까지 송배전망 건설이 지연된 사례가 있다. 이 같은 건설 지연 사례를 방지하고자 정부가 송배전망 확충 사업에서 중심 역할을 맡겠다는 것이 전력망확충법의 취지지만 일각에서는 난개발과 지역 불균형을 이유로 이번 특별법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때문에 특별법 공포 후 최대한 의견을 조율한 방향으로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로 보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에너지 3법 통과 후 이상호 경제산업본부장 명의로 입장문을 배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중 갈등에 따른 에너지 공급망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과 원전 생태계 유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전력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에너지 수급 문제를 해소할수 있게 돼 우리나라가 글로벌 하이테크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전력망확충법 통과에 “글로벌 패권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 인공지능(AI) 같은 첨단분야에서 투자를 촉진하고 인프라를 확충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저성장이 굳어지고 있는 우리 경제가 활력을 제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와 국회가 우리 기업이 글로벌 경쟁국과 불리하지 않은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입법과 정책을 추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