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생산활동을 하고 있는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 산업용가스는 사용되지 않는 산업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기초기간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사실은 산업용가스 종사자들의 자긍심과 자부심을 부추길 만한 일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모든 산업 분야에 걸쳐서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환율 상승과 전기 및 유류비, 인건비 등 갖가지 요인들이 원가 상승을 부추기면서 산업용가스의 공급가격 인상도 불가피해 지면서 마침내 소비자 가격의 인상을 끌어올리는 양상이다.
원재료의 국제 가격 급등과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원가 압박 상승은 물론 인건비, 운송물류비, 가스·전기 등 에너지 가격 등 각종 비용증가로 인한 가격인상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공통된 부담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대내외 가격 인상 요인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그동안 최대한 인상을 미뤄왔던 과거와는 달리 인상 주기는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특히 일반 소비재의 경우는 가격은 그대로지만 용량을 줄여서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내는 일명 ‘슈링크플레이션(shrink+inflation)’의 행태도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원재료, 제조, 유통(물류), 판매 등 전방위에 걸친 가격변동은 소비자의 몫으로 전환되며 물가 변동비율을 조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용가스의 역할은 소비재를 생산하기 위한 원재료(소재) 또는 소모품으로서 가격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아이템이다.
이 가운데 제조원가의 상당부분 차지하는 전력비만 해도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지난 3년간의 누적 인상율은 74%에 이르고 있다.

전기료 인상 따른 제조원가 상승

국내에서 활동중인 액메이커의 대부분이 다국적기업이거나 수익률을 우선 투자기업이 운용하는 만큼 경쟁보다는 EBITDA와 적정 이익률을 우선하면서 전기료 인상에 따른 가스 공급가격 인상분은 충전업계와 수요처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현재 산업용가스 시장은 영업 분위기 전환과 더불어 제조원가 및 관리비 상승 등 인상요인에 대해 제조업체와 유통(충전)업체간 협의 과정도 없이 일방통보식 가격인상 공문발송이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물가연동제 등을 활용하는 제조업체의 온사이트, 파이프라인 거래처에 대한 가격인상과는 달리 액체가스 유통시장에서 실수요처와 실질적인 가격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충전·유통업체들의 가격부담은 가중되는 실정이다.
실제로 산업용가스 충전업계는 전기요금의 인상에 따른 공급가 인상분을 거부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동종업체간 뺏고 뺏기는 과열경쟁을 우려해 수요처에 대한 가격인상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원료가스 가격인상과 더불어 경제 불안이 지속되는 와중에 인건비, 운송 원자재 가격 인상 등도 연동돼 수요처에 공급하는 실린더 단위의 가격조정에서부터 액체가스 운송용 가격상승분을 10~20% 이상의 큰 폭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물론 이미 지난해 말에 전력비의 인상 부분을 반영해 수요처와 원만하게 공급가격 인상분을 확보해 낸 업체들도 상당수 있다.
산업용가스를 원재료 또는 소모품으로 사용하고 있는 수요처의 대부분은 자사의 생산제품에서 산업용가스가 차지하는 원가비중은 적게는 1% 미만에서 많게는 20~30%에 달하기도 하지만 평균 2~5% 내외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요처는 이처럼 원가비중이 낮은 부분에서도 원가절감을 주장하며 가스 가격 인상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하지만 이들 가스 수요처도 자사 제품의 가격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적으로 전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산업용가스 충전‧유통업체도 가격인상폭을 스스로 떠안을 수 없는 것이 현실적인 입장이고 보면 결국 수요처에 대한 가격 인상은 누가 판단하든 간에 불가피한 상황이 된 셈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투자사업

따라서 산업용가스 충전제조업계는 최근 제조원가 상승과 물류 유통가격의 인상에 대한 현실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근거리 음식배달 요금도 3,000~4,000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음식 무게의 50배가 넘는 50kg 용기를 납품하는 비용은 원가를 포함해도 10,000원에도 못 미치고 있다고 비토하고 있다.
항간에는 가스를 공짜로 준다고 해도 정작 용기가 무거워서 가져갈 수 없을 것이라며 이를 배송하는 물류 기사 및 현장 직원의 구인난과 겹쳐진 충전제조기업 및 판매업소의 현실을 토로하기도 했다.
동종업계 경쟁을 차지하더라도 수요처에까지 Door to Door 방식으로 공급되는 산업용가스의 가격은 현실적으로 불합리해 보이는 실정이다. 
현재 일상생활에서 유용한 택배 1건 배달료는 350g 이하부터 30kg까지 2,500~8,000원이다. 하지만 산소 실린더 1병의 무게는 50kg에 달하지만 별도의 운송료 없이 공급가격은 충전된 가스가격에 포함돼 있다. 이마저도 산소 1병에는 약 17만원 전후인 용기와 밸브 등에 대한 검사비와 관리비용 등도 묻혀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산소 1병의 공급가격이 수만원이 아닌 몇천원에 불과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래도 전국에 350여개나 되는 사업체가 끊임없이 돌아간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더군다나 가스 제품은 위험물로 분류돼 있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는 현실에서는 안전관리 비용이 추가로 포함되면 가스 가격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비용이 요구되는 사업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일부업체는 여전히 산소 원가의 판매에 대한 이윤을 약간 붙이는 것과 같이 표면적으로는 100원에서 사서 110원 팔면 10원이 남는다는 생각으로 영업을 한다고 한다. 이미 투자된 용기 및 장비 등에 대한 감가상각과 인건·관리비는 그냥 기본 투자비로 치부해 버리는 결과다. 산업용가스 충전사업의 기본인 용기(실린더)가 집에서 쓰다가 깨지면 버리는 그릇 정도로만 여겨지는 듯한 모양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수요처의 판매부진과 원가부담 상승에 따른 어려움을 익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용가스 충전업계는 이들 수요처와의 가격인상 협상에 대해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자칫 거래중단에 따른 손실을 우려할 수도 있고 못 먹는 감 찌르기라도 해본다는 경쟁사의 심리작전에 말려드는 부분도 있는 듯하다.
그래서 액메이커의 가격인상안 수용만 하고 정작 가격인상에는 미온적인 기업들은 결국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현상까지 나타내며 국가 기간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봉사하는 위대한 사업군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의료용가스 보험약가도 현실화돼야

GMP체제구축 및 의료보건환경 개선을 위해 의료용가스의 안전하고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철저한 원가분석을 통한 공급가격 조정은 물론 운송비, 용기 대여비 등을 반영한 의료용가스의 상한금액에 대한 현실화도 특히 절실하다.
대부분 ASU플랜트로 생산되는 산소 등 의료용가스는 GMP(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제조허가를 받은 제조업체로부터 허가 규정에 맞는 가스를 공급받아 GMP 품목허가를 받은 의료용가스 충전업체를 통해 의료기관에 공급된다.
하지만 몇몇 중소 의료용가스 충전업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관리감독을 통한 GMP유지관리에 있어서 관리비용과 과다한 업무증가로 인해 이미 GMP 허가 유지를 포기한 경우도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의료용가스 공급가격은 2019년 12월 보건복지부가 개정 고시한 약제급여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에는 의료용가스 보험상한금액이 기체산소 10ℓ가 11원으로 인상돼 지난 22년간 겨우 10% 상향된 것을 알 수 있다.
GMP 적용 이후 분석 등 각종 관리비용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보험상한금액에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최근 인건비, 운반비, 원자재비 등의 급등으로 인해 의료용가스 보험약가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한국의료용가스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액체산소나 기체산소 모두 상한가가 11원/10ℓ으로 지정돼 있는 반면 일본은 액체와 기체를 이원화해 10ℓ를 기준으로 CE 저장탱크는 0.19엔(18.1원), LGC는 0.32엔(약 30.4원), 40ℓ 고압용기는 0.42엔(약 40.0원), 소형용기는 2.36엔(약 224.5원)(2025년 2월 매매환율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의료용고압가스협회는 일본, 유럽, 베트남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하여 의료용가스 가격 산정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기체산소의 납품가격에 공급단가, 운반비, 용기임대료, 용기 및 부속품 손상비 등을 포함해야 하며 공급단가는 전기요금 변동분을 연동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고 자료와 같이 베트남의 경우도 전기료 변동분을 의료용가스 보험약가에 반영하고 있으며 용기 대여비와 손상 시 손실 비용까지 청구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의료용가스 보험약가는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GMP 인증과 함께 각종 관리비용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의료용 가스는 공급 중단시 즉각적으로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필수의약품이며 긴급 공급은 물론 납품시 안전관리와 수요자 안전점검이 필수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사실에서 안정적인 공급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현재는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의료용가스의 보험약가 체계는 의료 현장의 목소리 수렴과 함께 현실에 맞는 공급가격 체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은 반드시 관철돼야 할 것이다.